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붙는 日군사대국화>(상)국방백서 軍현대화 뭘 노리나
이병선 기자/leesun@munhwa.co.kr
군사력 증강과 자위대의 역할확대에 관한 일본정부의 총체적 청사진을 담은 ‘2001년판 방위백서’가 6일 발표됐다. 이번 백서는 지난해 12월 ‘신 중기 방위력정비계획’(2001∼2005년)이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그 구체적 지향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백서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등 동아시아 정세의 불투명성을 명분으로 군사력 증강에 나서려는 일본정부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혁명 시대를 맞아 군사력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첨단무기 개발과 구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방위백서에 나타난 일본 군사력의 향후 추이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백서는 ‘신 중기 방위력정비계획’ 기간에 총 25조1600억엔(약 260조원)을 들여 항공기, 선박, 전차 등 각종 전투장비들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자위대 체계를 정비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같은 거액을 투입하려면 일본은 매년 국방예산을 0.6%씩 늘려나가야 한다.
장비교체 사업의 주된 3가지 분야는 ▲방공능력 ▲주변해역의 방위능력 및 해상교통의 안전확보능력 ▲상륙침공 대처능력의 향상 등이 꼽힌다. 방공능력 향상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요격전투기 F15의 레이더 탐지능력과 전파방해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 개수에 착수하며,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을 도입한다.
해상방위능력과 관련해서는 호위함과 잠수함을 새롭게 건조하며, 초계기 P3C와 초계헬리콥터 SH60J, 소해정, 수송헬리콥터 등을 새롭게 개발·도입하게 된다. 또 상륙침공 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화포와 로켓포, 전차, 장갑차, 다목적유도탄 등을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장비가 있다. 백서도 별도의 난을 통해 이들 장비의 도입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전투기나 수송기의 비행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공중급유기’의 도입이다. 계획기간중 4기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자위대의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확보 목적이 그야말로 ‘자위’에 국한된다면 이런 장비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은 지난해 연립여당 내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으나 정부와 자민당은 ‘국제공헌’을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오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퇴역하는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2척을 대체할 새로운 호위함(DDH)은 기준배수량을 2배로 늘린 1만3000t급으로 건조계획을 세웠다. 건조비는 1척당 10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호위함은 55명 이상 탑승 가능한 초대형 헬리콥터 MH53E 4기를 동시에 이·착륙시킬 수 있다. 사실상 ‘경(輕) 항공모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항공모함 건조는 해상자위대의 오랜 염원이었다. 아무리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항공모함이 없으면 독립적인 군사작전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83년 수직 이·착륙전투기 ‘시어리얼’ 20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 항공모함 건조계획을 차기 방위력정비계획에 포함시키려다 주변국들의 따가운 눈총과 미국의 반대로 좌절한 바 있다. 이밖에도 최첨단 전투기 F2, P3C의 후속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신형 초계기, 현재의 74식 전차를 대체하는 신형 전차 등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첨단무기들이다.
/도쿄〓이병선특파원 leesun@munhwa.co.kr
<가속도붙는日군사대국화>(중) 가상敵 만들기
이병선 기자/leesun@munhwa.co.kr
일본은 80년대까지 옛 소련을 ‘가상적’으로 삼아 군사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올해 방위백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극동 러시아군의 전력은 1990년 이후 축소경향이 보이기 시작해 현재는 절정기에 비해 큰 폭으로 삭감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90년대 군비증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제1차 중기 방위력정비계획 기간이었던 1995∼2000년에 국방비는 연평균 0.9%씩 증가세를 보였다.
90년대 군사력 증강의 명분은 “국제정세의 불투명·불명확성”이었다. 일본정부는 95년 채택한 ‘방위계획대강’에서 “냉전의 종결로 세계적 규모의 무력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멀어졌으나 각종 영토·종교·민족문제 등으로 다양한 지역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핵 병기와 미사일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기본인식을 밝혔고, 이같은 정세인식은 올해 방위백서에도 전제로 깔려있다.
이에 덧붙여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한데 이어 올해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계획과 군사전략을 자세히 분석, 중국을 사실상 새로운 ‘가상적’으로 삼는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백서는 중국의 군사전략이 80년대에 ‘대규모 전면전쟁’을 중시하는 전략에서 ‘국지전’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으며, 91년 걸프전 이후에는 장래 최대위협이 ‘하이테크 국지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략방침에 기초해 군사력 정비의 방향을 ‘양적 규모형’에서 ‘질적 기능형’으로, ‘인적집약형’에서 ‘과학기술집약형’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백서는 중국의 ‘정보전’ 능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인용, “중국은 ‘사이버 전쟁’이란 개념을 군사용어, 조직, 훈련 및 독트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며했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 훈련시설 등에서 훈련받은 컴퓨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넷 부대(net force)’ 개념을 추구하고 있고, 97년 이후 대규모 훈련을 수 차례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정권 등장 이후 미·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일·중간 군사적 대결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흐름이다. 백서는 또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재래식전력 감축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이병선특파원 leesun@munhwa.co.kr
이병선 기자/leesun@munhwa.co.kr
군사력 증강과 자위대의 역할확대에 관한 일본정부의 총체적 청사진을 담은 ‘2001년판 방위백서’가 6일 발표됐다. 이번 백서는 지난해 12월 ‘신 중기 방위력정비계획’(2001∼2005년)이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그 구체적 지향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백서는 중국의 군사대국화 등 동아시아 정세의 불투명성을 명분으로 군사력 증강에 나서려는 일본정부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혁명 시대를 맞아 군사력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첨단무기 개발과 구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방위백서에 나타난 일본 군사력의 향후 추이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백서는 ‘신 중기 방위력정비계획’ 기간에 총 25조1600억엔(약 260조원)을 들여 항공기, 선박, 전차 등 각종 전투장비들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자위대 체계를 정비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같은 거액을 투입하려면 일본은 매년 국방예산을 0.6%씩 늘려나가야 한다.
