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9.4 기사***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법무부는 4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민법에서 호주 개념을 없애는 한편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혼 또는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 성 대신 새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부부가 합의시 자녀가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호주'의 개념은 민법상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는 일이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사라지게 된다.
입법예고된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민법에 있는 호주에 관한 규정 및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에 관한 규정 등이 삭제됐고, 호주와 가족구성원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규정도 삭제됐다.
또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것을 따르되 혼인신고시 부모의 협의에 따라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가능토록 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가사소송법 등 `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101개 법률중 51개 법률에 있어 `가족'이라는 단어와 호주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한편 호주제 폐지에 따라 현행 가족 단위 신분등록제를 대신할 방안으로 논의된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은 대법원이 관장하는 호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여서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국회의결 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민법 개정안의 경우 공포시점부터 2년 후에 시행토록 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현재 유림을 중심으로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고 국회에서도 찬반양론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돼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연합뉴스 9.5 기사***
호주제 폐지안, 여성.유림계 대립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이윤영 기자 = 법무부가 지난 4일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그동안 이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왔던 여성계와 유림을 비롯한 보수단체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법안 심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성부는 회기내 법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보수단체들은 최대한 이를 막기 위해 국회 '로비'를 비롯한 각각의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막판 세 싸움이 한층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일단 정부가 마련한 민법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국회의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부의 입법안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하는 등 다소 미흡하긴 하나 여성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한 진일보한 안"이라며 "국민의 열망에 따라 올해 중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26일 이경숙 상임대표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면담을 가진데 이어 현재 법사위를 비롯한 국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일대일 설득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구경숙 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아직까지 국회의원들이 호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고, 오해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지역 여성단체들을 동원, 해당 지역구 의원 설득 작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계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들이 참여한 '호주제폐지 시민연대'는 오는 20일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한마당 대회를 열고 대국민 홍보활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개천절인 다음달 3일에는 시청앞에서 여성단체연합, 여성문화예술기획, 여성해방연대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여성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반해 성균관을 중심으로 한 유림계는 정부의 호주제폐지 법안 입법예고에 반발하며 강력한 입법 저지투쟁에 들어갔다.
최근 최근덕(崔根德.70)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신임 성균관장으로 선임하며 조직을 재정비한 성균관은 지금까지의 산발적 군중 동원식 집회활동에서 벗어나 실질적 효과적인 가족법수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균관은 5일 기존의 `가족법개악저지투쟁위원회'를 `가족법수호기획단'으로 확대 구성했다.
성균관장을 단장으로 전국 향교대표 등 각 지역유림인사 30명으로 구성된 가족법수호기획단은 이번에 입법예고된 호주제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15명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개인별 밀착마크에 나서 호주제폐지법안 반대 각서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성균관은 이와 함께 호주제폐지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에 대비해 여야정당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작업을 펼치는 한편, 정기국회 회기중에 여의도에서 대규모 가족법수호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호주제수호국민연합(이하 호수연, 공동대표 봉태홍.홍정식)도 5일부터 국회 앞에서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으며, 앞서 지난 3일에는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호주제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또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호주제 수호 1천만인 서명 및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호수연측은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는 미혼모나 이혼녀가 있다면 일부 조항을 고치면 될 것"이라며 "호주제를 아예 폐지할 경우 가족개념이 사라져 개인주의가 더 팽배하고 미혼모 급증, 이혼율 증가 등 심각한 폐단이 우려되기 때문에 법 통과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shg@yna.co.kr
yy@yna.co.kr
2003/09/05 10:48 송고
*** 중앙일보 9. 5 기사 ***
[호주제 폐지 일문일답] 姓 바꿔도 친부 상속 가능
'호주"가족' 法용어 모두 정비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바뀌나.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호주제가 없어지면 호적도 없어지나.
"호적이란 개인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신분관계 변동을 공인.공시하는 문서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현행 호적은 없어지지만 개인의 출생.결혼.입양.사망 등의 신분관계 변동을 공인.공시하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야 한다. 이번 특위에서는 현행 호적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꾼 아이의 경우 새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나.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꿨다 하더라도 새아버지와 친자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아버지와 상속과 관련된 권리.의무 관계는 전혀 없다. 또 성을 바꾼 경우라도 친아버지와의 친자관계는 계속 유지되므로 친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다."
-성을 바꿀 경우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새로 도입되는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부모와 배우자.자녀가 함께 등재된다. 따라서 친아버지는 개인별 신분등록상의 부모란에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기재된다."
-미혼모 자녀의 경우 현행 가족법에 따르면 친아버지가 인지신고를 하면 무조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돼있다. 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는 변화가 없나.
