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심리없이 35억원‘노동자 손배’를 확정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하라
- 현대차 파견법 위반에 저항한 연대자 손배소,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에 부쳐 -
어제(7월 3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저항한 파업에 연대활동을 한 활동가 4명에 대해, 20억 원(확정 이자 포함 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을 심리조차 하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으며, 이 비정한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법원의 존재 이유와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첫째, 대법원은 헌법상 노동 3권을 형해화하는 '부당한 연대 책임'을 용인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대해 산별노조 활동가 등 연대자 4명에게 20억 원을 청구한 사건이다. 파기환송심에서 20억 원에 확정 이자까지 35억 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은 '달리 심리하지 않기로 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 스스로 2023년 상고심에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며 개인이 손해에 미친 인과성을 다시 판단해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파기환송했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이는 손해배상을 무기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뿌리째 흔드는 것을 법원이 방조한 비극이다.
둘째, 기업의 불법에 저항한 노동자에게 수십억 원의 책임을 지우는 불공정한 현실이 고착화되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에 대해 벌금 3천만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손해배상 소송을 노조파괴의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현대차는 15년 동안 노동자들에게 2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근 사망한 노동자의 70대 노모에게까지 소송수계 신청을 하였다. 반면, 이러한 기업의 명백한 불법에 저항했을 뿐인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은 수십억 원의 민사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힘없는 노동자는 그 누구도 감히 기업 범죄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그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지 못하도록 '판례'라는 족쇄를 다시 한번 채운 셈이다. 법이 국민의 권리 앞에 이토록 비정할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명령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2·3조 개정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개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연대한 이들에게까지, 심지어는 죽어서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바로 한국 노동권의 현주소이다. 사법부가 기업의 불법행위에 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법원이 이 비정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회와 정부는 이번 사법부의 퇴행적인 판단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키고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기업의 불법에 맞서 싸우다 전 재산을 잃고 가족까지 고통받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함께 연대하여 투쟁하는 일조차 가로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025년 7월 4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