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뭐가 그리 궁하고 급해 예정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재입법예고 하나?
노동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노동조합 회계 공시와 연동한 소득공제를 갑자기 석 달이나 앞당겨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 재입법예고 했다. 시행령 개정에 대해 민주노총이 이미 지적한 위헌성 우려에 대한 법제처 해석은 거쳤는지 제도 적용을 받을 노동자들이 제기한 질문에 답변과 해석도 없이 일단 진행시킨다는 정부 행정에서 전체주의 독재 면모가 드러난다.
노동조합의 운영이 공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 관련한 법(노조법 등)에 의해 운영사항을 비치하고 공개하며 문제없이 운영되는 노동조합을 마치 큰 비리가 있는 집단처럼 매도하며 근거도 없는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부터 뜬금없는 회계공시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사실이 이러하기에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노동부의 재입법고시는 그 기저에 매우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재입법고시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소위 ‘13월의 월급’이라는 소득공제에서 제외하겠다는 협박이다. 경제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내일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전년 대비 상반기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소득공제에 대한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공제를 볼모 삼아 세칭 '돈 가지고 장난치는' 노동부의 행위는 치졸하다.
노동부는 소득공제가 국민의 세금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 거짓선동을 하지만 소득공제는 조합원이 노동을 통한 소득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이를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추가로 납부하거나 환급받는 제도다. 내가 낸 세금을 법에 의거해 돌려받는 것이다. 이를 회계공시와 연동시켜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노동부의 행위는 명백하게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갈라치기 위한 비열한 시도다.
노동조합비 세액공제 제도는 근로소득으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수익 보존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며 간접적으로는 대등한 노사관계 형성으로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도모를 진작하는 목적을 포함했다.
정부가 서둘러 시행하려는 회계공시를 전제로 한 세액공제 선별 적용은 고용특성상 초기업단위노조로 모일 수밖에 없어 조합원 수 기준 1000명을 넘을 수밖에 없는 기간제 비정규직, 공무직, 다단계 하층구조에 놓인 간접고용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원에게 혼란을 가중할 것이 뻔하다.
세액공제 효과가 미쳐야 할 비정규직, 상대적 저임금노동자들은 초기업노조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제도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 재개정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초래할 행정적 혼란과 현장 혼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시행령 개정 추진 당시에도 지적한 바와 같이 조합비는 노조에 세액공제는 조합원에 적용하는 책임과 혜택 주체가 다른 기형적 제도다. 때문에 회계공시 의무를 부담하는 노조를 산별초기업 노조로 할지, 교부금을 받는 노조 조합원으로 할지도 불명확하다.
4/4분기 조합비만 우선 회계공시 의무를 적용한다는데 세액공제를 받는 조합원 입장에서 연초 한해 분 조합비를 모두 완납한 경우, 9월까지 미납한 조합비를 4/4분기에 납부한 겅우 등 다양한 납부 현황마다 세액공제 적용 여부 다툼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은 이렇듯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행정개입과 시도에 맞서 이를 바로잡
겠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윤석열 정부 아래서 벌어지는 전반적인 노동개악, 노동탄압에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2023년 9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