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두 달 만에 7명. 죽고 또 죽는 여수산단 노동자 죽음의 행진.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작년 12월에도 이일산업 폭발사고로 3명의 조합원을 가슴에 묻었던 여수산단에서 또 8명의 조합원이 죽고 다치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태어난 지 한 달 갓 지난 아기를 기르던 새내기 아빠, 결혼식 날짜를 받아놓은 예비신랑, 32살 청년 건설 노동자도, 59세 YNCC 노동자도 기업의 탐욕과 정부와 지자체의 수수방관 속에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의 이 피 끓는 분노를 어찌할 것인가? 민주노총은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족에게 죄인이 된 심정으로 비통하고 참담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민주노총은 유명을 달리하신 조합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며, 치료 중인 조합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아울러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신속한 심리치료 지원을 요구한다.
여수산단은 화약고라고 불릴 만큼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여천NCC에서는 2001년 10월 가스관 이음새 보수작업 중 수소가스가 폭발해 작업자 1명이 숨지는 사망사고가 있었다. 2006년 1월에는 여천NCC 1공장에서 냉매오일 유출 사고로 2명이 중화상을 2008년 5월에는 가스 누출에 따른 화재로 2명이 다쳤다. 여천NCC 합작 투자사이자 공동 대표이사 중의 하나인 DL케미컬은 2013년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한 대림산업이다. 당시 대림산업은 노동자 과실을 주장하다가 노동조합의 조사와 폭로로 작업허가서 발급을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바 있다. 작년 이일산업 폭발사고에서도 109건의 법 위반과 과태료 부과 대상 280건이 적발되었다. 2013년 대림산업 사고 때와 유사하게 작업허가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유증기가 나오는 탱크에서 용접작업을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여수산단에서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46번의 화재 및 폭발, 감전, 끼임 등 각종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3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43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 2013년 대림산업 폭발사고 당시 지역의 노동 시민사회는 국가산단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장기간 투쟁을 했었다. 그 결과 2016년 여수시 화학물질안전관리 조례가 제정 됐지만 조문으로만 있을 뿐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예방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화섬연맹은 노후 산단의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시설관리를 법제화 하라는 요구를 수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달라지지 않는 현장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32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갔고, 급기야 두 달 사이에 7명이 죽는 참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노총은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특히, 대림산업, 이일산업 참사 때 드러났던 것처럼 작업허가서 발급을 위조하는 등 산재은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각종 꼼수와 편법이 없도록 노동조합과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누적되어왔던 여수국가산단 전체의 문제이다. 그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완강하고 강고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22년 2월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