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참담한 사대굴욕 관세 협상 타결
대미 종속 구조 거부한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굴욕적 합의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불확실성 해소’라 자화자찬하지만, 그 실상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굴복한 사대 외교의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등급의 무궁화대훈장과 금관 모형을 수여하고, 국빈급 의전을 제공하며 경제주권을 내줬다. 경제협력이 아니라 종속의 새 장을 연 협상이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일부 품목의 관세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25%에서 15%로“관세 인하”라 홍보한 자동차·부품 부문은, 실제로 한미 FTA에 따라 유지되던 0% 무관세가 15%로 인상된 것으로, 명백한 조건 악화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잃고, 국내 생산이 줄어들 위험에 놓였다. 정부는 이 자금을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기채(채권 발행)로 조달하여 국내 외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투자 조건을 보면,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직접투자이고, 1,500억 달러는 조선·해양 분야 협력 프로젝트다. 정부는 “10년에 걸쳐 매년 200억 달러씩 나눠 투자하므로 외환시장 충격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매년 대규모 외화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제도화한 셈이다. 게다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으로 자금을 충당한다는 정부의 설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운용수익은 매년 달라지고, 수익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외환보유액의 원금을 써야 하거나 새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 원금을 훼손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자랑하는 ‘연간 200억 달러 상환’의 본질은 국가 부채의 해외 이전이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해외 금융시장에 ‘보증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면, 해외 국채 매입자에게 갚아야 하는 부채가 되는 것이니, 결국 빚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는 셈이다.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이자는 결국 세금으로 갚아야 하기에,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또한 매년 200억 달러가 국내 공장 투자나 기술개발에 쓰이지 않고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새로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일자리와 산업이 점점 비어가는 ‘산업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전체 산업별 피해는 이미 예견된다. 자동차 산업은 기존 무관세에서 15% 관세가 새로 부과되며, 한미 FTA로 확보했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 국내 생산 물량 감소와 부품업계의 연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50% 고율 관세가 유지되어 수출길이 막혔고, 중소 제조업의 도산 위험이 커졌다.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는 기술과 생산기반의 미국 이전을 수반할 가능성이 커, 국내 일자리와 기술자산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은 미국 자본의 이익 앞에서 한국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협상의 본질은 미국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종속적인 구조적 문제에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대미 협상의 카드로 삼은 것을 단호히 규탄한다. 우리는 굴욕과 종속의 통상 구조를 거부하며,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미국 자본의 압력과 정부의 사대외교를 넘어, 노동자·민중 중심의 자주적 통상 질서를 세우는 투쟁의 전면에 설 것이다.
2025.10.3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