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노조법 전면 재개정’이 바로 국제노동기준이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363차 보고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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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발표한 363차 보고서는, 우리나라 노조법 전면 재개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 비정규직과 공무원-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제한 등과 같이,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더욱 파국으로 몰아넣은 각종 노동정책들이 국제노동기준에 비춰 볼 때 크게 문제가 된다는 점이 잘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이번 ILO 보고서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노조법 전면 재개정’ 논의에 보다 진지하고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노동3권이 최소한의 상식과 보편적 인권의 수준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CFA)는 지난 3월15일부터 30일까지 313차 회의를 열어, 그간 제소됐던 각국 사건에 대한 ILO의 권고와 입장을 담은 363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민주노총이 국제노동단체와 함께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1865호 사건(노동기본권)과 2602호 사건(비정규직)이 포함돼 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에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인 법 개정을 단호하고 강력한 문구로 주문하고,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복수노조 도입 이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노조탄압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이를 계속 주목해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은 ILO의 오랜 입장이고 투철한 원칙이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 정부가 매우 조속히(very near future)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폐지(repeal)할 것”을 보다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는 ‘타임오프 제도를 통해 노조활동이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ILO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LO의 단호한 메시지는 그간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수차례 반복해 입법적 관여 사항이 아니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은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ILO는 또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민주노총의 ‘자율교섭’ 주장 역시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파업권’은 교섭대표노조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노조에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노조법이 오직 교섭대표노조에게만 파업권을 부여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또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 자율교섭을 실시할 것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비롯한 노조활동을 충분히 보장할 것 등을 재차 제기했다.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와 어용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관련 답변을 제출하지 않아 다뤄지지 못했으며, 이에 대해 ILO는 한국정부에 관련 자료제출을 촉구했다. 어용노조와 부당노동행위는 창구단일화 강제 제도의 성격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문제로, 한국정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ILO는 또 공무원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잇따른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서 반려를 문제 삼으며, 공무원노조에 대한 ‘불법단체’ 규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해직자과 6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가입 제한과, 시국선언-정치참여 봉쇄는 ILO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ILO는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의 어떠한 정치활동 참여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현실에서 불가능 한 것”임을 강조하고, “정치활동에 대한 일반적 금지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공무원노조 조합원의 표현의 자유 제한 등 공무원노조의 일상활동 침해와 조합원 징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파업권을 가로막는 ‘필수유지업무’에 대해서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개선 권고를 내린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갈수록 만연하고 있는 단체협약 일방해지에 대해서도 제한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 마련을 촉구하는 권고가 내려졌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죄)를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권고는 모두 민주노총의 노조법 개정요구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며, 정부가 일관되게 논의조차 거부해왔던 내용들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어느 지경까지 추락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ILO는 특수고용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보다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ILO는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해고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원직복직 및 재발방지 △현대차와 기륭전자에서 발생한 용역업체 폭력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 △사내하청 노동자 교섭권과 결사의 자유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는 민주노총의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및 원청 사용자성 인정’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관련해선, △대형화물트럭 운전자 등 특수고용(자기고용) 노동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에 따른 결사의 자유와 교섭권 보장 △특수고용노조의 연맹 및 총연맹 가입 보장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대한 특수고용 노동자 조합원 배제요구 철회 등을 명확히 못 박아 촉구했다. 특히 ILO가 ‘노동조합이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설립신고의 효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행정해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 점과 은 매우 큰 의의를 갖고 있다. ILO는 특고 노동자 노동자성과 관련하여, 군인과 경찰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에 대하여 노동조합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행정부의 설립신고 반려나 취소와 같은 자의적 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공식화하고, 이와 같은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 발표가 4.11 총선을 앞둔 시기에 이뤄진 것은 매우 큰 의의를 갖고 있다. ‘노동3권 실현을 위한 노동관계법 전면 재개정’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이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민주노총의 요구가 국제노동기준에도 부합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노동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19대 국회는 민주노총과 ILO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수준의 노동관계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한국 노동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거짓 선동을 멈추고, 그간의 ‘반노동 친재벌’ 정책을 당장 멈춰야 한다. 결사의 자유를 담은 ILO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 협약을 즉각 비준하고,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논의에 성실히 나서는 것이 일국의 정부다운 책임 있는 자세다. 민주노총은 노조법-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을 비롯한 ‘10대 우선입법 과제’ 실현을 위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와 같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즉각 수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
2012년 4월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별첨자료 : ILO발표 번역문, ILO 권고에 대한 각 조직별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