긴급조정권과 파업 정당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파업과 철도노조 파업을 중심으로
20161006 법률원 송영섭변호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파업과 긴급조정권
가. 긴급조정제도의 도입
긴급조정제도는 5. 16. 군부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1963년 노동법 개정으로 도입되었다. 당시 1963년 개정으로 긴급조정제도와 함께 도입된 것으로 복수노조금지조항 삽입, 조합설립심사, 노조의 정치활동금지, 임시총회소집권자 행정관청지명, 산별조직형태 강제, 공익사업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 발생신고에 대해 노동위원회 적법심사권 부여, 산재보상보험법 제정 등으로 노동3권의 급속한 후퇴가 이루어졌다.
나. 긴급조정과 단체행동권 봉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부터 80조까지 규정된 긴급조정제도는 쟁의행위가 ① 공익사업이거나,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②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고용노동부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긴급조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공포시로부터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이내에 조정성립 가망이 없다고 인정한 경우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중재회부 여부 결정하고, 중재회부한 경우 나머지 15일 동안 중재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다. 중재에 회부되어 중재재정이 되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그 이후 쟁의행위는 금지된다. 중재회부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론상 30일 이후 쟁의행위가 가능하나, 긴급조정 결정이 행해진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중재에 회부되고 중재재정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긴급조정 결정이 되면 그 이후 쟁의행위는 금지된다고 볼 수 있다.
다. 긴급조정 요건의 엄격해석의 요청
긴급조정제도는 현존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쟁의행위를 일정기간 중지시킴은 물론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함으로써 앞으로의 쟁의행위를 금지시킬 수도 있는 강력한 수단을 포함하고 있어, 자칫 대규모의 쟁의행위에 관하여 쟁의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긴급조정제도의 해석과 운용은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긴급조정의 결정은, ①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또는 그 성질이 특별한 것일 것, ②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것이라는 두 가지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 할 수 있다. 쟁의행위의 ‘규모가 크거나 또는 그 성질이 특별한 것’은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에 관한 쟁의행위이더라도 그 규모나 성질상 공익사업에 준할 정도로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이 ‘현존’한다 함은 쟁의행위로 인한 영향이 현실화하여 국민경제의 현저한 저해나 국민의 일상생활의 현저한 위험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긴급조정의 문제점
현대자동차지부 파업이 긴급조정결정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현저히 국민경제를 저해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상황이 발생하였는가가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9월 28일 현대차 파업으로 12만1천167대, 2조7천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되었다고 하면서 긴급조정을 언급하였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중단 시간에 생산가능대수를 곱하고 차량의 판매가를 곱하는 방식의 셈법이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손실규모의 산정은 그런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1) 전체 생산률에서 국내공장의 비율
현대자동차는 미국, 중궁, 인도, 체코,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지에 해외공장을 두고 월 2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해외공장에서의 총 생산대수는 2,029,136대로 한달 평균 253,642대에 이른다. 국내공장의 한 달 생산계획은 14만대를 밑돌고 있다.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을 합한 전체 생산률에서 국내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가량으로 국내생산률이 전체 생산량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되어 있다.
(2) 국내생산실적과 해외공장의 생산실적의 비교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공장에서의 생산계획이 139,500대이고 생산실적이 75,571대로서 54%의 달성율을 보였다고 되어있는데, 그와 더불어 올해 해외공장의 생산실적이 7월 209,074대에서 8월에 274,768대로 65,694대가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다. 회사의 자료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해외공장에서 국내공장의 생산계획과 실적의 차이를 뛰어넘는 증가를 기록하였다.
(3) 생산중단으로 매출손해가 발생되었는지
현대자동차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외공장을 통해 생산산 대수는 앞서 본바와 같이 총 2,029,136대인 반면, 판매실적은 총 491,750대이다. 위 기간만을 놓고 봤을 때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중 무려 1,537,386대가 재고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국내공장의 올해 8월 매출 계획 140,500대 중 판매실적은 91,025대로 실제 판매실적은 생산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사정이며, 그에 따라 국내공장도 상당한 재고가 있다고 한다.
(4) 소결
긴급조정에서는 파업으로 손해의 위험이 있는가가 아니라, “현저히 국민경제를 저해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이다. 전체 생산량 중 국내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고, 국내공장만을 놓고도 생산계획 중 반 이상을 달성하고 있으며, 해외공장의 생산 증가가 국내공장의 생산계획과 생산실적의 차이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판매실적에 비추어 매출에 대응할 수 있는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중단이 바로 매출손해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파업을 두고 쟁의행위를 강압적으로 중지시켜야 하는 “현저히 국민경제를 저해할 위험이 현존”한다고 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마. 제도개선방안
현대차 파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장관의 발언에서 보듯이 현행 긴급조정제도는 추상적이고 불합리한 요건 규정에 근거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사업장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박탈시킬 수 있는 악법 조항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이 공표하는 즉시 적법하게 진행되어 온 노동조합의 파업이 하루아침에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대한 완전한 박탈에 까지 이르게 되는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본질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기본권 제한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행정부의 명령에 의한 기본권 제한조치로 헌법 제76조 제1항에서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제2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여 긴급조치의 주체와 절차를 엄격히 정하고 있다.
