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건강‧의료 데이터 개방’ 압박,
감사원은 즉각 중단하고 헌법적 책무인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라
지난 2월, 감사원은 ‘인공지능(AI) 대비실태 II’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민감한 건강·의료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을 위한 제도개선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감사 보고서는 한국의 우수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AI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규정하면서, 가명정보 제공 시의 과도한 규제와 이중 심의절차를 개선하라는 지침이다. 하지만 본질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국민의 민감 정보를 민간 기업에 폭넓게 개방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제거하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헌법기관으로서 법적 역할을 망각한 감사원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감사 결과는 노동·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데이터 상업화’의 위험성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인공지능 개발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만 급급하다. 한국의 가명처리 기준이 충분히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건강정보는 성별, 소득, 질병 이력까지 포함된 극도로 민감한 정보로, 다른 정보와 결합 시 재식별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경고에는 귀를 닫고 있다. 특히 MRI나 CT 등 영상 데이터는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어 식별 위험이 더욱 높음에도 이를 민간에 원격 제공하라는 것은 국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다. 또한 양대노총은 건강정보가 악용되면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차별과 배제를 초래할 것이고 모든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기본으로 운영되는 공적보험 하에 축적된 ‘공공자산’이다. 따라서 건강‧보건의료 데이터 관리의 원칙은 기술적 편의가 아니라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과 공익성에 두어야 한다. 국민 한 사람의 건강정보는 그 삶 자체를 담고 있기에, 본인의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과학적 목적이라는 명분만으로 데이터를 개방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과 상업적 이해관계를 점검할 수 있는 별도의 공익심의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감사원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헌법기관이다. 건강‧의료 가명정보 활용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감사하여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산업적 이익과 국민의 기본권이 충돌할 때 어떤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지 판단하여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가 어떤 사회적 영향을 초래하는지 경각심을 갖고 건강‧의료데이터와 관련한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
아울러 정부는 AI 산업 육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보건의료 데이터를 일반 산업용 데이터와 동일하게 다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업의 ‘데이터 장사’에 노동자와 국민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거래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 4. 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