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1.7.6 성명서 >
경찰 왜 이러나
권력교체기를 맞아 최근 경찰 움직임이 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민생치안은 간 데 없고 정권치안에만 골똘한 가운데 법과 인권도 마구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군복무를 대신하는 의무경찰들에게 돈과 빽 있는 집안 자식은 뇌물과 청탁을 받고 시위진압 부대에서 빼주고, 없는 집 자식들만 시위진압부대로 밀어 넣은 대형비리 사건까지 터져 경찰 위상에 심각한 흠집이 나고 있다.
단 쫓다 성당지붕 처다 본다?
수사과 까지 단병호 검거반 총동원 민생치안 구멍 뚫려
정부여당의 민주노총 전면 탄압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도전세력을 대선 1년 전쯤 무력화시키고 보는 역대정권의 정권말기 기획작품을 쏙 빼 닮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찰 정보과 보안과는 물론 시위와 직접 상관이 없는 수사과 인력까지 빼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 검거작전에 투입했다. 알려지기로는 361명이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다는 단병호 검거반은 현상금 500만원과 계급특진이라는 '횡재'를 노리며 보름간 전국을 누볐지만 '단 쫓다 성당지붕 처다 보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들이 본연의 업무를 팽개치고 단병호 위원장을 쫓아다니는 동안 일선 경찰서마다 민원인들이 사건 처리조차 할 수 없어 크게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꼭 해야 할 범죄수사는 손도 못 대 민생치안이 완전히 실종상태라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차별 검문 행인 뚫어지게 노려보는 경찰 … 신부도 못 들어가게
경찰 '성당 요청으로 검문' … 성당은 오히려 검문에 강력 항의
지금 관광특구로 지정된 명동성당 일대는 일명 '까마귀 부대'라 불리는 검은 진압복 차림의 기동대 수 천이 득실거리고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눈에는 계엄령이라도 떨어진 걸로 비친다.
단병호 검거반은 수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추적작전을 펼쳤지만 실패로 끝난 보름 세월을 허송했다. 하지만 6월29일 단위원장이 명동성당으로 들어가자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단 쫓다 명동성당 처다 보기'에 나섰다.
명동성당 앞에서 이들이 벌이는 행동은 더 가관이다. 명동성당 관할인 중부경찰서장이 단위원장 명동성당 진입을 막지 못해 경고를 받은 까닭인지, 이들은 성당 주위를 24시간 에워싸고 명동일대를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수배자를 찾는다며 성당에 들어가는 사람을 뚫어지게 1분 넘게 째려보니 보통 기분 나쁜 게 아니다. 일단 성당에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내고 경찰 수첩에 기록해야 한다. 신부도 신분증 안 낸다고 못 들어갔으니 신도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문정현 신부가 명동성당에 들어가려다 경찰이 못 들어가게 해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나와 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문에 대한 법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건 물론이다. 그 이유를 물으면 경찰은 '명동성당 쪽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명동성당 쪽은 오히려 경찰의 과잉 검문에 계속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불심검문이 모두 불법임은 말할 것도 없다.
명동 관광특구에 '까마귀' 득실득실 … 외국인들 '계엄령 떨어졌나?'
어차피 경찰의 성당진입 불가능한데 이러는 의도가 뭔가?
성당 주변은 관광특구로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든다. 외국인들 보기에 까마귀 부대를 연상케 하는 기동대와 전경들의 모습은 한국 인상을 결정짓는다. 상인들은 모두 울쌍이다. 경찰은 이를 교묘하게 경찰과 가까운 몇몇 상인을 앞세워 단병호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는 교묘한 장난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사를 망치고 있는 것은 경찰이다. 식당이고 가게고 할 것 없이 24시간 군인과 똑 같은 차림으로 살기어린 눈을 번뜩이는 진압부대가 버티고 있는데 들어가고픈 손님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골목골목마다 전투경찰 버스를 세워놓고 하루종일 윙윙 굉음을 울리며 시동을 걸어놓고 있으니, 분위기로만 보면 완전히 계엄령이다.
경찰이 성당 주변을 24시간 에워싼다고 단 기간에 무슨 뾰쪽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막말로 명동성당에 진입해서 수배자들을 잡아갈 건가? 김대중 대통령이 카톨릭 신자란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 정권이 이런 일을 벌였다가 어떤 홍역을 치렀는지 잘 알지 않는가? 경찰이 주둔해 겪는 시민 불편을 감안하면 소득 없는 일에 너무나 많은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탄압이 본질인 수배자 명동성당 농성 문제는 어차피 정부가 정치차원에서 풀 문제이다. 실제로는 아무 일을 할 수 없는 데도 민생치안을 팽개친 채 수천 명의 경찰을 성당 일대에 풀어놓고 시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주는 이유가 뭔가? 권력누수기 '통치권은 살아있다'고 주장하고픈 정권의 시위인가? 문제를 일으켜 수배자들이 성당에서 나오게 하려는 의도인가?
