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성명·보도

[논평] 공허한 저고위의 저출생 대책 - 바보야, 문제는 노동이야

작성일 2024.06.19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2302

 

 

공허한 저고위의 저출생 대책 - 바보야, 문제는 노동이야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범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이하 저고위)가 오늘(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고위가 발표한 대책의 요지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개 핵심 분야로 지정하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저고위는 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교육 내실화, 지방균형발전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도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번듯한 말이다. 문제는 말만 번듯하다는 것이다. 저고위의 대책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단기-지엽적 대책에 그칠 뿐 아니라 현실성마저 결여된 허황된 대책이다. 저고위도 스스로 고용불안과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저출산과 혼인기피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을 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저고위가 제시한 아빠 출산휴가 확대, 출산휴가 통합신청제는 현실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대책이다. 지난 3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한겨레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남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언제든지 (육아휴직) 신청은 가능하지만, 부담을 느끼거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시간 단위로 쪼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도 내놨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유연근무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은 15% 남짓에 불과했고 그마저 대부분 대기업에 국한됐다. 말뿐인 지원제도를 만들어봐야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 노동자의 권리 신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요원한 대책이다.

 

저고위 대책의 진정성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고위는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육아지원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제 논에 물 대는 모양새다. 당장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의 임금을 그야말로 ‘후려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버젓이 열리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노동자의 헌법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지원 대상의 기본권은 박탈하겠다는 정부의 모순된 대책에 어떤 실효성이 있을 수 있나.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돌봄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나, 교육과 보육을 공적 영역에서 실사하겠다면서 공공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순된 정책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나.

 

이 지원 대책을 시행할 여력이 이 정부에게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책의 상당수가 감세, 현금지원 등의 현금성 지원 대책이지만 이 지원 대책을 실행하는데 들어갈 재원의 규모, 또 재원 마련의 방도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 정권 들어 이어지는 부자 감세로 이미 56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융투자세를 폐지하고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또 깎아주겠다고 나선 정부가 이 지원 대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결국 말뿐이고 허울뿐인 대책이다.

 

문제는 노동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가르치는 모두가 노동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고용의 안정이 위협받고, 노동소득만으론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된 저임금 노동자는 아이를 낳고 키워낼 수 없다. 문제는 공공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이다. 지금처럼 사회 안전망이 결여되고, 서로를 공동체로 인식하지 않는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아이는 자랄 수 없다. 하여 문제는 전반적인 정책 기조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올려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노동혐오 정책, 재벌기업과 자본의 입맛에 맞춰 최저임금을 깎으려는 반노동 정책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공동체를 복원하고 사회의 공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고 교육할 수 있도록, 노인과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의 부자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재벌기업의 부당한 착취를 멈추게 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모두 알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희망적이고, 더 안전하면 될 일이다. 관계 부처를 끌어모아 실현 가능성도 없고 근본적이지도 않은 대책을 발표하는 바보짓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제는 노동이고, 노동자의 삶이다.

 

 

2024년 6월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