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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화염병 없애려면 정치 똑바로 해야

작성일 2001.04.07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148
< 민주노총 2001.4.7 성명서 >

화염병 없애려면 정치 똑바로 해야

1. 화염병 시위 문제로 정부가 몇 날 며칠 난리법석이다. 경찰 기동대가 신종 화염병 쑈 끝에 고무탄총 찬 채 거리로 나서고, 검찰이 화염병 대책을 발표하고, 총리부터 노동부 차관까지 벌써 두 번 씩이나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화염병 시위를 없앨 갖가지 묘안을 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대책이란 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쳐 지난 20년 동안 내놓았던 화염병 시위 대책을 깡그리 찾아내 종합한 것이었다. 물론 게 중에는 헌법을 파괴하는 발상이나 법리에 맞지 않아 발표만 하고 실종됐던 내용도 그대로 되살려 되풀이하는 것도 많다.

2. 정부가 내놓은 화염병 대책은 한마디로 조직폭력배 소탕 작전 비슷한 것이다. KBS가 4일 9시 황금시간에 심층취재로 내보낸 화염병 추방 캠페인성 기사도 마약 추방 캠페인 비슷하다. 왜 화염병 시위가 끊이지 않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집회장에서 복면 쓰면 잡아간다" "화염병 던진 사람 명단 공개하고 취직도 못하게 하겠다" "화염병 안 던진다는 각서 써야 집회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참으로 딱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모르긴 몰라도 지위가 높든 낮든 정부여당과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지난 30년 동안 유신독재와 군사독재에 맞서 화염병을 수도 없이 만들고 던지고 점거농성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민주화 투쟁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대답해 보라, 당신들은 그 때 이런 보복이 없어서 화염병 던졌나? 화염병이 잘 못 사용되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그걸 몰라서 던졌나? 경찰에 맞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는데 청춘을 바친 사람들 아닌가? 이런 대책으로 화염병 시위가 없어지리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
어쩌다 이 정부가 화염병 시위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 됐는가. 진작 정치 똑바로 해서 박수 받고 칭찬 받는 정부 됐으면, 이렇게 까지 딱한 노릇은 겪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한 달이 넘도록 화염병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데 고작 내놓는다는 게 '집회장에서 복면 쓰면 잡아간다' '화염병 던지면 취직도 못하게 한다'는 것인가?

3. 한달 넘게 계속되는 화염병 시위는 잘못된 정책을 무력으로 밀어붙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김우중은 놔둔 채 부평을 계엄령 없는 계엄상황으로 만들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진압하고… 국가권력이 이성을 잃으면 전혀 예기치 않은 저항이 닥친다. 정치를 엉망으로 해서 부자와 외국자본들만 배불려 주면서 노동자와 서민들 희생시켜온 실패한 정부정책이 화염병 시위를 부른 것이다.
민생파탄, 해고실업대란, 월세전세대란, 농가부채대란, 건강보험대란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서민, 국민의 아픔을 알기나 아는가.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고 아무런 개혁정책도 이뤄낸 게 없이 정권 말기를 맞는 개혁실패정권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느끼는가. 서민들이 낸 보험료 돈 많은 의사들한테 다 퍼주는 정부, 소득은 줄어도 세금은 느는 봉급쟁이들,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참으라는 대통령 말도 아랑곳 않고 재산을 불려 가는 부자들, 갈수록 가난해지는 서민들.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그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정치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마약과 화염병은 다르다. 마약은 마약을 공급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을 잡아야 없어지지만, 화염병은 화염병 시위가 필요한 잘못된 정치를 바꿔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탐관오리의 학정이 농민들에게 쇠스랑 들고 일어서게 하듯, 잘못된 정치는 누구라도 화염병을 들게 할 수 있다. 화염병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게 정치를 똑바로 해야 화염병 시위는 저절로 없어진다.
노동자와 서민들이 화염병까지 들고 거리로 나올 때까지 정치는 무엇을 했는가? 4년 내내 놀고 먹는 국회는 지금 이 순간 민생파탄 개혁실종에 대해 어떤 진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노동자와 서민들이 화염병 들고 거리로 나온다고 탓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가 먼저 반성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안정 개혁완수에 전념하라. 이것이 진정한 화염병 시위 대책이다.

4. 언론도 똑바로 해야 한다. 화염병 추방 캠페인 비슷한 기사 크게 크게 내보내기 이전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화염병만 없어지면 만사형통인가? 화염병 시위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전쟁터에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자본인데 화염병 때문에 외국자본이 나간다는 자본의 생리조차 까먹은 듯한 이야기 그만 하고, 과연 지금 부딪힌 민생파탄·개혁실종의 난국을 화염병 말고 무엇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농촌을 무너뜨리고 있는 농가부채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러 서울로 가는 농민들이 "무 배추 돼지 할 것 없이 잔뜩 싣고 서울 가서 종로 네거리에서 불태우고, 박달나무라도 끊어 트럭에 싣고 가 전경들하고 붙어야 뉴스에 잠깐이라도 나오지 알아주기나 하느냐"며, 언론에서 말하는 '폭력시위'를 벌이는 심정을 아는가. 박달나무를 들고 전경과 원하지 않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이 심정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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