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LO 이사회 의장국 자격있나
대한민국이 ILO 이사회 의장국 후보로 단독 추천되며, 오는 15일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의 의장 선출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1년만에 ILO 이사회 의장국이 되며, 윤 대사는 1년 임기의 의장직을 수행한다.
과정을 살펴보자면, 지역별로 돌아가며 의장직을 맡는데, 이번 차례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중 상임이사국인 일본, 중국, 인도를 제외한 한국(동아시아태평양), 부르나이(동남아시아), 방글라데시(서아시아), 오만(중동) 중 한국이 맡게 된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책적으로 약자 보호, 사회적 대화, 노동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며, 이번 ILO 의장국 단독 후보 통보에 대해 평가하였다.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는,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작년 5월 1일, 전국건설노조 양회동 지대장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하여 분신하였다. 이에 국제노동계는 분노하였고, 노동조합 국제조직 협의회는 정부의 노골적인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무 무시와 심각한 노동기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21년, ILO의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87호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 98호를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해 ‘현장실습생의 위험노동으로 인한 청소년 노동권 침해’(ILO 138호 협약)에 대한 ILO 전문가위원회의 입장 또한 부정하며, 국제적 망신살을 나날이 뻗치고 있다.
ILO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국내·국제적 노력 및 결사의 자유 확보 등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국제노동기준의 수립과 이행 감독에 기능하고, 노동기본권 및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ILO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그런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책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의장국으로서의 명예는 그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것이다. 노동약자와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말로 도리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멈추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삶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노동탄압을 강하게 규탄하며, 정부가 ILO 의장국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할 역할을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6월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