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세상을 바꾸자!
오늘날 세계 헤게모니국가인 미국과 WTO,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대안은 없다'고 강변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밀어부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1조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건설한 저 호화로운 아셈타워에서 지금 회의를 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각국 정부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윤율하락에 직면한 자본의 의식적인 프로젝트이고, 그 이익의 대부분은 금융투기의 길을 걷고 있는 초국적 자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한편 우리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면에 또 다른 세계화, 즉 '빈곤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선, 노동착취가 극심해지고 있으며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race to the bottom)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의 신축성'이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무자비하게 진행되면서 실업이 늘고 있고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노조결성자체가 어렵고 노조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에서도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인종적 편견이 겹쳐 더욱 심한 착취와 배제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여성의 희생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 위기가 도래하면 이윤의 논리와 가부장제가 결탁하여 여성 우선 해고가 자행되는 나라가 많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여성이 채우고 있다. 노조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임금은 정규직 남성에 비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작업장내 성희롱, 성추행은 증가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면서 매매춘에 내몰리고 있다.
셋째,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생태계파괴가 극도로 진행되고 있다. 남반구의 생태계를 비롯한 지구 전체가 산림개발, 대규모 댐건설 등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처참하게 짓이겨지고 있고, 유전자 조작 등으로 종다양성이 침해되고 있다. 이런 생태계파괴로 인한 피해는 인류전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다섯째, WTO체제하에서 농업이 자유화/개방화의 대상이 되면서 소농들이 몰락하고 있다. 소농들은 미국의 곡물메이져들을 비롯한 기업농들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과도한 빚에 허덕이면서 빈민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식품의 안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생태계파괴도 심해지고 있다.
여섯째,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 중에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는 주기적으로 외채위기를 겪고 있으며, 파산상태나 다름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국가주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제3세계의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및 노동권의 위기와 여성권의 훼손, 생태계파괴는 더욱 더 심각하다.
일곱째, 이외에도 지역간 국가간 집단간 갈등은 줄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해결수단으로 대소규모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냉전이후 주춤하던 군비확장경쟁도 다시 시작되었는데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계획과 전역미사일방어계획(NMD-TMD)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군비확장경쟁을 초래하며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아셈2000 신자유주의반대 서울행동'에 참가한 우리들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및 노동권과 여성의 권리의 완전한 확보, 생태계의 보전, 제3세계의 자주적인 발전을 위해서, 다음의 사항들을 아시아와 유럽의 각국정부에 요구하는 바이다.
-. 여성노동자/남성노동자, 이주노동자/국내노동자, 비정규노동자/정규노동자를 막론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완전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법령과 국제 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 3세계에서 외채위기를 빌미로 노동권을 훼손하는 구조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 생태계는 가능한 한 그 자체로 보존해야 하고 개발이 필요할 때는 중앙정부와 대자본의 의견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민주적인 의견이 수렴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활동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제 3세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 외환거래에 대해 과세를 해야 하고, 제3세계 외채를 전면 탕감해야 한다.
-.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을 보장할 외환통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 등 아셈 안에서의 추가적인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 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WTO, IMF, 세계은행 등 각종 국제기구의 폐지나 근본적인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초국적 자본에게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주는 대신 노동권과 생태계를 희생하는 양자간 지역간 '무역과 투자 자유화' 협정 체결에 반대해야 한다.
-. 전세계를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내몰고, 민중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계획과 전역미사일방어계획(NMD-TMD)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아시아 유럽 각국의 정부가 위와 같은 우리의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고 도리어 스스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가속화하여, 민중들에 대한 착취와 배제를 강화하려 할 경우 여기 모인 우리 아시아 유럽 민중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한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밝혀둔다. 시애틀, 다보스, 방콕, 워싱턴, 미우(Millau), 멜버른, 프라하를 거쳐 서울에 도착한 초국적 민중의 연대투쟁의 횃불은 다카르, 파리, 포토 알레그레(Porto Alegre)로 이어질 것이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세상을 바꾸자!
2000년 10월 20일
아셈2000 신자유주의반대 서울행동의날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