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26 민주노총 보도자료 >
노동절 행사 금지 이의신청 제출
어제 오후 4시 경찰청에 … 오늘 오후 4시까지 답병 올 듯… 불허하면 강행
1. 민주노총은 서울경찰청이 세계노동절 111주년 기념 행사를 금지한데 대해 어제 오후 4시 경찰청에 이의신청을 냈으며, 오늘 경찰청이 다시 금지하면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대학로 집회 후 광화문까지 행진 계획을 강행할 것입니다.
2. 민주노총은 4월10일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에 이어 일년에 하루 뿐인 노동절 행사까지 금지하는 정부 처사야말로 노동자를 배제하는 국민정부 노동정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집시법의 외국대사관 100m 이내 집회금지 조항을 들고 있으나 이는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를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해선 안된다는 웃지 못할 위헌조항일 뿐 아니라, 지구의 날과 부처님 오시는 날 행사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허용해주면서 유독 우리 국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생일을 자축하는 평화행사를 불허하는 것은 차별대우일 수 밖에 없습니다.
3. 이의신청 접수 24시간 안에 행사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집시법에 따라 오늘 오후 4시까지는 경찰청의 답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경찰청이 만약 노동절 집회를 금지한다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할 것입니다. <끝>
<자료> 이의신청서 전문
신 청 이 유
1. 금지통고의 사유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01. 4. 19.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옥외집회신고에 대하여 일부 행진구간 및 정리집회 장소가 외교기관 100미터 이내에 해당하고 집회장소인 대학로 및 광화문 4거리가 집시법상 주요도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집회금지통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금지통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당합니다.
2. 헌법상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관한 규정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한 정치적 기본권으로서 집회의 자유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규제는 위와 같은 헌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할 것입니다.
3.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다음과 같은 헌법적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의사형성 또는 정치적 의사의 예비형성은 대부분 집회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집회는 단순한 의사표현의 협동작용을 통하여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므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의사형성과 의사표현의 효과증대 기능을 수행합니다.
둘째, 집회와 시위는 갈등을 해결하고 정치적 요구를 강력하게 관철하는 데 적합한 효과적인 정치적 투쟁수단으로서 정치과정에 대한 공적인 영향력 행사 및 다원주의적 발안과 대안의 개발 또는 비판과 항의의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런 점에서 집회는 민주적 개방성의 본질적 요소로서 정치운용이 일상업무적 반복으로 경직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적합한, 분방한 직접민주주의의 부분을 내포하고 있는 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직접민주주의의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길이 막혀 있는 소수자의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 소수자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케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독점적 매스미디어가 지배체제와 다수의 의사만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소수의 의사를 표현하고 권익을 보장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 형태로서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과 소수보호기능을 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대중민주주의에 있어서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로서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불가결한 전제라 할 것입니다.
4. 이 사건 금지통고는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 행위여서 부당하며 취소되어야 합니다.
(1) 경찰은 광화문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4. 22. 지구의 날 행사와 5. 1. 석가탄신일 행사는 문화행사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장애나 대사관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성 행사가 아닌 측면에서 위 두 행사와 제 111주년 노동절 기념행사는 사실상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노동절 행사만 교통장애, 대사관 100미터 이내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법집행이어서 부당하고 마땅히 취소되어야 합니다.
(2) 노동절은 5. 1.로서 1년에 하루입니다. 그 날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에서 노동자에게 매우 의미있는 날인만큼 이 날을 기리고 같이 공유할 수 있게 유급휴일로 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 행사를 가능한 한 많은 노동자들과 노동절의 의미를 기리고자 광화문을 행사장소로 하였고 평화적으로 치루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표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의 날 행사가 널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또 석가탄신일 행사가 불교도를 넘어 부처님의 탄생의미를 널리 알리고 기리고자 1년 중 단 하루 광화문에서 행사를 진행하듯이 노동절 기념행사 또한 150미터 지하갱속의 탄광노동자에서 연구원의 불을 밝히는 박사노동자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정규직 노동자까지, 경찰공무원, 동사무소 공무원 노동자에서 월급받아 살아가는 대통령(선출직 공무원) 노동자까지 이 땅 1300만 노동자 모두가 노동절의 의미를 기리는 중요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의 의미를 국민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이 널리 기릴 수 있도록 이 사건 금지통고는 마땅히 취소되어야 합니다.
5. 대사관 주변 100미터내에서는 무조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금지통고는 무효입니다.
(1) 기본권을 제한하기위한 법률이 지켜야 하는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헌입니다.
