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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1인시위도 위법이라는 종로서장의 망발

작성일 2001.05.2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029
< 민주노총 2001.5.23 성명서 >

종로경찰서장의 천박한 집회시위관
- 릴레이·띠잇기 등 1인시위도 위법이므로 못하게 막겠다는 <준법과 포용이…>에 대해

1. 종로경찰서 정광섭 서장이 <준법과 포용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문건을 언론사에 보내 '릴레이나 인간띠 잇기 등 변질된 1인 시위는 분명히 위법'이라며 막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주노총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2. 우선 우리는 종로경찰서가 그 동안 릴레이나 인간띠 잇기 뿐 아니라 1인시위 그 자체를 위법행위로 보고 방해해왔음을 지적하려 한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4월13일 1인 시위중인 노동자를 강제로 연행한 바 있다. 경범죄처벌법위반죄는 신원이 불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현행범이라고 하더라도 연행할 근거가 없는데, 신원을 밝혔음에도 강제로 연행하여 2시간 가량 감금한 것이 바로 종로경찰서였다. 당시 연행장소인 통의 파출소에 종로경찰서장이 직접 왔었고 경비과장과 이야기하던 건설산업연맹 간부가 경범죄처벌법위반이라고 해도 신원을 밝혔는데 이렇게 감금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며 항의를 한 바도 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보도한 한 일간신문 기사내용이다.

<한겨레 2001. 4. 13자>
경찰이 '나홀로 시위' 중인 노동자를 연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3일 낮 12시10분께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던 민주노총 건설운송노조 조합원 김순환(40)씨를 연행해 즉심에 넘겼다. 김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국민의 정부 아래서 사망했다'는 주장을 상징하는 뜻으로 온몸에 붕대를 감은 '미라 복장'으로 시위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현장에서 연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평화시위의 모범'으로 자리잡은 1인 시위 참가자가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로경찰서 경비과 관계자는 "김씨가 혐오감을 주는 차림이어서, 평상복 차림으로 시위를 하라고 경고했으나 이를 거부해 연행한 것"이라며 "일단 경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즉심 처분한 뒤 곧 풀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은 "경범죄의 경우에도 신원이 불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강제연행할 수 없는데, 경찰의 행위는 직권남용"이라며 "대우차 때문에 민주노총에 대한 심기가 불편해진 경찰이 또 민주노총의 합법적 시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 두 번 째로 릴레이 또는 인간띠 잇기 시위가 종로서장 말대로 현행법상 위법행위인지를 따져보자.
1인 집회 또는 시위는 집회나 시위가 아니므로 법적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결정은 "옥외집회”라는 개념은 바로 그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집시법 제2조 제1호가“옥외집회”라는 용어의 정의를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집시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한“옥외집회”의 정의는 집시법의 규제목적(제1조)에 적합하도록 규정된 “당해 법률(즉 집시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개념이지 일반용어(一般用語)로서의 개념이 아니므로 일반용어로서의 개념을 근거로 위 법률상 개념(집시법 제2조 제1호)을 함부로 달리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고 더구나 위와 같이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개념이라면 그것이 명백히 헌법규정이나 그 이념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문의 문리대로 해석해야 할 것이고 법문의 문리를 벗어나 이를 함부로 확대해석하거나 축소해석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문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집시법상 일정한 제한을 받는 집회나 시위란 1인이 아닌 다수의 집합을 필요로 한다.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은 "원래 집회 또는 이동하는 집회를 뜻하는 시위란 그것이 불특정 다수인의 규합이요, 단체적·집단적 행동을 수반하는 만큼 어느 집회·시위라도 직접적인 법익침해까지 이르지 아니하여도 어느 정도는 사회적 불안이나 사회적 혼란의 우려는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회나 시위의 목적·성격을 고려하여 특히 정부시책 비판의 집회·시위가 될 때에는 법 운영 당국이 능히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명백하고도 직접적인 법익침해의 위험이 없는데도 사회적 불안을 내세워 규제가 가능할 위험성이 있다"고 하였고

