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5.2 민주노총 성명서 >
신종 화염병론과 비디오 중계론
- 시위장면 '비디오 촬영 - 인터넷 중계'는 위험천만한 불장난
1. 노동절 대회가 큰 충돌 없이 끝난 일을 두고 '비디오 촬영과 인터넷 생중계' 덕이라는 그럴듯한 논리가 언론보도에 나도는 현상은 얼마 전 신종 화염병 소동을 떠올리게 한다.
2. 신종 화염병은 실제 집회시위 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경찰이 언론플레이 차원에서 지어 낸 말하자면 실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언론들은 경찰 언론플레이에 말려 신종 화염병 실험 장면을 생중계하듯 내보내고, 3월31일 민중대회 때는 신종 화염병이라는 신기루를 쫓느라 취재진 모두 헛고생만 실컷 했다. 정작 당사자인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들은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에 귀 기울여 큼직큼직하게 나가는 언론보도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경찰의 신종 화염병 소동이 얼마나 위험한 불장난 이었는지는, 이 소동의 결과로 고무총탄이 나오고 취업제한이니 뭐니 해서 지난 수 십년 동안 나왔던 화염병 대책 종합 백화점을 차리듯이 강경한 시위진압으로 흘렀고, 결국 계엄령 없는 계엄지구였던 부평에서 4월10일 문제의 끔찍한 폭력진압 만행으로 귀결되었다.
3. '비디오 채증 - 인터넷 생중계가 과잉진압 과격시위를 막았다'는 '소설'은 분명 신종 화염병 소동과 비슷하게 약간 선정성이 있어 언론이 저절로 관심이 끌리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관계로 따지면 맥 풀리는 '소설'이다.
민주노총이 정세를 종합판단해 '노동절 행사는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축제 분위기로 평화롭게 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은 경찰이 비디오 채증 - 인터넷 중계를 발표하기 훨씬 전 일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경찰의 비디오 채증을 이날 집회시위 기조와 연결시켜 고민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럴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중요행사를 동영상과 사진, 오디오로 중계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 부터 해오던 일이다. 그것도 경찰처럼 무슨 무슨 채증반이나 촬영팀을 조직차원으로 구성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패운동을 하는 조합원과 인터넷 영상활동을 하는 전문집단이 꾸준히 해오던 일상사업이다. 한마디로 중요한 사업이긴 하나 별달리 새로울 것도 없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비디오 촬영 - 인터넷 중계가 앞으로 평화시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 좋은 영향은 끼치기 어렵고 오히려 언젠가 큰 대가를 톡톡히 치를 위험한 불장난 비슷한 것이다. 낮에 경찰과 시위대가 심하게 충돌하면 밤 8시, 9시 뉴스에 주로 시위대가 경찰을 때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보도됐다. 물론 몇몇 신문도. 강경시위를 하는 사람 심정을 살펴보면 그 시위의 원인이나 목적은 모른 채 하면서 정부나 언론에서 매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위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리해고 구조조정 생존권 박탈 개혁 실종 농가부채로 망하는 농촌… 폭력시위로 매도해도 좋으니 9시 뉴스에 제발 한 토막이라도 우리의 절규를 내보내달라며 박달나무로 몽둥이를 만들고 돼지와 수박을 들고 종로에 와서 강경시위를 하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간단하다. 지금의 시위는 경찰의 이런저런 대응방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경찰의 사진 비디오 채증과 인터넷 중계는 집시법 17조와 3조를 위반일 뿐 아니라 초상권 침해, 인권침해 등 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그 뿐 아니라, 이 때문에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더 자주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경찰이 사진-비디오 채증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이 때문에 자주 문제가 돼왔다. 지난 4월12일 부평역에서 열린 대우차 폭력진압 규탄 집회 후 행진도중 대우차 남문을 통해 노조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경찰 채증요원이 아주 성능 좋은 비디오로 조합원 속에 섞여 촬영하다 발각된 일이 있다. 