"혼외 자녀의 경우 친부모가 합의하면 원래 쓰던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합의하지 못한 경우라도 가정법원에서 아이의 복리를 위해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하면 이를 따라야 한다."
-이혼한 여성이 꼭 재혼해야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나.
"아니다. 자녀의 성을 바꾸는 기준은 '자녀의 복리'며, 이에 대한 판단은 가정법원에서 한다."
-성을 바꾼 자녀가 성장해 다시 친부의 성을 찾고 싶다고 하는 경우 구제방법이 있나.
"성을 바꾸는 문제는 가정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할 문제이므로 또다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형제.자매가 등재되지 않는데 이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부모의 신분등록을 검색해 보면 자녀란에 본인과 형제.자매가 함께 나와 있으므로 확인이 가능하다. 현행 호적에도 결혼한 형제.자매가 안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부부가 결혼할 때 합의한 경우 모계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는데 현행 '입부혼제'와는 어떻게 다른가.
"남성이 결혼 후 여성의 호적에 들어가고 자녀의 성은 어머니 성을 따르는 '입부혼(入夫婚)'은 현행법상 남자 형제가 없는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에만 성립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조건과 관계없이 어느 부부든 혼인신고시 합의만 하면 자녀성을 어머니 쪽으로 따를 수 있게 했다."
-가족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시행하도록 한 이유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적법은 물론 '호주'와 '가족'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다른 법령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법 정비에 시간이 걸린다."
[가족법개정특위 이승우위원장 인터뷰]
"자녀 姓 변경 법원서 판단"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의 산파역을 맡았던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의 이승우(李勝雨.54) 위원장은 성균관대 교수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대표적인 찬반 그룹이 여성계와 성균관 유림이란 점에서 그의 역할은 통념을 경쾌하게 비껴간 셈이다. 입법예고 하루 전인 지난 3일 본사 회의실에서 李위원장을 만났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해체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만만찮습니다.
"민법상의 가족 개념은 사회통념과는 다릅니다. 현행법은 동일한 호적에 올라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규정합니다. 예컨대 딸이 장성해 결혼하면 남편의 호적에 입적하고, 장남을 제외한 아들의 경우도 결혼하면 분가하고 따로 호적을 만들지요. 결혼을 해 다른 호적을 가졌다고 그들을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가족해체라는 비판은 민법상의 가족 개념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겁니다. 일본도 패전 후 호주제를 폐지했지만 가족의 붕괴나 해체와 관계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호주제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까.
"호주승계를 제사 계승 및 가통 계승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호주승계는 제사상속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조상을 누가 봉사할 것인지는 법이 규제할 게 아니라 관습에 맡길 사항입니다."
-자녀의 성(姓)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습니다.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겪고 있는 고충을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성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마음대로 성을 바꿀 수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자녀의 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고통이 따르는지,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을 바꾸는 것이 나은지 등을 가정법원이 엄밀하게 따질 것입니다."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게 되면 이혼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도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없어 이혼을 주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자녀의 성도 바꿀 수 있게 되면 형제.자매를 구분할 수 없어 근친혼의 우려가 커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의 하나, 같은 형제.자매가 성을 바꿨다 해도 개인별 신분등록부에 적힌 부모의 이름을 보면 형제.자매 관계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호적제도에서도 8촌 이내의 친족이 같은 호적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적 하나만 보고 근친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은 현재나 개정 후나 마찬가지입니다."
-한편으론 호주제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으므로 굳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990년 민법개정으로 호주제는 실질적으로 사문화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을 평등하게 위치짓지 않고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면에서 헌법의 평등정신에 어긋나지요. 이 때문에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헌법에 위배되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입법예고를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지요.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새로운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입법적 결단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안이지요."
-국회 통과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연내 국회 통과를 기대하지만 확신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가족법 같은 예민한 문제가 부담스러울 테지요.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지는 않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위원 중 여성은 몇명입니까. 토론 과정에서 성대결을 한 적은 없었나요.
"법학자.법조인.관련 공무원 등 모두 10명이었는데 이 중 여성은 법학자와 변호사 각 한분씩 참여했습니다. 남녀를 떠나 사안마다 의견이 대립돼 쉽게 합의에 도달한 적이 없습니다. 다섯 시간 이상 계속된 마라톤 회의가 일쑤였습니다."
-혹시 몸 담고 있는 대학 내부에서 비판받은 적은 없습니까.