또 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결정에서는
“시위”는 그 문리(文理)와 개정연혁(改正沿革)에 비추어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1)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함으로써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2)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풀이되므로"이라고 하고 있다"고 하여 다수인의 집합을 필요로 함을 밝히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에 따르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있어서 집회의 자유는 불만과 비판 등을 공개적으로 표출케 함으로써 오히려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며, 이와 같은 자유의 향유는 민주정치의 바탕이 되는 건전한 여론표현과 여론 형성의 수단인 동시에 대의기능이 약화되었을 때에 소수의견의 국정반영의 창구로서의 의미를 지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불안만 우려해서 무조건 집회·시위를 “타부”시 할 것이 아니라 비폭력적이고 질서파괴의 것이 아니면 민주주의의 신장을 위해 위축시켜서는 안될 기본권으로 보호하여야 하며"
또,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며,
다만, 언론의 자유와는 달리 다수인의 집단행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속성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행동의 경우보다 공공의 안녕 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집시법에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제한이 가능할 뿐이다(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결정)"고 한다.

따라서 다수인의 집단행동이어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침해를 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시법상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1인 릴레이 시위나 인간띠 잇기 시위 또한 1인 시위의 방법의 하나로 집시법상 제한의 대상의 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4. 더구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그들의 의사와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정치의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처럼 언론·출판의 수단인 신문·방송 등의 매스미디어가 국가권력과 소수의 대자본에 독점됨으로써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역할과 기능은 더욱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집권정치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를 집단적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또한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소수집단이 자신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5. 그럼에도 종로경찰서장이 1인 시위까지 위법 운운하는 망발로 이를 막으려는 것은 천박한 집회시위관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 자체를 무조건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릴레이 시위를 위법으로 막겠다면 2시간 동안 30분씩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하거나, 한 사람이 하루 하루씩 같은 주제로 이어가는 시위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막겠다면 거리가 몇 미터가 됐든 한 주제로 여러 곳에서 하는 1인시위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근 시작된 새로운 시위문화인 1인시위 전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서장이 아직 이와 같은 천박한 인식을 아무 부끄럼 없이 공공연하게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경찰에 의한 지난 대우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살인폭력 진압 사건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불법연행을 일삼고도 모자라 다시 법률규정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1인 시위를 막겠다는 종로경찰서장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종로경찰행정을 책임질 자질이 없으며 즉각 파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견해이다.

6. 한국 경찰에게 모든 집회와 시위는 그것이 1인 시위가 됐든 다수시위가 됐든 평화 비평화 할 것 없이 일단 '불온한 행동'이다. 친일경찰 때부터 자리잡은 이 뿌리깊은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경찰은 영원한 자본과 권력의 충견을 벗어날 수 없다.
일본제국주의 천황체제를 굳건히 보위하는 일이라면 법이고 뭐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독립군 때려잡는 일에만 골똘하던 친일경찰에서 출발해 해방 후 50년을 부자와 권력 지켜주는 일에 몰두해온 경찰에게 '모든 집회는 진압해야 할 불순한 것'이었다. 지난 해 의사한테 뺨 맞고 호텔롯데 노동자들에게 화풀이하던 경찰과 검찰을 보면서 우리는 부자와 기득권 세력의 재산과 권력을 지켜주는 충견에 지나지 않는 이른바 '공권력'의 벌거벗은 알몸을 보았다. 올해 4월10일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에서 권력과 부자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진압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경찰에게 법원 판결조차도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음을 보았다. 오늘 또 다시 1인시위 까지 막겠다는 종로서장의 망발에서, 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어떻게 하면 보장해줄까 보다는 눈엣가시 같은 집회시위를 어떻게 하면 못하게 할까 에만 골똘 하는 일그러진 경찰의 자화상을 확인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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