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조 밖 노동자 처우 개선,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어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87%의 근로자들도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라며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근로여건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 또 가입 여부에 따라 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환경이 격차를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는 많은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호’를 말하기에 앞서 더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유롭게 가입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더구나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와 노동조합 조합원 간의 처우에도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그 자체로 왜곡이다.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비조합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노동환경을 끌어올리는 것이 또 상식적이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데 열중해 왔다.근로기준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을 향해 ‘다쳐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유예를 주장해 왔다. 주에 120시간씩 일하라며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한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5인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에는 언급조차 사라졌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의제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논의는 빠진 상태다.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더 적게 벌고 더 오래 일하는 노동자를 사회의 안전망 밖으로 내몰기만 했다.
그런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를 운운하는 것에서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보다 ‘노동조합이 없어도 된다’는 식의 정부 주도 노조 파괴 공작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심은 이미 자명하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화물 노동자들의 바람을 폭력적으로 찍어 눌렀고, 건설 노동자들의 적법한 노동조합 활동을 ‘조폭’이니 ‘카르텔’이니 하는 말로 모욕했다. 노동조합의 회계장부를 검사하겠다고 나섰고, 근로시간면제제도를 검사하겠다며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했다. 노동 약자는 사회 안전망 밖으로 내몰고, 노동 약자들이 더는 밀려나지 않겠다며 찾은 노동조합을 파괴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정말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밑밥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이 정말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과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우선이다. 여전히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놔두고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 노동조건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노동조합을 파괴하라”는 직접 지시였을 것이란 의심을 거두고 싶다면 지금 즉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조법 2·3조 개정을 직접 지시해야 한다.
2024. 2. 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