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김영훈 위원장, 15차 ILO 아태총회 기조연설
-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에 관한 기본협약, 87호, 98호 비준 촉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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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일본 교토에서 12월4~7일 개최. 지난 14차 부산총회에서 <아시아 양질의 일자리 10년>을 선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이 노력하기로 약속. 이번 총회는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구체화. 각국 노사정 대표들은 전체회의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기"라는 제목의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의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하여 총회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 김영훈 위원장은 6일 오후 전체회의 기조연설에 나선다.
□ 제15차 ILO 아태총회 기조연설문 /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존경하는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님, 의장님, 각국 노사정 대표여러분, 여러분들과 함께 중요한 논의에 참여하게 돼 기쁩니다.
2006년 부산에서 개최된 14차 ILO 아태총회에서 <아시아 양질의 일자리 10년>을 선언한 후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로부터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G20이 등장했으나,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부담은 민중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습니다. 현재 각국 정부들은 재전건전성을 강조하며 다시 신자유주의로 회기 했고, 세계 곳곳에서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튀니지아, 이집트 민중봉기로 시작된 “아랍의 봄”은 만연한 실업과 낮은 임금 등 빈곤 확산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습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운동은 학자금 대출과 고용시장 축소로 고통 받는 청년‧학생에서부터 일자리를 잃고 채무에 빠진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민중들이 동참했으며,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15차 ILO 아태지역 총회는 전 세계 민중들의 외침에 화답해야 합니다.
여러분!
사무총장 보고서는 지난 4년간 양질의 일자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얼마만큼 성과를 이루었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의 현실은 절망적입니다. 한국의 많은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 구호는 비유가 아닙니다. 올해만 해도 해고된 노동자 여러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과장하며 손쉽게 대량해고를 하고 있으며,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에서 해고란 아무런 사회적 보호 없이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초인적 고공농성을 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을 회복했다지만, 허울뿐인 수치 아래 정작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확산되기만 합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재벌과 기업의 수익회복을 위해 노동자들의 삶을 희생시킨 결과입니다.
몇 가지 지표를 들어보겠습니다. 재벌과 기업의 수익률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노동소득 분배율은 오히려 하락했고 실질임금 역시 하락했습니다. 임금불평등도 확대되어 저임금계층이 28%에 이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0%에 미달합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35%가 근속년수 1년 미만의 단기 근속자입니다. 40%가량의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역시 증가하였고, 특히 체감 청년 실업률은 20~30%에 이릅니다. 2010년 현재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약 2200시간으로 OECD 최장입니다. 이 모든 지표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양질의 일자리 10년이 아닌 불안정한 일자리 10년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각국 대표 여러분,
오는 12월 9일은 한국정부가 ILO에 가입한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20년이 되도록 가장 기본적인 협약인 87호, 98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는 한국 노동자들은 겨우 11.3%에 불과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여 그들 중 1.7%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수차례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최근 ILO의 권고를 거슬러 노조법을 개악함으로써 한국 정부는 또 다시 국제적인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협상에 관한 권리 보장은 양질의 일자리 1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입니다. 저는 한국을 비롯하여 아태지역 모든 정부가 결사의자유와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노동기준을 외면한 양질의 일자리 10년은 불가능합니다. “임금 억압을 통한 재벌의 수익성 보장”이라는 현재 정책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노동자 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더욱 고조시킬 것입니다. <아시아 양질의 일자리 10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질임금·실질소득 확대,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 중단, 재벌과 금융자본 규제, 이것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님, 의장님, 각국 노사정 대표여러분, 감사합니다.<끝>
201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