"(웃으며)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습니다. 70년대 가족법 개정을 주도했던 선배 교수도 저희 대학에 계셨는데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이지영 기자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법무부는 4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민법에서 호주 개념을 없애는 한편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혼 또는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 성 대신 새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부부가 합의시 자녀가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호주'의 개념은 민법상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는 일이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사라지게 된다.
입법예고된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민법에 있는 호주에 관한 규정 및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에 관한 규정 등이 삭제됐고, 호주와 가족구성원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규정도 삭제됐다.
또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것을 따르되 혼인신고시 부모의 협의에 따라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가능토록 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가사소송법 등 `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101개 법률중 51개 법률에 있어 `가족'이라는 단어와 호주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한편 호주제 폐지에 따라 현행 가족 단위 신분등록제를 대신할 방안으로 논의된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은 대법원이 관장하는 호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여서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국회의결 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민법 개정안의 경우 공포시점부터 2년 후에 시행토록 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현재 유림을 중심으로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고 국회에서도 찬반양론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돼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연합뉴스 9.5 기사***
호주제 폐지안, 여성.유림계 대립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이윤영 기자 = 법무부가 지난 4일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그동안 이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왔던 여성계와 유림을 비롯한 보수단체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법안 심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성부는 회기내 법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보수단체들은 최대한 이를 막기 위해 국회 '로비'를 비롯한 각각의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막판 세 싸움이 한층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일단 정부가 마련한 민법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국회의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부의 입법안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하는 등 다소 미흡하긴 하나 여성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한 진일보한 안"이라며 "국민의 열망에 따라 올해 중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26일 이경숙 상임대표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면담을 가진데 이어 현재 법사위를 비롯한 국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일대일 설득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구경숙 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아직까지 국회의원들이 호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고, 오해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지역 여성단체들을 동원, 해당 지역구 의원 설득 작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여성단체연합, 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계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들이 참여한 '호주제폐지 시민연대'는 오는 20일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한마당 대회를 열고 대국민 홍보활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개천절인 다음달 3일에는 시청앞에서 여성단체연합, 여성문화예술기획, 여성해방연대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여성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반해 성균관을 중심으로 한 유림계는 정부의 호주제폐지 법안 입법예고에 반발하며 강력한 입법 저지투쟁에 들어갔다.
최근 최근덕(崔根德.70)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신임 성균관장으로 선임하며 조직을 재정비한 성균관은 지금까지의 산발적 군중 동원식 집회활동에서 벗어나 실질적 효과적인 가족법수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균관은 5일 기존의 `가족법개악저지투쟁위원회'를 `가족법수호기획단'으로 확대 구성했다.
성균관장을 단장으로 전국 향교대표 등 각 지역유림인사 30명으로 구성된 가족법수호기획단은 이번에 입법예고된 호주제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15명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개인별 밀착마크에 나서 호주제폐지법안 반대 각서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성균관은 이와 함께 호주제폐지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에 대비해 여야정당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작업을 펼치는 한편, 정기국회 회기중에 여의도에서 대규모 가족법수호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호주제수호국민연합(이하 호수연, 공동대표 봉태홍.홍정식)도 5일부터 국회 앞에서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으며, 앞서 지난 3일에는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호주제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또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호주제 수호 1천만인 서명 및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호수연측은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는 미혼모나 이혼녀가 있다면 일부 조항을 고치면 될 것"이라며 "호주제를 아예 폐지할 경우 가족개념이 사라져 개인주의가 더 팽배하고 미혼모 급증, 이혼율 증가 등 심각한 폐단이 우려되기 때문에 법 통과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shg@yna.co.kr
yy@yna.co.kr
2003/09/05 10:48 송고
*** 중앙일보 9. 5 기사 ***
[호주제 폐지 일문일답] 姓 바꿔도 친부 상속 가능
'호주"가족' 法용어 모두 정비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바뀌나.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호주제가 없어지면 호적도 없어지나.
"호적이란 개인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신분관계 변동을 공인.공시하는 문서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현행 호적은 없어지지만 개인의 출생.결혼.입양.사망 등의 신분관계 변동을 공인.공시하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야 한다. 이번 특위에서는 현행 호적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꾼 아이의 경우 새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나.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꿨다 하더라도 새아버지와 친자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아버지와 상속과 관련된 권리.의무 관계는 전혀 없다. 또 성을 바꾼 경우라도 친아버지와의 친자관계는 계속 유지되므로 친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다."
-성을 바꿀 경우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새로 도입되는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부모와 배우자.자녀가 함께 등재된다. 따라서 친아버지는 개인별 신분등록상의 부모란에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기재된다."
-미혼모 자녀의 경우 현행 가족법에 따르면 친아버지가 인지신고를 하면 무조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돼있다. 드라마 '노란 손수건'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는 변화가 없나.
