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故김용균 노동자 재판 1심 선고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결국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숨값은 2,500만 원 이었고, 사람이 죽어도 실형을 사는 책임자는 없으며, 법 위반은 있으나 대표이사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김용균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을 강력규탄한다. 1심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위반되고, 위험이 방치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원청인 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이사는 무죄를 선고하고, 원 하청 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책임자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정부 차원의 특조위까지 구성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밝혀낸 진상조사 결과를 철저히 무시하고, 법 위반은 있으나 대표이사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법원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심 판결은 김융균 노동자 유족에 대못을 박은 판결이며,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투쟁에 나섰던 노동자 시민을 우롱하는 판결이다.
백번 양보하여 재판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되기 이전의 법률을 적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형사책임은 사업주와 해당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 고용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원청에 22개 위험작업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안전조치, 보건조치에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 사망에 대한 판결에서 가물에 콩 나듯이 원청 현장소장 등을 처벌하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작업장은 위험한 작업장이었고, 법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용 관계를 들먹이는 재판부 입장은 인정할 수 없다. 더욱이 김용균 노동자는 실질적 고용 관계임을 드러내는 수많은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또한, 여러 건의 대법원 판결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위반은 전형적인 결과적 가중범으로 해석해 왔다. 산안법의 의무 규정을 몰랐다는 것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김병숙 대표이사에게는 위험성이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죄도 무죄로 판결했다. 김병숙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10개월이 지나는 동안에 발전소의 대표적인 위험설비인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며, 몰랐다는 것만으로 산안법 위반의 처벌을 면할 수 없는데도 사업을 총괄하는 김병숙 대표이사에게 두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의 실질적 원인을 외면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결 중 사용자에 유리한 판결만 취사선택하여 <법 위반은 있으나 대표이사는 무죄> 라는 판결을 만들어 냈다. 재판이 거듭되고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김용균 노동자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하다가 죽었다며 모든 책임을 고인에게 떠넘긴 회사 책임자들에게 믿음으로 화답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지속적인 재판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아울러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법원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양형절차 특례 도입 등 법 개정 운동도 전개해 나갈 것이다.
1심 판결은 법원의 태도를 명확하게 확인시켜 줌으로써 원청 처벌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에 더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제정해서 규제가 과도하다는 기업과 경총 등 경영계는 이제 파렴치한 거짓 선동을 멈춰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방치해도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사법부를 규탄하며 김용균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아간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 경기도 양주 삼표 채석장, 판교 엘리베이터 건설 현장에서 죽어간 또 다른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며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2년 2월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