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성명·보도

[성명]청와대 답변을 듣고서

작성일 2001.07.03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5029
< 민주노총 2001.7.3 성명서 >

단병호 위원장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일주일 검토 거친 청와대 답변을 듣고

1. 민주노총은 지난 6월26일 청와대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강경탄압과 총파업으로 치닫는 노정 대치국면을 대화로 풀기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민주노총은 단병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를 현상금 500만원과 계급 특진에 눈 먼 수백 명의 검거반으로 뒤쫓는 상황에서는 모양 갖추기 이상의 실질대화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단병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을 풀고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현안이 되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 비정규직·주5일근무제 등 민생개혁법안 처리, 올해 임단협 교섭의 노사자율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슬기로운 해결책을 허심탄회하게 찾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보다 앞서 민주노총 임원이 청와대에서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고위인사를 만나 민주노총의 견해를 밝혔으며, 단병호 위원장과 이홍우 사무총장이 명동성당에 머무르기 시작한 29일 이후에 또 한 차례 민주노총 임원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만나 대화로 현 상황을 풀기 위한 민주노총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충분한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노총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배경과 대화 의지에 대해서는 충분하리만큼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청와대는 1주일의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여러 각도로 검토했습니다. 또한 이 상황은 민주노총 조직에 공식 보고되었습니다. 청와대는 7월2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습니다.

2. 약속한 대로 7월2일 청와대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 핵심내용은 '검거령이 내려진 단병호 위원장 이홍우 사무총장을 제외한 민주노총 임원·산별 대표자들과 대통령 면담을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강경탄압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함을 뜻하는 면담에서 검거령이 내려진 지도부를 제외하고 만나자고 함으로써 탄압국면을 풀 의사가 없음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전달해온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실질대화를 위한 검거령 해제와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한 완곡한, 하지만 확실한 거절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실제 대화로 해결이 가능한데 억지로 투쟁을 선택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면담을 요청하면서 모양 갖추기식 대화는 노정 대치국면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대화를 원했습니다. 청와대 답변은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민주노총과 대화를 통해 노정 대치국면을 중단할 의사가 없으며, 지금까지 강행해온 강경탄압 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단지 이 답변만이 아니고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단병호 위원장 검거 가능성이 있던 6월29일 명동성당 농성 이전에 비해 오늘에 오기까지 정부의 '대화 의지'는 급격히 떨어지는 식으로 흘러왔으며, 급기야 '범법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화끈한' 기조의 결론까지 온 것입니다.

3. 청와대가 노정 대치국면을 대화로 해결할 의지를 포기한 듯한 무성의한 결론을 보내온 2일, 노동부가 갑작스레 노사정위 외에 노동계와 경영계 지도자가 참가하는 대화창구를 새로 만들겠다는 야릇한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흘렸습니다. 지난 27일 대통령이 정 안되면 대통령이 직접 노사정위에 참가하겠다며 노사정위원회가 얼마나 무용지물 비슷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노동부의 이날 발표도 노사정위원회가 이제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노사정위에 들어와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첫 발언이긴 합니다. 그러나 검거령을 때려 민주노총을 무너뜨리려는 공작 냄새가 짙은 탄압의 칼을 계속 찌르면서, 칼 찔린 사람 빼고 나서라는 투로 무성의한 답변을 보내는 한편으로 또 다른 대화 창구를 추진하겠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진지한 대화 노력으로 들릴 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도 대화할 의지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수단으로 한 번 내놓는 이야기 수준이지 정말 정성을 담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4. 전두환 정권 말기 정권에 가장 강력한 도전세력이었던 학생운동을 무너뜨리려 대선 1년여 전에 애학투련 사건을 일으켜 무려 2천여명을 공산분자로 몰아 구속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다음해 다시 우뚝 일어선 학생운동이 주력이 된 6월항쟁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선자금을 비롯한 재계의 지원을 받으려고 재계가 원하는 대로 노동법 개악안을 허겁지겁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불러일으켜 결정타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상황을 그대로 꿰맞추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할지라도, 모든 일을 대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공정으로 다루게 되는 권력교체기 속성에서 나온 어처구니 없는 실패작으로 끝난 기획작품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탄압의 성격이 △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20%를 넘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위기모면과 정권 말기 통치권 과시를 위해 기획된 정치 책략 △ 외국자본과 재계의 요구대로 하반기 노동법 개악, 민영화 구조조정을 강행하기 위한 저항세력 무력화 △ 철도노조 민주화 등 노동계가 민주노총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막으려는 신노사문화 정착 공작에 있다고 규정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탄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노정 관계를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가는 위험한 불장난임을 경고해왔습니다. 또한 정부 탄압이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공격이자 조직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분명한 의도를 품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명운을 건 전면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점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5. 6월 한 달 동안 정부는 무려 68명의 노동자를 구속했습니다. 올 들어 158명, 김대중 정부 들어 597명을 잡아 가뒀습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더 많은 노동자를 정권재창출의 제물로 삼으려 오늘도 명동성당 앞에는 '단 쫓던 × 성당 처다 보는' 격으로 난리도 아닙니다. 명동성당에 근무하는 신부님 차까지 뒤지고 미사 보러 오는 신도 한 사람 한 사람 주민등록증 검사하고, 사람 처다 보기를 굶주린 맹수가 먹이 보듯 하는 사람들. 어두운 밤 깊은 산 속에 고립된 두 사람을 포위한 채 모닥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맹수 떼를 떠올리게 합니다. 성지를 침탈해 대형 사고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단병호를 잡고싶다는 뻗친 기운이 성당 피뢰침 보다 더 높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정권말기 증세 … 이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인권, 민주주의… 조종 울린 지 오래입니다.

6. 민주노총이 선택할 길은 달리 없습니다. 노정 대치국면을 풀 길을 기꺼이 찾으려 했으나 그 길로 가는 다리를 정부는 거의 끊어내고 있습니다. 오랜 습관처럼 정부는 또 오늘 5일 파업을 앞두고 총리주재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불법파업 엄정 대처를 되뇌이고, 노동부는 5일 파업 참가가 거의 없을 것이라느니 파업 참가는 상당히 하는데 파업 명분을 없다느니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역시 오랜 습관이자 정해진 판박이 논리입니다. 노동정책이 없는 정부, 경제논리 공안논리 치안논리의 하위개념이 돼 버린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노동부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원하지 않았으나 가야 할 길이라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가기로 한 이상 미련 없이 싸우겠습니다. 가시밭길이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큰 상처 피할 수 없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만이 민주노총이 살길이고 노동자가 살길이고 꺼져 가는 민주주의와 인권 참된 개혁의 불씨를 되살릴 단 하나 뿐인 길입니다. 돌아보지 않고 힘차게 싸우겠습니다. 7월5일 경고성 하루 파업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끝>

□ 기자회견 안내 -----------------------------------------------------

노동탄압 분쇄 7.5 총파업 돌입에 즈음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기자회견
2001.7.4 (수) 오전 11시 명동성당

----------------------------------------------------------------------

수정    삭제          목록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