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
보 도 자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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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일(수) |
이승우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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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참여를 제약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 비판: 한국철도공사와 교육청 사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워킹페이퍼 발행
민주노동연구원 이승우 연구위원이 노동조합 참여를 제약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국내 사업장 사례와 선진국 제도를 토대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워킹페이퍼를 발표함.
자율 규제 시대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
- 정부보다는 노사가 현장 위험을 더 잘 알기에, 노동조합과 사업주가 자율적이지만, 능동적으로 안전보건 관리를 추진하는, 이른바 ‘자율 규제’ 안전 패러다임이 서구에선 오래 전부터 정착.
- 근래에 고용노동부도 자율 규제를 ‘자기 규율’로 번안하면서 ‘근로자 참여’ 강조하나, 여전히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분리하면서 노동조합의 권한 강화는 등한시함. 반면 서구의 자율 규제는 노동자 참여를 핵심 기조로 하되, 노동조합의 참여로 구체화함. 대표적인 제도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임.
-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노사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일터의 안전보건 문제를 다루고 개선 대책을 만드는 제도로서, 그것의 산재 예방 효과는 국제적으로 다수 연구를 통해 확인됨. 안전 선진국들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조합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 대조적으로 한국은 1982년 제도 도입 시점부터 현재까지 여러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를 제약해 옴.
사업주에게는 면제권이자, 노동조합의 참여는 저해하는 첫번째 제약
- 노동조합 참여를 저해하는 첫번째 제약은 대단히 한정된 설치 대상 범위임. 산업안전보건법은 업종과 규모(상시 100인 이상 등)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사업장 범위를 매우 협애하게 규정. 즉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조성. 일종의 ‘면제권’을 사업주에게 부여해 온 셈.
- 그로 인해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은 안전보건 문제에 참여할 유력한 수단과 참여 권한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함. 이에 그치지 않고 작은 사업장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그곳의 안전보건 관리는 더 부실해지는 모순이 지난 수십년 간 해소되지 않고 있음.
노동조합 참여를 저해하는 두번째 제약이자 제도적 맹점
- 둘째, 사업장 독립성 여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량적이며, 배타적 해석에서 기인하는 제약으로서 사회적으로 잘 포착되지 않았기에, 제도적 맹점임. 산업안전보건법은 대개 ‘사업장’ 기준에 해당될 때, 적용됨.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체가 하나의 사업장만을 소유하고 있다면, 문제가 복잡하지 않음. 하지만 복수의 사업장을 갖고 있다면, 산하 사업장이 본사로부터 독립되었는지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짐.
- 안전관리자 배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등 여러 제도들이 독립된 사업장에만 적용됨. 고용노동부는 인사노무·회계 관리, 경영 책임의 전속성,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분리 적용 등을 토대로 독립 여부를 판단함.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판단 기준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자의적 판단의 소지도 존재.
- 노동조합이 특정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해도 사업주가 거부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없음. 정부가 마지막 보루인데, 고용노동부의 보수적인 사업장 독립성 판단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필요한 곳에서 구성되지 못하는 폐단이 누적. 한국철도공사와 교육청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줌.
사업장 독립성 문제로 노조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가 제약되는 사례
① 한국철도공사: 전국적으로 22개 가량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되나, 사업주, 곧 사업의 대표자(사장)는 어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음. 이는 산안법 시행령의 대표자 참여 요건에서 어긋남.
- 본사에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으나, 고용노동부는 본사를 사업장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사측은 본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 본사 이외 사업장 단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정책 결정 및 예산 집행 권한 부족으로 안건을 중앙으로 이관. 하지만 중앙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의 의결사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중요 안건이 합의돼도 이행되지 않는 문제 반복.
- 2명의 철도 노동자가 사망한 구로역 모터카 충돌사고(2024년 8월)는 이원화되고, 부실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배후 원인을 제공한 단적인 사례임.
② 교육청: 현재 충남을 제외한 광역시도 단위 16개 교육청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구성됨. 교육청은 산하에 행정구역을 따라 다수의 교육지원청을 두고 있는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본청인 교육청에서만 설치됨.
- 처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동조합에서는 본청과 함께 교육지원청에도 설치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인해 좌절됨.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교육청 산하에 수많은 학교들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전체 학교를 포괄한 교육청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함.
- 개별 학교마다 시설물 등 물리적 작업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각각의 안전보건 이슈가 발생. 그러한 학교들의 숫자가 교육청에 따라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4,600개(경기도 교육청)에 이름.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교육청에 하나만 있다보니, 취합되는 안건은 최대한 공통적인 것으로만 정리됨. 현장의 다종다기한 안전보건 문제가 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충분히 다루어지기 불가능한 구조임.
해외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
- 영국: 업종이나 규모 기준은 없으나, 사업장 내 2명 이상의 안전 대표(노동조합)가 요구할 경우,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야 함.
- 스웨덴: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무 설치.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노동자, 노동조합 요구 시 설치 가능. 산별노조가 선임하는 지역 안전 대표가 5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활동을 수행.
- 덴마크: 상시 10-34명 규모의 모든 사업장(건설업은 5-34명)은 ‘노동환경기구’라는 명칭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작동. 35명 이상 사업장은 2단계로 나뉘어지는데, 하위 수준에선 노사 공동 보건안전 그룹이라는 관리기구를 구성하고, 상위 수준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즉 노사 협의를 통해 중앙과 하위 조직에 중층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조의 구축 가능.
- 캐나다: 상시 20명 이상 모든 사업장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 적용.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별도로 ‘정책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 중앙조직으로서 하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총괄. 온타리오 주는 다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된 사업체 내에서 그것들을 통합할 수 있는 ‘다중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를 도입함.
향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도의 개선 방향
- 첫째 제약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22년 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도 일정 정도 개선 계획(상시 30명 이상 등)을 발표했고,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 그러나 두번째와 관련해서 일말의 정책적 고민도 내예방 효과를 내는, 중요한 안전보건 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여러 제도적 개선이 요구됨.
- 4가지의 개선 방향을 제안함. ▲ 적용 대상 기준에서 업종별 제한 기준 삭제, 규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감안해 최대한 작은 사업장 적용, 동종 업종 소규모 사업장 간에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도입 ▲ 일터가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면, 이를 개별 사업장으로 간주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 다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한 사업체에서 이들을 노사 합의에 의해 통합 운영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 ▲ 300명 이상 사업체 가운데 본사 사업장과 분리된 사업장이 있는 경우,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외에 본사 차원의 중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