이틀 전에 경찰이 무자비한 폭력진압을 한 상황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다 붙들린 사복경찰을 흥분한 조합원들이 폭행하거나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합원들이 냉정하게 카메라만 뺏고 돌려보내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일은 자주 있어왔고, 경찰이 대규모 채증반을 운영하겠다니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이무영 경찰청장을 처벌하지도 않고 대우차 주둔 경찰병력도 철수하지 않고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동절 행사처럼 집회시위가 차분하게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다. 격앙된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 채증요원이 불법으로 비디오 촬영을 하는 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시위대는 경찰을 붙들고 혼줄을 내고, 경찰은 이것을 납치 감금으로 규정해 구출작전을 펴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4.10 폭력진압 상황은 결코 지난 일만은 아니다. 경찰이 지금 노동절 평화집회를 비디오 - 인터넷 생중계 덕분이라며 연관도 없는 일을 억지로 꿰 맞춰 언론플레이하고 있지만, 경찰 처지에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게 그저 웃으며 즐거워할 일이 결코 아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4.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계속되는 집회시위, 때로는 격렬한 양상으로 번지는 시위는 결코 시위대책 차원에서 다뤄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고무총탄이든 물대포든 최루탄이든 비디오 촬영 인터넷 중계 든 경찰의 시위대책으로 해결할 성질을 넘어섰다.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노동정책으로만 좁혀 본다면 그 첫 출발은 대우자동차 사태이다. 경찰은 지금 원치 않는 노동자 진압작전에 내몰려 있다. 왜 우리 경찰이 노동자하고 싸워야 하나? 모든 경찰의 심정일 것이다. 왜 우리가 경찰하고 싸워야 하나? 모든 노동자들 심정이다. 노사관계에서 경찰이 손을 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는 정리해고 저질러 버리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나 노동정책은 실종시킨 채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막아라는 현재와 같은 정부 노동정책을 바꿔야 한다. 경찰은 노사관계에서 손떼고 경찰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본분에 충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우자동차에 2월19일부터 주둔하고 있는 5천여 경찰병력을 빼야 인천지역 경찰업무도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게 뭔가 도대체. 그러자면 대우자동차 노사관계를 정상화시켜 노사가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교섭과 노사관계가 복원된다면 굳이 경찰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이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경찰이 이토록 유치한 시위대책을 내놓으며 구차한 처지가 되지 않아도 되게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
5. 언론도 더 이상 신종화염병에 이은 제2의 신기루라 할 비디오중계 평화시위 기여론을 쫓지 말고 문제의 핵심과 본령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끝>
신종 화염병론과 비디오 중계론
- 시위장면 '비디오 촬영 - 인터넷 중계'는 위험천만한 불장난
1. 노동절 대회가 큰 충돌 없이 끝난 일을 두고 '비디오 촬영과 인터넷 생중계' 덕이라는 그럴듯한 논리가 언론보도에 나도는 현상은 얼마 전 신종 화염병 소동을 떠올리게 한다.
2. 신종 화염병은 실제 집회시위 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경찰이 언론플레이 차원에서 지어 낸 말하자면 실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언론들은 경찰 언론플레이에 말려 신종 화염병 실험 장면을 생중계하듯 내보내고, 3월31일 민중대회 때는 신종 화염병이라는 신기루를 쫓느라 취재진 모두 헛고생만 실컷 했다. 정작 당사자인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들은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에 귀 기울여 큼직큼직하게 나가는 언론보도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경찰의 신종 화염병 소동이 얼마나 위험한 불장난 이었는지는, 이 소동의 결과로 고무총탄이 나오고 취업제한이니 뭐니 해서 지난 수 십년 동안 나왔던 화염병 대책 종합 백화점을 차리듯이 강경한 시위진압으로 흘렀고, 결국 계엄령 없는 계엄지구였던 부평에서 4월10일 문제의 끔찍한 폭력진압 만행으로 귀결되었다.
3. '비디오 채증 - 인터넷 생중계가 과잉진압 과격시위를 막았다'는 '소설'은 분명 신종 화염병 소동과 비슷하게 약간 선정성이 있어 언론이 저절로 관심이 끌리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관계로 따지면 맥 풀리는 '소설'이다.
