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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화염병 신고 보상금으로 화염병 시위 막을 수 있을까

작성일 2001.03.03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185
< 성 명 서 >

2000년--- 의사한테 뺨 맞고 노동자에 화풀이
2001년--- 김우중에 뺨 낮고 노동자에 화풀이
「화염병 시위·춘투 엄정 대처」 사회관게 장관 회의 결과를 듣고
'화염병 신고 보상금'으로 '화염병 시위' 막을 수 있을까

1. 최근 정부 하는 일이 심상치 않다. 오늘 3월3일 정부는 이한동 총리를 비롯해 법무, 행정자치, 산업자원, 보건복지, 노동장관 등을 참여시켜 사회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화염병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50만원씩 주던 보상금을 500만원으로 10배 올려 시민들이 스스로 신고하게 유도하고, 화염병의 경우 제조 운반 소지 투척자에 대해서는 사진 채증과 함께 전담반을 편성해 끝까지 추적 검거, 법정 최고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키로 하는 등 노동계 춘투에 엄중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화염병 전담 수사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2. 원인을 살피지 않고 '튀는 놈 잡아 끽 소리 못하게 하면 된다'는 발상이 마치 군사정권 말기와 비슷하다. 군인이나 경찰이 총을 사용하는 일을 두고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일과 같은, 화염병을 만들고 던지는 행위만을 따로 떼어 얘기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화염병 시위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도 똑같다. 그러나 화염병 신고 보상금을 열 배로 올리고 중형을 내리면 화염병 시위가 없어질까?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탄압이 심하던 군사정권 때는 왜 화염병 시위가 정권이 타도될 때까지 끝도 없이 이어졌는가? 문제의 본질을 살펴 근본원인을 치유하는 품격을 갖춘 정책으로 풀지 않고 치안논리 공안논리 경제논리로 노동문제를 풀려는 정부 태도에 우리는 진저리 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이 정권이 결국 이성을 잃고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오만과 독선과 무감각증에 빠진 것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떨칠 수 없다.

3. 연초에 대통령이 영국 대처수상의 저질 정치를 찬양하며 강한 정부론을 펼치고, 이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듯이 대우자동차에서 사상 최대 정리해고를 감행한 데 이어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을 단 사흘만에 수천 경찰병력을 투입해 진압한 건 정부였다. 아버지와 아들, 형와 아우, 산업재해 당한 장애인, 국가 유공자 할 수 없이 졸지에 강제해고에 살던 사원 아파트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거리시위를 벌이자 이번에는 경찰이 성당까지 쫓아 들어와 성직자를 두들겨 패고, 밥 먹고 있는 사람 10여명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고 가고, 버스 째로 노동자들을 차떼기로 연행하고, 애 없는 여인 60대 노인 할 것 없이 마구 때리고, 거리시위장에 헬기 띄워 선무 방송하고, 합법집회 원천봉쇄하고 닥치는 대로 불심검문하고…. 부평은 지금 계엄령 없는 계엄상태에 빠졌다. 유언비어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이 일은 화염병 신고 보상금 열 배로 올려 해결하려는가?

4.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시간에 김우중 대우 회장의 해외도피에 대해 "국외로 도피해 어디에 있는지 정부도 모른다. 소재파악 중이다. 절대로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 이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거짓말 한 게 아니라면, 정부의 정보능력이 형편없음을 드러낸 것이겠으나, 어쨋든 정부는 불법 분식회계로 수 십조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해외에 빼돌린 김우중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면서, 김우중과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에 희생된 노동자들만 더 못살게 하고 탄압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해 의료폐업이 일어나 전 국민의 생명이 볼모로 잡혔을 당시 이른바 '공권력'은 '공권력'이기를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호텔롯데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남북회담 장소에서 파업하는 못된 놈들 그냥 둘 수 없다'며 특공대까지 투입해 여성들을 36까지 쫓아 밀폐된 실내에 연막탄 터뜨리며 짓밟고 심지어 임산부가 유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2000년에 의사한테 뺨 맞고 노동자에 화풀이하던 정부와 '공권력'의 모습은 2001년에 김우중 한테 빰 맞고 노동자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5. 김대중 정권은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을 4년간 밀어 붙여왔고, 그 결과는 경제회생이 아니라 빈부격차를 20년 전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보라, 4년간 떼돈을 벌어온 부유층과 공직자와 국회의원과 그리고 포철, 삼성전자 등 알짜배기 기업을 거머쥔 외국자본을. 보라, 한없이 추락하는 이 나라 노동자와 서민의 처참한 몰골을. 구조조정=정리해고=빈부격차를 부정하겠는가. 화염병 시위는 그 결과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는 화염병 신고 보상금을 올리고 화염병 만들어 던진 사람 아무리 중형을 내려도 화염병 시위는 없어지기는커녕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과거 역사가 증명한다. 엄동설한에 웃 목에서 떠는 노동자, 서민들을 문 밖으로 내쫓고 아랫목에 있는 부유층들은 이불을 덮어 줘 온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을 수정하라. 진실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그 피해로 아파 우는 노동자 서민들 눈물 닦아주고 위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하철에서 성난 민심도 거리에서 만난 화염병 시위는 결국은 청와대를 겨냥해 전국을 뒤덮고 말 것이다. <2001.3.3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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