이 사건 금지통고가 대사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집회나 시위까지 금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그 위헌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이어야 하고 그 제한은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며 보호되는 법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이 필요하고 그 제한이 부득이하여야 하며 그 제한의 설정은 부득이한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는 공익을 비교·형량함으로써 양자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굳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공익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에 또는 보다 더 가벼운 기본권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히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거운 기본권 제한을 하는 법률의 경우 그리고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시킬만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는데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등은 모두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위헌법률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의 하나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그 제한에 있어서 '정신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지 아니하고 예외적으로 제한되는 경우에도 그 규제입법의 합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경제적 기본권에 대한 그것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이중기준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제한입법에 관한 합리성 판단기준인 사전억제금지, 명확성, 합리성,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원칙 등이 적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서는 제5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장소적 제한으로 제12조 제1항은 "관할 경찰서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같은 법 시행령 별표에서 사실상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주요도록를 지정하여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8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 2에서 주거지역과 이와 유사한 지역(주택 또는 사실상 주거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이 있는 지역 및 이와 인접한 공터·도로 등을 포함하는 장소)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간적 제한으로 같은 법 제10조에서 일출시간전, 일몰시간후 옥외집회 또는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광범위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11조는 대사관 등 특정장소의 1백미터이내에서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한 규정의 적절한 운용을 통하여도 충분히 질서유지나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음에도 다시 특정장소를 지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제11조 제3호를 제외하고는 행진조차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시내 일원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대사관 등을 피해 미로를 찾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행진은 일시적으로 집회행렬이 지나가는 것으로 굳이 전면적인 장소적 제한을 두어 보호할 만큼 질서유지나 공공의 이익 보호필요성이 작다고 할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신문지상에서 문제되고 있는 바와 같이 2000. 5. 26. 종로구 현대상선 건물 4층 파나마 대사관 입주 예정(이 곳은 정부종합청사 후문으로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집회장소였음), 1998년 10월 삼성본사 별관 싱가포르 대사관 유치, 태평로 삼성생명 21층 엘살바도르 대사관 유치, 1999년 7월 광화문 동화빌딩 브루나이 대사관 입주 등 이 사건 규정을 악용하여 집회와 시위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이 규정의 위헌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라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실상 전면 금지대상 장소가 광범위하고 특정한 집회방법을 규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는데 장소제한 규정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필요최소한의 규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은 그 한계를 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할 것입니다.
(2)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원칙 또한 위반한 것이어서 위헌입니다.
기본권을 제한할 현실적 필요성이 아무리 큰 것이고 강조될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잃게 하는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기본권 제한입법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란 당해 기본권의 핵이 되는 실질적 요소 내지 근본적 요소를 말하고,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 함은 그 침해로 인하여 당해 기본권이 유명무실해지고 형해화되어 헌법이 그 기본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사관 등 이 사건 규정에 명시된 특정장소들은 모두 그 해당기관의 잘못된 정책이나 집행에 대하여 국민들이 항의하기 위하여 그 건물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것이 예정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1백미터이내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서울 시내의 도시구조상 항의를 하고자 하는 그 건물에서는 보이지도 않게 다른 건물의 뒤에서나 집회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특정기관에 대한 항의의사표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행진을 포함한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함으로써 국민들은 해당기관에 집회나 시위라는 집단적인 의사형성과 표현을 통하여는 아무런 항의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이 사건 규정은 이러한 점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3)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위해선 지켜야 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칙을 위반한 것이이서 위헌입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고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에만 그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 청와대, 대사관 등은 오히려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보장이 더욱 필요한 장소라 할 것이지, 집회나 시위를 허용함으로 인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 장소는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4) 대사관 100미터 주변의 집회나 시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개인과의 자유로운 의사교류를 원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규정이어서 무효입니다.
6.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할 수 있는 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 무조건 금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동안 동일장소에서 허용된 수많은 집회는 어떻게 가능하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4. 22. 지구의 날도 공휴일이고 석가탄신일 행사는 같은 날인데, 공휴일이서 특별히 교통장애우려가 있다고 하는 것은 단지 금지통고의 사유를 찾은 것에 불과한 것이지 금지통고의 사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집회나 시위는 경찰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마음대로 허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한 금지통고는 집시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목적을 위반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합니다.
7. 신고서 제출의 취지에 맞게 경찰은 노동절 행사의 규모를 미리 파악하여 교통소통 등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대책을 수립할 일이지 노동절 행사를 막는데만 급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집시법상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그 신고를 받은 관할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습니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 판결). 그러므로 경찰의 더 이상 노동자들의 집회의 자유를 막지 말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교통장애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8. 결론
결국 피신청인의 이 건 집회에 대한 금지통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헌, 위법, 부당하므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
노동절 행사 금지 이의신청 제출
어제 오후 4시 경찰청에 … 오늘 오후 4시까지 답병 올 듯… 불허하면 강행
1. 민주노총은 서울경찰청이 세계노동절 111주년 기념 행사를 금지한데 대해 어제 오후 4시 경찰청에 이의신청을 냈으며, 오늘 경찰청이 다시 금지하면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대학로 집회 후 광화문까지 행진 계획을 강행할 것입니다.