긴급조정제도는 긴급조정결정과 중재재정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노동쟁의 분야에서의 대통령 긴급조치와 유사하다. 따라서 긴급조정권 남용을 통한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절차적 엄격성을 강화하여야 하고, 그 방안으로 긴급조치와 동일하여 긴급조정의 결정 주체를 대통령으로 개정하여, 요건에 대한 엄격심사와 더불어 긴급조정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
가. 경과
기획재정부에서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함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간에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었고, 철도공사는 단체협약 부칙 제5조에 근거하여 철도노조 측에 임금체계에 관한 보충교섭을 요구하였고, 철도노조는 위 요구를 수락하여 2016. 5. 17. 보충교섭에 관한 절차합의를 체결한 후 2016. 5. 20. 1차 본교섭과 2016. 5. 27. 2차 본교섭을 진행하였다. 1차 본교섭에서는 철도공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충교섭안을 제시하였고, 2차 본교섭에서는 철도노조가 노동조합의 입장 및 요구안(① 차등 없는 임금, 직급 개편, ② 임금체계변경에 따른 임금수준 저하 금지, ③ 성과평가를 이유로 한 조합원 해고 금지, ④ 2014년 신규입사자에 대한 연봉제 철회)을 제시하였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요구안에 대하여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더 이상 교섭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2016. 5. 30. 이사회를 개최하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수규정 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개악하였다. 이에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지속적인 교섭불응에 항의하면서 5. 30.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고, 노사는 1차례 조정기한을 연장하기까지 하였으나, 3차례에 걸친 조정회의에서도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였던바, 결국 조정불성립으로 조정이 종료되었다. 철도노조는 2016. 6. 22.부터 같은 달 24. 사이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재적조합원 대비 70.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였다.
나. 파업 목적의 정당성
(1) 쟁점
철도노조가 쟁의조정절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모두 이행하고 진행하는 파업에 대하여 주체와 절차,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정당하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철도공사는 오로지 ‘임금체계’가 교섭대상이라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고용노동부도 유권해석과 보도자료를 통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쟁의행위 목적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내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관철하기 위한 것(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조, 제2호 제6호)’을 말하며, 근로조건이란 근로계약 상의 조건 내지 약속사항과 노동관계에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을 말하는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그 밖의 대우 등이 해당된다(법 제1조 제5호). ‘임금’에는 임금의 결정‧계산과 지급방법, 임금의 산정기간‧지급시기‧장소‧방법, 임금체계의 수립과 변경, 승급에 관한 사항, 퇴직금‧상여금‧각종 수당에 관한 사항 등이 모두 포함되는바, 성과연봉제는 단순히 임금지급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임금체계의 전면적인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문제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교섭대상에 해당한다. 또한 철도 단체협약 제5조 제1항은 ‘공사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제 규정‧규칙을 제정 또는 개폐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실시는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인 동시에 나아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의 개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어느 모로 보나 사용자인 공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는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철도노사간의 기존 단체협약
철도노조와 철도공사는 2005. 1. 1.부터 한국철도공사법에 의거하여 구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설립됨에 따라 2004. 12. 30.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하여 공사 전환․설립 이후의 임금체계에 관한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이에 따르면, 공사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는 연공에 따른 임금상승을 특징으로 하는 호봉제로서, 임금 항목은 직무급과 근속급을 합한 기본급, 상여금 및 제 수당으로 구성된다. 지난 10여 년간 노사는 위 노사합의와 위 임금체계를 전제로 매년 임금협약을 체결하여 연도별 임금인상율(호봉승급분 포함)과 세부 수당 등의 지급내역을 조정하여 왔다. 따라서 현행 임금제도(호봉제)는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사항이고, 성과연봉제의 실시는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그 도입 형태 여하와 관계없이 철도노조와 철도공사의 단체협약 부칙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보충협약의 대상이 된다.
(4) 법원의 판례
법원은 비단 ‘임금’뿐만 아니라 ‘임금에 관한 규정의 개정’도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협의해야 할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사항이라면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즉, 사용자가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취업규칙의 제․개정에 관하여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토록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취업규칙의 개정’ 자체도 단체교섭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사용자의 일방적 성과급제 실시에 반발하여 쟁의행위를 한 알리안츠 파업 사건에서, 성과급제는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고 의무적 단체교섭대상이자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라고 판시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다.
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목적성 인정
중앙노동위원회도 철도노사 간의 분쟁을 적법한 쟁의대상으로 판단하고 조정절차를 진행했으며, 조정 불성립으로 조정종료결정을 함으로써 합법성을 인정하였다. 철도공사는 자신이 ‘교섭의사를 철회’하였으므로 ‘교섭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하”를 구하고, 단체교섭에서 논의해야할 ‘교섭대상’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취업규칙에 관한 권리분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지도”를 하여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i) 조합원들의 ‘임금체계’는 단체교섭에서 논의되어야할 교섭대상이고, (ii) 단체협약 부칙에 따라 절차합의를 체결하고 2차례 본교섭을 진행함으로써 '임금체계‘에 관한 단체교섭이 개시된 이상 철도공사는 성실하게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사용자의 일방적 교섭 철회 주장이나 교섭대상 아님 주장은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해태․거부에 불과)고 보아 철도공사의 ‘각하’나 '행정지도‘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라. 철도공사의 주장은 스스로의 행위와 모순되는 것
무엇보다 철도공사 스스로가 임금체계 개편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단체교섭대상이라고 판단하여 무려 7차례에 걸쳐 노동조합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노사가 교섭에 관한 정식 절차합의를 체결하여 2차례 본교섭을 진행하기까지 하였는 바, 이제와서 파업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임금체계’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실제로 단체교섭을 진행한 스스로의 행위와 모순된다.
마. 결론
따라서 성과연봉제의 도입 여부 및 그 구체적인 내용은 조합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체계 내지 임금지급 결정방법과 임금수준을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사항이자 정당한 파업목적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철도공사나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사용자의 선행행위(7차례 교섭요구)와도 맞지 아니하고, 헌법 및 노동관계법의 단체교섭대상 및 쟁의행위의 목적에 관한 법리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전혀 법률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도 배척된 억지 논변에 불과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