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효순·미선 23주기, 동맹을 넘어 평화와 자주를 외쳐야 한다
2002년 6월 13일, 경기 양주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중학생이 목숨을 잃은 지 오늘로 23주기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그날의 참혹함과 억울함, 그리고 전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켰던 이후의 처리 과정을 잊지 않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미군의 명백한 과실로 두 소녀가 죽임을 당했지만, 미국은 끝내 책임지지 않았고, 우리의 사법권은 철저히 배제당했다. 당시 “탱크라도 구속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광장을 뒤덮었고, 미국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고를 낸 미군을 본국으로 송환시켰다. 그들의 죽음은 단지 ‘사고’가 아니었으며, 종속적인 한미동맹이 낳은 비극이었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불평등한 한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를 등에 업고 한국 땅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일방적인 통상 압박과 경제 정책으로 한국의 민생과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주요 산업에 대한 무리한 관세 압박과 요구는 이 땅 노동자·민중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한반도를 대중국 전략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패권적 시도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우리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경제 수탈과 안보 위협은 미 제국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강요하며 한국을‘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취급하는 미국의 태도는 80년 전 점령군의 이름으로 이 땅에 들어온 이래 변함이 없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수탈은 굴욕적인 한미동맹의 민낯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배와 종속의 틀에 갇힌 한미동맹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 케케묵은 한미동맹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혈맹’이라는 허울 속에 숨겨진 착취와 수탈에서 해방될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을 조장해 온 친일·친미 내란 세력을 끌어내리고, 광장의 빛으로 출범한 정부이기에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길 바란다.
다극화라는 전 세계적 추세 속에서, 이 땅의 평화를 가로막고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동맹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트럼프의 경제·안보 수탈에 맞서, 80년 굴종의 세월을 끝내는 투쟁에 물러섬 없이 나설 것이다.
2025.6.1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