2. 민주노총은 4월10일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에 이어 일년에 하루 뿐인 노동절 행사까지 금지하는 정부 처사야말로 노동자를 배제하는 국민정부 노동정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집시법의 외국대사관 100m 이내 집회금지 조항을 들고 있으나 이는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를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항의해선 안된다는 웃지 못할 위헌조항일 뿐 아니라, 지구의 날과 부처님 오시는 날 행사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허용해주면서 유독 우리 국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생일을 자축하는 평화행사를 불허하는 것은 차별대우일 수 밖에 없습니다.
3. 이의신청 접수 24시간 안에 행사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집시법에 따라 오늘 오후 4시까지는 경찰청의 답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경찰청이 만약 노동절 집회를 금지한다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할 것입니다. <끝>
<자료> 이의신청서 전문
신 청 이 유
1. 금지통고의 사유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01. 4. 19.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옥외집회신고에 대하여 일부 행진구간 및 정리집회 장소가 외교기관 100미터 이내에 해당하고 집회장소인 대학로 및 광화문 4거리가 집시법상 주요도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집회금지통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금지통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당합니다.
2. 헌법상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관한 규정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한 정치적 기본권으로서 집회의 자유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규제는 위와 같은 헌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내에서만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할 것입니다.
3.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다음과 같은 헌법적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의사형성 또는 정치적 의사의 예비형성은 대부분 집회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집회는 단순한 의사표현의 협동작용을 통하여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므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의사형성과 의사표현의 효과증대 기능을 수행합니다.
둘째, 집회와 시위는 갈등을 해결하고 정치적 요구를 강력하게 관철하는 데 적합한 효과적인 정치적 투쟁수단으로서 정치과정에 대한 공적인 영향력 행사 및 다원주의적 발안과 대안의 개발 또는 비판과 항의의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런 점에서 집회는 민주적 개방성의 본질적 요소로서 정치운용이 일상업무적 반복으로 경직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적합한, 분방한 직접민주주의의 부분을 내포하고 있는 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직접민주주의의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길이 막혀 있는 소수자의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 소수자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케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특히 독점적 매스미디어가 지배체제와 다수의 의사만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소수의 의사를 표현하고 권익을 보장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 형태로서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과 소수보호기능을 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대중민주주의에 있어서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로서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불가결한 전제라 할 것입니다.
4. 이 사건 금지통고는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 행위여서 부당하며 취소되어야 합니다.
(1) 경찰은 광화문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4. 22. 지구의 날 행사와 5. 1. 석가탄신일 행사는 문화행사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장애나 대사관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성 행사가 아닌 측면에서 위 두 행사와 제 111주년 노동절 기념행사는 사실상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노동절 행사만 교통장애, 대사관 100미터 이내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법집행이어서 부당하고 마땅히 취소되어야 합니다.
(2) 노동절은 5. 1.로서 1년에 하루입니다. 그 날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에서 노동자에게 매우 의미있는 날인만큼 이 날을 기리고 같이 공유할 수 있게 유급휴일로 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 행사를 가능한 한 많은 노동자들과 노동절의 의미를 기리고자 광화문을 행사장소로 하였고 평화적으로 치루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표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의 날 행사가 널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또 석가탄신일 행사가 불교도를 넘어 부처님의 탄생의미를 널리 알리고 기리고자 1년 중 단 하루 광화문에서 행사를 진행하듯이 노동절 기념행사 또한 150미터 지하갱속의 탄광노동자에서 연구원의 불을 밝히는 박사노동자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정규직 노동자까지, 경찰공무원, 동사무소 공무원 노동자에서 월급받아 살아가는 대통령(선출직 공무원) 노동자까지 이 땅 1300만 노동자 모두가 노동절의 의미를 기리는 중요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의 의미를 국민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이 널리 기릴 수 있도록 이 사건 금지통고는 마땅히 취소되어야 합니다.
5. 대사관 주변 100미터내에서는 무조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금지통고는 무효입니다.
(1) 기본권을 제한하기위한 법률이 지켜야 하는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헌입니다.
