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ILO 협약·권고 채택에
한국 정부도 적극 동참하라
- 113차 ILO 총회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 실현하기> 기준설정 안건에 대한 입장-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기술발전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방향과 거꾸로 가고 있다. 거대기술기업들이 만든 플랫폼 위에서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지만, 모든 위험과 불안정성은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규제가 닿지 않고 권리는 무력화되는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 실현을 위한 새로운 국제노동기준 수립이 113차 ILO 총회 (6.2~13, 스위스 제네바)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 노동자 대표(※양경수 위원장)를 맡은 민주노총은 다음 세가지 원칙이 관철되도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한국 정부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입장을 폐기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은 구속력 있는 ‘협약’과 정책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할 ‘권고’의 쌍으로 이루어진 형태여야 한다.
총회논의의 사전 절차인 노사정 설문조사에 140개 정부, 114개 사용자단체, 195개 노동조합이 답변을 제출했고 모든 노동조합과 93개 정부, 일부 사용자단체가 구속력 있는 협약 제정에 찬성했다. 플랫폼 경제를 규제하는 것이 시급하고 ILO가 주도하여 플랫폼 노동자가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국제노동기준을 새로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례없는 국제적 공감대가 확인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다양하고 진화하는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해결하는 데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구속력 없는 ‘권고’만 채택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에 동참했다. 노동시간, 최저임금,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노동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노동조건도 누리기 힘든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구속력 있는 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보호에 관한 각국의 의무를 규정하는 협약과 각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지침을 담은 권고의 쌍을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확인된 국제적 공감대를 훼손하는 것이아니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은 일반적인 국제노동기준을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보충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ILO가 정한 국제노동기준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며 여기에는 플랫폼 노동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권리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며, 또 기존 협약은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고유한 도전과제를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번에 수립할 국제노동기준은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포함한 국제노동기준이 정한 권리가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 하면서 플랫폼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이를 보충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은 위치기반 및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의 모든 노동자를 다뤄야 하며, 고용관계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또한 플랫폼 노동자를 사업자로 오분류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계약 형식이 아닌 실제 근무 현실을 기준으로 한 ‘사실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생활임금 수준의 임금과 투명한 임금 계산 방식 등 공정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고용형태와 관계 없이 모든 노동자가 동등하게 사회보장제도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폭력·괴롭힘으로부터 보호를 포함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조건이 결정된다.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업무 배정, 성과 평가, 보상을 결정하지만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이 이루어지는지 불투명하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알고리즘의 자동화된 결정이 최종적이어서는 안되고 인간이 검토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알고리즘의 오류나 편향을 교정하고 결정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간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은 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감시를 규제해야 한다. GPS 추적, 실시간 성과 측정, 소통 내용 기록 등 광범위한 감시는 노동자의 사생활과 인간적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감시의 범위와 제한, 데이터 사용 목적과 보관 기간에 대한 구체적 규칙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업무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지위에 있다. 노동관계에서의 권력 불균형을 고려한 특별한 데이터 보호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새로운 국제노동기준 채택에 적극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5.6.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