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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산재은폐를 산재은폐라 부르지 못하는 노동부, 쿠팡에 면죄부를 줬다 - 고용노동부 쿠팡 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

작성일 2026.10.22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304

[성명]

 

산재은폐를 산재은폐라 부르지 못하는 노동부, 쿠팡에 면죄부를 줬다

- 고용노동부 쿠팡 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

 

 

오늘(22일) 고용노동부가 쿠팡 계열사 기획감독 결과와 고 장덕준 노동자 산재은폐 고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 1월 감독에 착수한 지 무려 9개월 만이다. 그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받아 든 결과는 역시나였다. 쿠팡의 불법은 줄줄이 확인됐지만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에서 노동부는 이번에도 물러섰다.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이 적발됐다. 합의금이나 관리자 면담으로 산재 신청을 취하하게 만든 산재은폐 2건이 새로 드러났고,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지연제출도 25건이다.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조차 없고 지게차와 노동자가 뒤섞여 일하는 현장에서 쿠팡은 “안전한 일터”를 홍보해 왔다.

 

사실은 확인했는데 "부적절했다"로 끝낸다는 것인가. 노동부는 고인이 숨진 2020년 10월, 김범석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쿠팡은 CCTV로 고인이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간 시간까지 분류했고, 근로복지공단에는 고인의 모습이 없는 영상을 먼저 냈다. 노동부는 쿠팡의 위기 대응 매뉴얼도 제출받았다. 유가족과 언론이 제기해 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불기소 의견이다.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지났을 뿐 아니라, 쿠팡이 사망 사실을 보고했으니 애초에 산재은폐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조직적인 산재은폐 및 불법파견 등 혐의 확인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던 노동부는 이제 “부적절했다”고 말한다. 일한 기록을 지우고, 과로사가 아니라고 여론전을 펴고, 고인이 찍히지 않은 영상을 내밀어도 산재은폐가 아니라면 산재은폐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노동부의 좁디좁은 해석이 산재은폐죄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

 

공소시효는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전인 2025년 10월에 이미 끝났다. 2020년 당시 노동부는 물류센터 기획감독 중이었고, 노동부 스스로 감독관이 CCTV를 열람하고도 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소시효 도과는 쿠팡의 면죄부가 아니라 노동부 실패의 결과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노동부는 산재 신청을 취하하거나 회사와 합의한 노동자들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합의서의 누설금지 조항이 피해자들의 입을 막았고, 쿠팡은 합의서 제출을 거부했으며 압수수색 신청은 기각됐다. 돈으로 입을 막는 이 구조 자체가 산재은폐다.

 

블랙리스트도 면죄부를 받았다. 노동부는 퇴사자 명단을 만들어 채용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자사 채용에만 썼다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는 각각 다른 회사다. 계열사끼리 명단을 돌려 썼다면 그것이 바로 다른 회사의 취업을 막은 것이다. 노동부는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았는가.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라 불려 온 PIP에 대한 처분은 과태료 70만 원이 전부다. 노동부는 이를 ‘성과향상프로그램’이라는 쿠팡의 이름으로 불렀고, 해고 사례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1월에 엄중 조치를 약속했던 불법파견도 결국 인정되지 않았다.

 

2024년 권고한 노동강도 경감 조치 3가지를 쿠팡이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대책은 또다시 “지도”다. 과태료는 사업장당 평균 1천8백여만 원, 연매출 수십조 원의 쿠팡에게는 비용일 뿐이다. 2020년 이후 쿠팡에서 3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과태료 몇 푼으로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민주노총은 쿠팡에 면제부를 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용노동부는 사업장별 위반 내역을 포함한 감독 결과 전문을 공개하라.

- 고용노동부는 산재은폐 2건을 경영책임자까지 수사하고 강제수사로 합의서에 감춰진 산재은폐의 전모를 밝혀라.

- 고용노동부는 블랙리스트·불법파견 판단을 재검토하라.

- 고용노동부는 3회전 배송, 고정 야간노동 등 노동강도 문제에 대해 이행을 강제하는 시정조치를 내려라.

- 검찰은 노동부의 불기소 의견에 기대지 말고 고 장덕준 사건을 철저히 다시 들여다보라.

- 국회는 남은 국정감사에서 노동부의 늑장 감독과 면죄부 판단 경위를 파헤치고 김범석 의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워라.

- 김범석은 유가족과 사회 앞에 직접 사죄하라.

 

고 장덕준 노동자의 죽음 이후 6년, 진실은 드러났다. 이제 남은 것은 책임이다. 쿠팡을 바꾸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10.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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