"혼외 자녀의 경우 친부모가 합의하면 원래 쓰던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합의하지 못한 경우라도 가정법원에서 아이의 복리를 위해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하면 이를 따라야 한다."
-이혼한 여성이 꼭 재혼해야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나.
"아니다. 자녀의 성을 바꾸는 기준은 '자녀의 복리'며, 이에 대한 판단은 가정법원에서 한다."
-성을 바꾼 자녀가 성장해 다시 친부의 성을 찾고 싶다고 하는 경우 구제방법이 있나.
"성을 바꾸는 문제는 가정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할 문제이므로 또다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인별 신분등록에는 형제.자매가 등재되지 않는데 이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부모의 신분등록을 검색해 보면 자녀란에 본인과 형제.자매가 함께 나와 있으므로 확인이 가능하다. 현행 호적에도 결혼한 형제.자매가 안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부부가 결혼할 때 합의한 경우 모계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는데 현행 '입부혼제'와는 어떻게 다른가.
"남성이 결혼 후 여성의 호적에 들어가고 자녀의 성은 어머니 성을 따르는 '입부혼(入夫婚)'은 현행법상 남자 형제가 없는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에만 성립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조건과 관계없이 어느 부부든 혼인신고시 합의만 하면 자녀성을 어머니 쪽으로 따를 수 있게 했다."
-가족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시행하도록 한 이유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적법은 물론 '호주'와 '가족'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다른 법령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법 정비에 시간이 걸린다."
[가족법개정특위 이승우위원장 인터뷰]
"자녀 姓 변경 법원서 판단"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의 산파역을 맡았던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위원회의 이승우(李勝雨.54) 위원장은 성균관대 교수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대표적인 찬반 그룹이 여성계와 성균관 유림이란 점에서 그의 역할은 통념을 경쾌하게 비껴간 셈이다. 입법예고 하루 전인 지난 3일 본사 회의실에서 李위원장을 만났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해체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만만찮습니다.
"민법상의 가족 개념은 사회통념과는 다릅니다. 현행법은 동일한 호적에 올라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규정합니다. 예컨대 딸이 장성해 결혼하면 남편의 호적에 입적하고, 장남을 제외한 아들의 경우도 결혼하면 분가하고 따로 호적을 만들지요. 결혼을 해 다른 호적을 가졌다고 그들을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가족해체라는 비판은 민법상의 가족 개념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겁니다. 일본도 패전 후 호주제를 폐지했지만 가족의 붕괴나 해체와 관계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호주제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까.
"호주승계를 제사 계승 및 가통 계승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호주승계는 제사상속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조상을 누가 봉사할 것인지는 법이 규제할 게 아니라 관습에 맡길 사항입니다."
-자녀의 성(姓)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습니다.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겪고 있는 고충을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성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마음대로 성을 바꿀 수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자녀의 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고통이 따르는지,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을 바꾸는 것이 나은지 등을 가정법원이 엄밀하게 따질 것입니다."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게 되면 이혼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도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없어 이혼을 주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자녀의 성도 바꿀 수 있게 되면 형제.자매를 구분할 수 없어 근친혼의 우려가 커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의 하나, 같은 형제.자매가 성을 바꿨다 해도 개인별 신분등록부에 적힌 부모의 이름을 보면 형제.자매 관계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호적제도에서도 8촌 이내의 친족이 같은 호적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적 하나만 보고 근친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은 현재나 개정 후나 마찬가지입니다."
-한편으론 호주제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으므로 굳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990년 민법개정으로 호주제는 실질적으로 사문화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을 평등하게 위치짓지 않고 호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면에서 헌법의 평등정신에 어긋나지요. 이 때문에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헌법에 위배되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입법예고를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지요.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새로운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입법적 결단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안이지요."
-국회 통과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연내 국회 통과를 기대하지만 확신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가족법 같은 예민한 문제가 부담스러울 테지요.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지는 않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위원 중 여성은 몇명입니까. 토론 과정에서 성대결을 한 적은 없었나요.
"법학자.법조인.관련 공무원 등 모두 10명이었는데 이 중 여성은 법학자와 변호사 각 한분씩 참여했습니다. 남녀를 떠나 사안마다 의견이 대립돼 쉽게 합의에 도달한 적이 없습니다. 다섯 시간 이상 계속된 마라톤 회의가 일쑤였습니다."
-혹시 몸 담고 있는 대학 내부에서 비판받은 적은 없습니까.
"(웃으며)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습니다. 70년대 가족법 개정을 주도했던 선배 교수도 저희 대학에 계셨는데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