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한 시행령보다 기간제 예외조항 및 파견대상업무가 대폭 확대된 비정규법 시행령(안)을 확정했다. 기간제 예외조항은 전문자격자를 16개 직종에서 26개로 확대했으며, 조교 또한 특정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포함시켰다. 아울러 우체부, 택배 업무, 콜센터 등 파견대상업무 또한 확대했다 .
시행령은 6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공포되는데 악법인 비정규법에 근거해 제정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기업에게 비정규직 남용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기간제법은 비정규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고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예외조항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즉 2년 넘게 무한정으로 비정규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올해 초 경총은 예외조항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침까지 내린 바 있다.
이미 비정규법에는 예외조항이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특정업무 완성이나 출산․질병․군 입대로 인한 결원 대체인력, 만 55세 이상 노동자는 2년 넘게 사용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 여기에 시행령은 한술 더 떠 박사학위자, 정부의 실업복지 일자리, 의사․약사 등 26개 전문자격자, 전문가이면서 소득이 6천9백만원 이상인 자를 모두 기간제 예외조항으로 포함시켰다. 각 직업의 노동시장내 지위는 상관없이 '일정한 학력'과 '전문자격'만으로 이들 노동자들을 영구 비정규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고용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최근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상당히 심각하다. 주로 비정규법을 피해가기 위한 기업의 탈법적 행위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 및 업무를 간접고용(외주, 도급, 용역파견)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확산되고 있다.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업무와 이랜드 그룹 계열사인 뉴코아가 그 대표적 예다. 지난 9일 뉴코아는 직접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고 용역화하겠다고 밝혔다. 2년을 초과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는 조항과 차별을 시정을 비켜가기 위해 모두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은 이처럼 비정규법을 피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최근 확대 일로에 있다.
파견 노동 또한 간접고용의 한 형태로 중간착취와 노예노동의 대표격이다.
파견법은 원래 1998년 전문적 인력의 일시적 수요 대처 및 파견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는 정반대 결과가 발생되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불법파견이 확산되었으며 주로 단순기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난 수년간 파견노동이 사용된 업무는 비서․타자원 및 관련 사무원, 자동차운전원, 전화외판원(텔러마케더), 수금원이 전체 60~70%를 차지했다 이처럼 저임금 노동력의 활용 및 정규직업무의 대체방안으로 파견노동이 불법적으로 성행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시행령은 파견대상업무를 현행보다 60여개 직종을 대폭 확대했다.
"직장을 잃을까 불안하다"는 비정규노동자가 10명중 6명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설문조사 결론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불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정규법 때문이다. 유통, 금융, 공공부문 노동자 할 것 없이 비정규법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모두가 비정규법이 문제 있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정부만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꼴이다.
악법에 기초한 시행령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비정규법을 고착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간제는 그대로 일시․간헐적 업무에 한해 허용되어야 하며 파견대상업무도 현행 업무를 축소 조정하는 선에서 정리되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파견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제 불과 비정규법과 시행령 시행 시기는 한 달 남짓 남았다. 민주노총은 6월부터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과 시행령 폐기 투쟁에 온 힘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신자유주의의 최대 희생자, 이 땅 사회양극화의 중심부에 놓여 있는 비정규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민중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다. 이를 위해서 비정규법 및 시행령에 대한 진보진영 대응이 보다 적극화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