민주노총이 정세를 종합판단해 '노동절 행사는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축제 분위기로 평화롭게 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은 경찰이 비디오 채증 - 인터넷 중계를 발표하기 훨씬 전 일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경찰의 비디오 채증을 이날 집회시위 기조와 연결시켜 고민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럴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중요행사를 동영상과 사진, 오디오로 중계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 부터 해오던 일이다. 그것도 경찰처럼 무슨 무슨 채증반이나 촬영팀을 조직차원으로 구성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패운동을 하는 조합원과 인터넷 영상활동을 하는 전문집단이 꾸준히 해오던 일상사업이다. 한마디로 중요한 사업이긴 하나 별달리 새로울 것도 없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비디오 촬영 - 인터넷 중계가 앞으로 평화시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 좋은 영향은 끼치기 어렵고 오히려 언젠가 큰 대가를 톡톡히 치를 위험한 불장난 비슷한 것이다. 낮에 경찰과 시위대가 심하게 충돌하면 밤 8시, 9시 뉴스에 주로 시위대가 경찰을 때리는 장면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보도됐다. 물론 몇몇 신문도. 강경시위를 하는 사람 심정을 살펴보면 그 시위의 원인이나 목적은 모른 채 하면서 정부나 언론에서 매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위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리해고 구조조정 생존권 박탈 개혁 실종 농가부채로 망하는 농촌… 폭력시위로 매도해도 좋으니 9시 뉴스에 제발 한 토막이라도 우리의 절규를 내보내달라며 박달나무로 몽둥이를 만들고 돼지와 수박을 들고 종로에 와서 강경시위를 하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간단하다. 지금의 시위는 경찰의 이런저런 대응방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경찰의 사진 비디오 채증과 인터넷 중계는 집시법 17조와 3조를 위반일 뿐 아니라 초상권 침해, 인권침해 등 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그 뿐 아니라, 이 때문에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더 자주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경찰이 사진-비디오 채증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이 때문에 자주 문제가 돼왔다. 지난 4월12일 부평역에서 열린 대우차 폭력진압 규탄 집회 후 행진도중 대우차 남문을 통해 노조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경찰 채증요원이 아주 성능 좋은 비디오로 조합원 속에 섞여 촬영하다 발각된 일이 있다. 이틀 전에 경찰이 무자비한 폭력진압을 한 상황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다 붙들린 사복경찰을 흥분한 조합원들이 폭행하거나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합원들이 냉정하게 카메라만 뺏고 돌려보내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일은 자주 있어왔고, 경찰이 대규모 채증반을 운영하겠다니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이무영 경찰청장을 처벌하지도 않고 대우차 주둔 경찰병력도 철수하지 않고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동절 행사처럼 집회시위가 차분하게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다. 격앙된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 채증요원이 불법으로 비디오 촬영을 하는 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시위대는 경찰을 붙들고 혼줄을 내고, 경찰은 이것을 납치 감금으로 규정해 구출작전을 펴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4.10 폭력진압 상황은 결코 지난 일만은 아니다. 경찰이 지금 노동절 평화집회를 비디오 - 인터넷 생중계 덕분이라며 연관도 없는 일을 억지로 꿰 맞춰 언론플레이하고 있지만, 경찰 처지에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게 그저 웃으며 즐거워할 일이 결코 아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4.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계속되는 집회시위, 때로는 격렬한 양상으로 번지는 시위는 결코 시위대책 차원에서 다뤄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고무총탄이든 물대포든 최루탄이든 비디오 촬영 인터넷 중계 든 경찰의 시위대책으로 해결할 성질을 넘어섰다.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노동정책으로만 좁혀 본다면 그 첫 출발은 대우자동차 사태이다. 경찰은 지금 원치 않는 노동자 진압작전에 내몰려 있다. 왜 우리 경찰이 노동자하고 싸워야 하나? 모든 경찰의 심정일 것이다. 왜 우리가 경찰하고 싸워야 하나? 모든 노동자들 심정이다. 노사관계에서 경찰이 손을 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는 정리해고 저질러 버리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나 노동정책은 실종시킨 채 나머지는 경찰이 알아서 막아라는 현재와 같은 정부 노동정책을 바꿔야 한다. 경찰은 노사관계에서 손떼고 경찰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본분에 충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우자동차에 2월19일부터 주둔하고 있는 5천여 경찰병력을 빼야 인천지역 경찰업무도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게 뭔가 도대체. 그러자면 대우자동차 노사관계를 정상화시켜 노사가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교섭과 노사관계가 복원된다면 굳이 경찰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이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경찰이 이토록 유치한 시위대책을 내놓으며 구차한 처지가 되지 않아도 되게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
5. 언론도 더 이상 신종화염병에 이은 제2의 신기루라 할 비디오중계 평화시위 기여론을 쫓지 말고 문제의 핵심과 본령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