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처벌 회피와 노동자 책임 전가에만 급급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 산안법 개정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경총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규탄한다
지난 5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건의서를 제출했던 경총이 오늘 위험의 외주화 방지대책을 전면 부정하고, 노동자 책임 전가를 위한 산안법령 개악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시민의 반복된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 의식도 없는 경총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5월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을 2명 이상 사망으로 하고, 적용대상 법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한정하며, 경영책임자에서 대표이사는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열어놓고, 형사 처벌 삭제 등을 요구했다. 경총의 주장대로 하면 법의 적용대상은 10건 이내로 줄어들고, 7명이 사망한 대전 현대 아울렛 참사도 제외되며, 대기업은 중대재해 관련 대표이사 처벌은 원천적으로 막히고, 그 처벌도 기업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에 대해 경총은 처벌보다 예방이라며 법 개악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오늘 정작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령도 후퇴와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산재사망의 80%가 발생하는 중소사업장을 앞세워 위험성 평가 벌칙 도입 전까지 적용유예를 주장하면서 정작 위험성 평가 정착 전까지 벌칙 도입에는 반대 입장을 냈다. 처벌보다 예방이라면서 지난 10여 년간 벌칙 없이 시행되어 70%가 미실시였던 위험성 평가 제도의 벌칙 도입이라는 최소한의 대책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외국에서는 위험성 평가가 추정과 결정까지만 있어 개선 조치까지 포함하는 한국은 개선 조치 미이행까지 처벌하게 된다는 식의 궤변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결국 위험성 평가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반대하며 예방도 처벌도 안 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전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을 부정하고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원청에 시설, 공정의 모든 권한이 있고 원하청의 수직적, 수탈적 관계인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여 원청에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조치에 공동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과하고 다단계하청이 있더라도 최종 원청이 예방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산안법 전부 개정이다. 경총의 주장대로 하면 이제 원청은 하청노동자 중대재해에 책임을 지지 않고, 3-4단계 하청에서는 직전 단계 하청이 원청이 되는 기막힌 현실로 되돌아 가게 된다. 산안법이 이렇게 개악되면 중대대해처벌법의 원청 처벌도 불가능하게 된다.
셋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히 대피시키며, 현장 개선을 하고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은 상식이다. 경총의 주장대로 하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노동부가 현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작업중지를 할 수 없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사고와 죽음에 경총은 어떠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전문가가 참여해서 작업중지 해제를 심의하는 <해제심의위원회>를 아예 없애라는 경총의 주장에 이르면 과연 이것이 OECD 산재사망 최상위를 수십 년 지속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이 할 말인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넷째, 경총은 노동자의 <협력의무> 라는 단어로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업처벌은 회피하고, 노동자 책임 전가를 제도화하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 및 안전교육을 비롯해 사업주의 조치에 대한 협력의무를 안전보건 규칙의 모든 조문에 추가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위험성 평가나 안전교육에 참여했다는 노동자에 대한 허위 서명 강요가 판을 치고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를 위한 활동시간 보장, 권한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은 지속 반대해 왔다. 현장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기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기준 확대 등 예방체계에 노동자 참여는 반대해 왔던 경총이 <노동자 협력의무>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경총의 주장은 기업처벌을 회피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대형 로펌과 밀착하여 수사부터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노동자 책임을 운운하며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처벌을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천인공노할 경총과 경영계의 요구를 윤석열 정부가 수용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TF와, 산업안전보건법령 정비단에서 경총의 요구를 논의하고 있다. 논의가 지지부진 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규제를 운운하여 노동부를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 힘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원포인트 개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총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음의 행진을 하고,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죽고 또 죽는 것이 현실이다. 경총은 노동자 시민의 사회적 요구로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법 무력화를 즉각 중단하고 기업의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을 다하라.
또한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에 다시 한번 요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총은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생명안전 후퇴 개악을 추진하는 모든 세력에 단호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2023년 8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