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개정 노 조법 100일, 본교섭 10곳뿐
시행령·해석지침이 법을 옥죄고 있다
노동부가 오늘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 사업장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 약 100일간(3.10~6.19.) 총 439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1,161개 하청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였고, 사용자성 등에 관한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된 원청은 141개소이며, 이 가운데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원청은 103개소이다. 그러나 상견례 등 본교섭 절차에 들어간 곳은 단 10개소에 불과하다. 1,161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는데 본교섭에 들어간 노조가 10개밖에 안 된다는 것은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노동부가 시행령과 해석지침, 매뉴얼을 만들면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노동부는 원청 단위 초기업교섭에 창구단일화를 강제하면 교섭 절차가 복잡해지고 현장 혼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우려를 외면한 채,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하면 노조 간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면서 오히려 노노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해석지침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공공부문의 사용자성 기준을 만들어 사실상 공공부문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범 사용자가 되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오히려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돌봄·생활폐기물 노동자의 노정협의체는 정부가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현재 공공부문 하청 노동자들은 지자체 등에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응하는 곳이 없고, 해석지침 때문에 노동위원회 절차에 돌입하는 것조차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실제 교섭이 이루어지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 시행령 등 행정지침이 노조법의 작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다.
정부의 대응도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방 관서 중심으로 애로사항에 대응'한다는 것이 전부다. 일 잘하는 정부를 자임하면서 내놓은 대책치고는 너무 안이하다. 정부부터 모범 사용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공공부문이 하청 노동자의 교섭에 즉각 응답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원청 사용자들 역시 하청 노동자의 노동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섭 응낙을 촉구하고, 의도적으로 교섭을 지연·해태하는 사례가 없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하청 노동자들이 피눈물로 만들어낸 법이다. 정부가 법령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초기업교섭 창구단일화 절차를 만들고, 공공부문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이중 잣대를 내세워 개정 노조법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정부는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즉각 개정해야 한다.
2026. 6. 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