장비교체 사업의 주된 3가지 분야는 ▲방공능력 ▲주변해역의 방위능력 및 해상교통의 안전확보능력 ▲상륙침공 대처능력의 향상 등이 꼽힌다. 방공능력 향상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요격전투기 F15의 레이더 탐지능력과 전파방해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 개수에 착수하며,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을 도입한다.
해상방위능력과 관련해서는 호위함과 잠수함을 새롭게 건조하며, 초계기 P3C와 초계헬리콥터 SH60J, 소해정, 수송헬리콥터 등을 새롭게 개발·도입하게 된다. 또 상륙침공 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화포와 로켓포, 전차, 장갑차, 다목적유도탄 등을 신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장비가 있다. 백서도 별도의 난을 통해 이들 장비의 도입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전투기나 수송기의 비행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공중급유기’의 도입이다. 계획기간중 4기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자위대의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확보 목적이 그야말로 ‘자위’에 국한된다면 이런 장비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중급유기 도입은 지난해 연립여당 내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으나 정부와 자민당은 ‘국제공헌’을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오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퇴역하는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2척을 대체할 새로운 호위함(DDH)은 기준배수량을 2배로 늘린 1만3000t급으로 건조계획을 세웠다. 건조비는 1척당 10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호위함은 55명 이상 탑승 가능한 초대형 헬리콥터 MH53E 4기를 동시에 이·착륙시킬 수 있다. 사실상 ‘경(輕) 항공모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항공모함 건조는 해상자위대의 오랜 염원이었다. 아무리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항공모함이 없으면 독립적인 군사작전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83년 수직 이·착륙전투기 ‘시어리얼’ 20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 항공모함 건조계획을 차기 방위력정비계획에 포함시키려다 주변국들의 따가운 눈총과 미국의 반대로 좌절한 바 있다. 이밖에도 최첨단 전투기 F2, P3C의 후속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신형 초계기, 현재의 74식 전차를 대체하는 신형 전차 등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첨단무기들이다.
/도쿄〓이병선특파원 leesun@munhwa.co.kr
<가속도붙는日군사대국화>(중) 가상敵 만들기
이병선 기자/leesun@munhwa.co.kr
일본은 80년대까지 옛 소련을 ‘가상적’으로 삼아 군사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올해 방위백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극동 러시아군의 전력은 1990년 이후 축소경향이 보이기 시작해 현재는 절정기에 비해 큰 폭으로 삭감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90년대 군비증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제1차 중기 방위력정비계획 기간이었던 1995∼2000년에 국방비는 연평균 0.9%씩 증가세를 보였다.
90년대 군사력 증강의 명분은 “국제정세의 불투명·불명확성”이었다. 일본정부는 95년 채택한 ‘방위계획대강’에서 “냉전의 종결로 세계적 규모의 무력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멀어졌으나 각종 영토·종교·민족문제 등으로 다양한 지역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핵 병기와 미사일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기본인식을 밝혔고, 이같은 정세인식은 올해 방위백서에도 전제로 깔려있다.
이에 덧붙여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한데 이어 올해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계획과 군사전략을 자세히 분석, 중국을 사실상 새로운 ‘가상적’으로 삼는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백서는 중국의 군사전략이 80년대에 ‘대규모 전면전쟁’을 중시하는 전략에서 ‘국지전’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으며, 91년 걸프전 이후에는 장래 최대위협이 ‘하이테크 국지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략방침에 기초해 군사력 정비의 방향을 ‘양적 규모형’에서 ‘질적 기능형’으로, ‘인적집약형’에서 ‘과학기술집약형’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백서는 중국의 ‘정보전’ 능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인용, “중국은 ‘사이버 전쟁’이란 개념을 군사용어, 조직, 훈련 및 독트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며했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 훈련시설 등에서 훈련받은 컴퓨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넷 부대(net force)’ 개념을 추구하고 있고, 97년 이후 대규모 훈련을 수 차례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정권 등장 이후 미·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일·중간 군사적 대결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흐름이다. 백서는 또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재래식전력 감축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이병선특파원 leesun@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