이 사건 금지통고가 대사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집회나 시위까지 금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그 위헌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이어야 하고 그 제한은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며 보호되는 법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이 필요하고 그 제한이 부득이하여야 하며 그 제한의 설정은 부득이한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는 공익을 비교·형량함으로써 양자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굳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공익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에 또는 보다 더 가벼운 기본권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히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거운 기본권 제한을 하는 법률의 경우 그리고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시킬만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는데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등은 모두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위헌법률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의 하나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그 제한에 있어서 '정신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지 아니하고 예외적으로 제한되는 경우에도 그 규제입법의 합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경제적 기본권에 대한 그것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이중기준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제한입법에 관한 합리성 판단기준인 사전억제금지, 명확성, 합리성,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원칙 등이 적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서는 제5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장소적 제한으로 제12조 제1항은 "관할 경찰서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같은 법 시행령 별표에서 사실상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주요도록를 지정하여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8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 2에서 주거지역과 이와 유사한 지역(주택 또는 사실상 주거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이 있는 지역 및 이와 인접한 공터·도로 등을 포함하는 장소)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제한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간적 제한으로 같은 법 제10조에서 일출시간전, 일몰시간후 옥외집회 또는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광범위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11조는 대사관 등 특정장소의 1백미터이내에서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한 규정의 적절한 운용을 통하여도 충분히 질서유지나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음에도 다시 특정장소를 지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제11조 제3호를 제외하고는 행진조차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시내 일원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대사관 등을 피해 미로를 찾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행진은 일시적으로 집회행렬이 지나가는 것으로 굳이 전면적인 장소적 제한을 두어 보호할 만큼 질서유지나 공공의 이익 보호필요성이 작다고 할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신문지상에서 문제되고 있는 바와 같이 2000. 5. 26. 종로구 현대상선 건물 4층 파나마 대사관 입주 예정(이 곳은 정부종합청사 후문으로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집회장소였음), 1998년 10월 삼성본사 별관 싱가포르 대사관 유치, 태평로 삼성생명 21층 엘살바도르 대사관 유치, 1999년 7월 광화문 동화빌딩 브루나이 대사관 입주 등 이 사건 규정을 악용하여 집회와 시위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이 규정의 위헌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라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실상 전면 금지대상 장소가 광범위하고 특정한 집회방법을 규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는데 장소제한 규정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필요최소한의 규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은 그 한계를 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할 것입니다.
(2)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원칙 또한 위반한 것이어서 위헌입니다.
기본권을 제한할 현실적 필요성이 아무리 큰 것이고 강조될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잃게 하는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기본권 제한입법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란 당해 기본권의 핵이 되는 실질적 요소 내지 근본적 요소를 말하고,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 함은 그 침해로 인하여 당해 기본권이 유명무실해지고 형해화되어 헌법이 그 기본권을 보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사관 등 이 사건 규정에 명시된 특정장소들은 모두 그 해당기관의 잘못된 정책이나 집행에 대하여 국민들이 항의하기 위하여 그 건물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것이 예정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1백미터이내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서울 시내의 도시구조상 항의를 하고자 하는 그 건물에서는 보이지도 않게 다른 건물의 뒤에서나 집회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특정기관에 대한 항의의사표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행진을 포함한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함으로써 국민들은 해당기관에 집회나 시위라는 집단적인 의사형성과 표현을 통하여는 아무런 항의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이 사건 규정은 이러한 점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3)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위해선 지켜야 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칙을 위반한 것이이서 위헌입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고서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에만 그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 청와대, 대사관 등은 오히려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보장이 더욱 필요한 장소라 할 것이지, 집회나 시위를 허용함으로 인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 장소는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4) 대사관 100미터 주변의 집회나 시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개인과의 자유로운 의사교류를 원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규정이어서 무효입니다.
6.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할 수 있는 사항이 되지 않습니다.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 무조건 금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동안 동일장소에서 허용된 수많은 집회는 어떻게 가능하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4. 22. 지구의 날도 공휴일이고 석가탄신일 행사는 같은 날인데, 공휴일이서 특별히 교통장애우려가 있다고 하는 것은 단지 금지통고의 사유를 찾은 것에 불과한 것이지 금지통고의 사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집회나 시위는 경찰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마음대로 허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한 금지통고는 집시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목적을 위반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합니다.
7. 신고서 제출의 취지에 맞게 경찰은 노동절 행사의 규모를 미리 파악하여 교통소통 등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대책을 수립할 일이지 노동절 행사를 막는데만 급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집시법상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그 신고를 받은 관할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습니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 판결). 그러므로 경찰의 더 이상 노동자들의 집회의 자유를 막지 말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교통장애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8. 결론
결국 피신청인의 이 건 집회에 대한 금지통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헌, 위법, 부당하므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