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에 즈음하여 >
1.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한반도 평화 정착을 향해 성큼 한 계단 올라서게 되길 바란다.
2. 김대중 대통령이 모두 열 네 번이나 후보에 올랐다가 올해서야 수상하게 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DJ 노벨 평화상'은 오랜 세월동안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여온 것을 배경으로 하고 최근 크게 진전된 남북관계를 핵심 계기로 해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영광이기에 앞서, 지난 50여 년 동안 독재통치와 분단체제에 맞서서 우리 국민들이 벌여온 고난에 찬 투쟁과 희생, 그리고 그 성과를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시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3.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아무쪼록 우리 사회의 발전에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현직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나라답게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반도와 남한 안에서도 진정한 평화를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50년 동안 꽁꽁 얼어있다 막 녹기 시작한 남북대치의 장벽을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더 확실하게 녹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이 유리한 조건을 잘 활용해서 진정한 자주 평화 통일의 기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4. 남한 안에서도 이번 수상을 계기로 흔들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고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자신이 평화와 뗄 수 없는 관계인 국민의 기본인권, 민주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정치를 펴야 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이끄는 정부에서 헌법이 보장한 국민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20여의 노동자가 갇히고 수 십 명이 쫓기는 현실은 더 이상 계속돼선 안되며,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이런저런 악법을 확실히 없애고 진정한 민주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주권을 포기하고 빈부격차를 크게 벌려온 잘못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로잡아 노동자 농민 서민들도 진정한 평화의 공기를 마시고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여 노벨상 수상으로 강화될 정부 여당의 입지를 발판으로 잘못된 정책을 밀고 가는 일은 없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