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 쟁점 민주노총 입장 (요약)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4일 주5일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합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주5일근무에 대해 재계가 처음 동의했다는 언론의 평가는 평가로 치더라도, 합의문 내용과 이를 둘러싼 각 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주5일근무제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이란 본래 취지에 맞게 도입될 지 크게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노사정위원회가 월차·생리휴가 폐지, 할증율 축소, 변형근로제 도입, 임금삭감 등 노동자들을 크게 자극하는 재계의 요구를 대변해 근로기준법 개악을 감행하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판단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악은 노동자들의 엄청난 저항을 받고 말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어떤 이유로든 월차·생리휴가 폐지 등 근로기준법 개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이를 감행한다면 98년 정리해고 도입에 이은 제2의 폭거로 규정하고 모든 조직력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밝히면서, 주5일근무제 도입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견해를 다시 한번 밝힙니다.
단계별 실시론 … 주5일근무제 정착에 장애만 만든다
1. 정부와 사용자 단체는 노동시간 단축의 가장 후진 사례인 일본의 사례를 들어 긴 기간에 걸쳐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단계별 실시방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10여년에 걸쳐 단계별로 도입했다는 정부와 사용주 단체의 주장은 88년 주48시간에서 97년 주40시간제 완료까지를 가리키는 것이며, 일본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가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89년에 44시간제를 도입한 이래 10여년이 걸려 겨우 40시간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에 비해서도 이행 속도가 훨씬 느립니다. 프랑스는 1936년에, 미국은 1938년에 주5일근무제를 도입했고 대부분의 선진국의 1970년대 이전에 도입했습니다.
2. 더구나 일본조차도 정부 주장처럼 주43시간, 주42시간, 주41시간 등 '억지' 단계를 거친 게 아니라 44시간에서 곧바로 40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주43,42,41시간의 단계를 거치자면 토요일 출근해서 3시간 → 2시간 → 1시간 근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주5일근무제 도입 취지를 살리자면 한꺼번에 주40시간으로 가야 합니다.
3. '실노동시간이 짧은 업종과 대기업부터' 규모별, 업종별로 단계를 둬 실시하자는 정부 주장도 노동자 내부 차별을 극심하게 하고, 특히 열악한 노동조건과 긴 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영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주5일근무제'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입니다. 따라서 주5일근무제는 노동조건 후퇴 없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업종과 규모의 구분 없이 전산업에 동시에 실시해야 합니다.
월차·생리휴가 없애면 주5일근무제 하나마나 … '시간단축 휴가확대 병행' 세계추세
4. 우선 정부와 사용주 단체 주장대로 월차·생리휴가를 폐지하면 노동시간은 그만큼 늘어날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53%를 차지하는 계약기간 1년 미만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일한 휴가를 뺏는 것이며, 여성 노동자들은 연 24일의 유급휴일을 잃게 돼 이것만으로도 주5일근무제는 실시하나마나한 셈이 됩니다.
우리나라 월차휴가는 변형된 연차휴가로 총 22일의 연월차 휴가일수는 국제노동기구(ILO) 최저기준인 '3주 이상'을 겨우 충족하는 수준인데 월차휴가를 폐지하면 10일의 연차휴가만 남게 되며, 대부분의 선전국이 연 4-6주에 이르는 유급휴가를 법이나 단체협약으로 보장하는 데 비하면 우리나라 휴일휴가는 오히려 더 늘려야 할 형편입니다.
5.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동시에 휴일휴가를 늘리는 것은 세계추세이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주40시간노동제를 도입했던 1936년에 2주에 머물렀던 연간 유급휴가를 점차 늘려 1982년 주39시간노동제를 도입하면서 연간 5주의 유급휴가제를 도입했습니다. 또한 최대 노동시간을 주 48시간, 연 130시간으로 제한하여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실 생활에서 충분한 휴식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장치가 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주5일근무제 도입을 이유로 월차·생리휴가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휴일휴가 확대와 병행해 '세계 7위 긴시간 노동국'의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할증율 내리면 노동시간 더 늘어나 … 현행 50% 외국과 비교해 높지 않아
6. 사용자 단체는 잔업이나 야근을 줄이기 위해 현행 50%의 초과근로 할증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과근로는 노동자들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사용주가 생산물량이나 업무량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증율을 낮추면 당연히 사용주는 초과근로를 늘리게 됩니다. 따라서 주5일근무 도입 당시 할증율을 높인 일본의 예에서 보듯 초과근로를 줄이려면 할증율을 오히려 높여야 합니다.
7. 사용자 단체는 또 현행 50%의 할증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78개 나라 가운데 44개 나라가 50% 이상의 할증율을 적용하고 있어 25%가 아니라 50% 이상이 세계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할증율을 25% 이상 적용하도록 한 ILO 조약의 취지를 곡해해서 25%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 역시 억지이자 ILO 조약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변형근로시간제 … 수당 없는 연장근로 속셈 … 노동자 건강 파괴
8. 변형근로제가 도입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1년 또는 6개월 단위의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을 주5일근무제 도입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파괴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현행 2주 또는 1월 단위의 변형근로제로도 경영에 필요한 만큼의 시간 운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현행 법으로도 주56시간 한도 내에서 1일 10시간 이상의 긴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사업별 특성에 따라서는 노사합의로 주56시간 이상 노동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1년 또는 6개월 단위의 변형근로제를 요구하는 것은 정규 노동시간이 주30시간대인 선진국 사례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자는 무책임한 주장이자, 연장근로수당 없는 연장근로를 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임금 깎으면 노동시간 줄지 않아 … 생산성 향상으로 추가비용 흡수 가능
9. 임금삭감 없는 주5일근무제는 14%의 인건비 부담을 준다는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법정 노동시간이 줄어도 실제 노동시간은 줄지 않는다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입니다. 또 인건비 비중이 겨우 9.8%에 불과한 한국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은 큰 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 도입 초기의 추가 비용은 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곧바로 상쇄됩니다.
10. '임금은 노사자율에 맡기고 주휴일은 무급화 한다'는 정부의 견해는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대로 한다면 사업장에 따라서 임금삭감 사례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월급제의 경우 월 초과근로를 제외한 임금총액이 유지돼야 하고, 시급제의 경우에도 시급을 올려 월 수령 임금액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휴수당을 유급으로 주거나 주휴수당을 시급 인상분으로 흡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덧붙인 자료 - <주5일근무제 쟁점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A4 쪽 10쪽 분량) : 위의 보도1025.hwp를 다운 받아보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