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논평] 점입가경이라더니... 안철수 후보의 대선 경쟁 상대는 민주노총인가?
최근 안철수 후보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노총 혁파 시리즈를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마치 안철수 후보의 대선 경쟁 상대가 민주노총이나 되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더해 저만치 앞서가는 두 명의 유력 후보를 에둘러 돌려 까기 했으니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의문의 1패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안철수 후보 스스로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무지와 선입견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며 나아가 이런 인식으로 나라의 대통이 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앞으로 안철수 후보의 민주노총 혁파 시리즈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겠으나 우선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과 공무원, 교원 노조의 타임오프 법제화다. 우선 그의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시각 교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민주노총의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먼저 좀 알아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노동자는 엄연한 기업경영의 한 주체다. 노동이사제는 이를 반영해 노동자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제도이고 보편화된 제도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그 참여비율이 전체 이사회의 절반에 달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여전히 노동자는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이고 부속품으로 여겨진다. 감히 노동자가 자본가와 함께 한 테이블에서 기업의 경영을 논하고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끔찍하게 여기는 안철수 후보 그리고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힌 자본가와 지배층에 의해 미뤄지고 막혀 왔던 제도가 노동이사제다. 하지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이사진 가운데 참여하는 소수의 노동 이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될까?
이의 실행을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다수의 공공기관과 지방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노동이사제를 거품을 물로 반대하는 이유는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그 흐름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미 노동이사제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부터 재계와 사용자단체 그리고 수구언론이 그렇게 호들갑을 떤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안철수 후보는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지키는 첨병이자 호위무사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하기에 민주노총은 이 제도의 안착과 더불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자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기업경영에 반영될 수 있은 노사공동결정기구를 요구하는 것이고 노조의 조직률을 높이며 산별교섭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의 사회적 적용률을 높이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 삼은 타임오프에 대한 무지와 편견도 심각하다. 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활동과 전임자의 역할은 이미 그 자체로 공적인 활동이다. 전임자들의 주된 업무인 조합원들의 고용과 임금,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한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후진적 노동탄압의 상징이었던 공무원, 교원 노동조합의 법외 노조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전임자들의 활동 보장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공적인 노동조합과 노조 전임자의 활동 보장에 유급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전임자의 활동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의 협의로 그 규모와 보장 방안을 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공무원과 교원은 신분상 사용자가 정부이니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협의하고 이행하면 될 일이다. 또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 기관과 기업의 경영 및 일체의 행위가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향상되는 의식 가운데 하나는 노동에 대한 이해와 의식이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노동권 신장, 산업 전환기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아닌 안전하고 질 좋은 일자리의 확대와 보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러한 시대정신에 역주행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 답보도 그 뒤떨어진 시대의식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가 아닐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당선 가능성도 희박한 대선 후보의 말인지 막걸린지 모를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깨고 주는 민주노총의 충고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각과 비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2022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