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살아가기 힘들다
초단시간 여성,청년 노동자가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1월 1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초단시간 노동자가 157만7천명으로 전년보다 6만5천명 늘어, 전체 취업자(2천808만9천명)의 5.6%를 차지했다. 2000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이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 퇴직금, 유급 연차휴가 등을 받을 수 없고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대상도 아니기에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대부분은 청년과 여성이 주로 일하고 있는 음식,도소매,숙박업소에 밀집되어 있다. 전사회적으로 여성의 일자리가 얼마나 불안정해졌는지 알 수 있는 통계이다.
여성차별을 고착하는 직무급제,장시간노동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취약해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연구집단을 동원해 노동개악을 선포했다. 주단위 52시간으로 제한한 연장근로를 월단위 연단위로 바꿔 장시간 노동을 극대화하고,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러한 움직임은 여성노동자에게 심각한 노동권 후퇴를 낳을 수 있다.
자본은 연장근로 기간 변경으로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시간노동에 언제든 동원되어왔던 남성노동자들이 주로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돌봄을 담당하던 여성들은 단시간노동의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
또한 여성의 직무를 낮게 평가해왔던 노동시장의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여성의 일자리를 낮은 직급의 저임금 일자리로 고착하는 것이 바로 직무급제다. 무분별한 직무급제를 통해 성별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별임금격차를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성별임금격차는 직무만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채용,승진,근속,고용형태의 총체적인 차별의 결과이다. 임금제도를 직무급으로 바꿔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겠다는 윤석열정부의 망언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을 낳을 뿐이기에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돌봄의 위기는 여성노동의 위기
전지구적으로 코로나팬데믹을 겪으면서 돌봄노동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게 제기되었다. 돌봄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과 휴식 없는 장시간노동, 코호트 격리를 겪으면서도 사회의 안전과 돌봄을 위해 일해왔는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우개선은 뒷전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다시 팽개치고 있다.
지금 돌봄현장은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 돌봄공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적으로 출생율 저하로 영아를 주로 전담하던 민간영유아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는데,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할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예산 168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하는 행정으로 만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은 여전히 부족하고 환자와 노인을 돌보는 보건의료와 돌봄노동자의 일자리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책이란 것이 고작 수도권전철무임승차폐지로 또 다른 공정이데올로기로 사회를 분열시키면서, 아동돌봄시간의 확대 정도로 막음하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젠더폭력, 성폭력, 괴롭힘 여성의 일과정이 위험하다
신당역에서 여성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직장동료였던 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다가 결국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업무연관성이 밝혀지는 것과 함께 많은 여성들의 분노와 투쟁이 모아져 산재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노동현장에는 아직 피해 사실 조차 밝히지 못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돌봄,청소,음식,숙박업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은 피해자가 많아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기도 한다.
직장 내 성희롱과 젠더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어려워지게 된 계기 또한 생겼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제3차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성폭력 관련 5대 법률개정안을 발표했다. ‘비동의 강간죄’를 ‘적극적 합의와 동의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하는 것이 중심인 1) 형법 297조 강간죄 개정과 함께 2) 형법 제32장 제목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 3)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과거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 금지하는 조항 신설 4) ‘성적수치심’ 용어 개정 5)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해 괴롭히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여성운동이 제기하고 수년간 연구와 사회적 토론을 거쳐 마련된 개정안을 법무부의 압력으로 8시간 만에 철회하고, 법무부는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냈다.
윤석열정권은 선거운동 시 쏘아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곳곳에서 성평등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며 여성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사회는 후퇴해도 우리는 전진한다.
민주노총은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대에 맞서 사업장에서부터 노동조합을 지키고 민주적 변화를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노조법 2.3조를 반드시 개정되어,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과 함께 자신의 삶을 바꾸는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돌봄의 위기에 맞서, 누구나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돌봄정책을 쟁취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동조합이 투쟁해야 할 과제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을 나누고 저평가된 돌봄노동이 온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일터에서부터 모집과 채용에서부터 전환 배치, 승진, 임금, 퇴직까지 성차별적 고용관행이 사라지도록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성평등한 고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성평등민주주의로 일터를 바꾸는 2023년
민주노총사업장은 성평등단협체결을 위해 현장에서부터 투쟁할 것이다.
여남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한 모든노동자의 육아휴직 쟁취
채용에서 승진,임금까지 성평등한 고용을 위한 사업장 내 성평등추진체계 설치
여성에게 안전한 노동안전보건 환경 구성
괴롭힘과 차별이 없는 조직문화
전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지표가 될 것이다.
연대와 투쟁으로 만드는 성평등사회
윤석열정부의 여성가족부폐지공약은 단지 한 개 부처의 존폐가 걸린 공약이 아니다. 여성가족부폐지를 통해 20여년간 추진해 온 여성,노동계의 성평등정책이 후퇴되고, 성평등추진체계를 사회 전영역에서 사라지게 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기관의 행정 곳곳에서 성평등과 여성이 지워지고 성평등정책이 후퇴되고 있다. 한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한 정부의 업적도 아니고 특정한 시민사회영역의 운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끈질긴 토론과 숙의, 투쟁의 과정을 통해만 민주주의는 만들어진다.
여성가족부폐지를 막아내는 일은 여성단체의 몫이 아니고 성평등사회를 염원하는 노동자,시민사회 모두의 일이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스탑, 미투운동화 함께 하는 시민행동으로 여성운동 내에서 연대화 실천을 담보해 온 민주노총이 여성가족부폐지 저지투쟁에도 앞서 나아가는 당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선배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지만, 120년전보다 나아지지 않은 여성과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투쟁의 장이다. 일과 삶의 현장에서부터 성평등으로 민주주의를 새로 쓰는 과정에 민주노총에 앞장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