의경 의문의 죽음 이어 의경배치 대규모 비리까지
누가 누구에게 얼마 줘서 누구를 어디로 뺏는지 낱낱이 밝혀야
군복무 대신 치르는 의경들이 부대 안에서 원치 않는 파업과 시위 진압에 투입되고 엄청난 구타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돼 왔다. 최근 한 경찰서에서 사망한 의경 가족들이 구타로 타살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해당 경찰서장이 문책까지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뇌물과 청탁을 받고 수백 명의 의경을 시위진압을 하지 않는 부대로 배치해준 대형비리 사건이 터졌다. 여기에는 고위 경찰간부들 다수가 연루돼 있고, 심지어 경찰 비리를 사정하는 감찰계 간부, 중앙경찰학교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도 수두룩하게 연관돼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부모형제를 향해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고 언제 어디서 살상무기인 고무총을 쏴야 되는 지 모르는 잘못된 제도도 모자라서, 성적이 모자라도 돈 있고 빽 있는 집안 자식은 시위진압이 없는 편한 곳으로 빼주고, 성적이 좋아도 없는 집안 자식은 시위진압 부대로 배치돼 자기 부모 형제들과 거리에서 백병전을 치르게 한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이 비리와 연루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불합리한 전투경찰 의무경찰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일선 경찰은 물론 서울청, 경찰본청, 중앙경찰학교 등 경찰 내부 전체가 연루된 엄청난 비리사건인 만큼 경찰행정을 총책임지는 이무영 경찰청장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민생치안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선 경찰을 파업진압 전위대로 내몬 경찰 총수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경찰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왜 노동자와 경찰이 전쟁하듯 맞붙어야 하는가? 경찰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 잘못으로 생긴 현재의 노정 대치국면을 타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서 노사간 교섭이 끝나지 않은 파업현장 경찰 투입과 같은 노사관계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어차피 노사교섭이 타결된 뒤 법 집행이 이뤄지는 마당에 굳이 교섭이 끝나지 않은 곳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사관계를 아예 실종시켜 버리는 오늘의 경찰 모습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경찰의 노사관계 개입만 없어도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뒤바뀌어 온 사회가 시끌벅적한 일은 절반 밑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우차 경찰 투입으로 부평이 정권퇴진 투쟁 도시가 되고, 효성 경찰투입으로 울산이 노동자-경찰 정면대결 도시가 되고, 또 다시 경주에서 용역깡패를 싸고도는 경찰의 태도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게 그 산 증거이다.
정부는 노동정책을 경찰에 맡기는 천박한 수준의 정치를 벗어나 노동정책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경찰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경찰 또한 경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는 내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선 경찰을 노동자 파업과 시위진압의 전위대로 내몬 현 경찰 총수는 그것이 본의이든 아니면 윗선에 밀린 것이든 이에 대해 책임을 저야 한다. <끝>
< 일선 경찰서 수사과 '개점휴업' >
(서울=연합뉴스) 여운창기자= '며칠째 사건 담당 경찰관이 계속 자리를 비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몰라 미칠 지경입니다' 5일 오후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는 시간 서울 강북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과 사무실.
민원인 서모(45)씨는 당직 경찰관을 앞에 두고 동생이 관련된 사건 수사에 대해 묻지만 '담당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수사는 진행중'이라는 답변만을 듣고는 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경제범죄 및 기획수사를 담당하는 이 경찰서 수사2계 직원은 모두 11명이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당직자 1명만이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있다.
과장 이하 계장, 반장, 수사요원 10명이 체포령이 내려진 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있는 명동성당 현장 등에 나가 있기 때문.
공공연맹 노조간부 검거를 전담하고 있는 강북의 또 다른 경찰서 수사2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당직자 홀로 사무실을 지킨 지는 벌써 일주일째로 다른 수사업무는 손도 못대고 있다.
이때문에 기획수사 등 다른 사건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서울 시내 대부분의 경찰서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실정이다.
단위원장 특별검거령이 내려진 이후 노동계 집회, 시위와 별 상관없는 경찰서는 물론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는 단위원장 검거전담반으로 10명씩을 배치해 단위원장 검거에만 주력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 중간 간부는 6일 '지난 주말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단병호위원장이 농성중인 명동성당 주변에 수사과, 정보과, 보안과 각각 2명씩 6명을 상주 배치하도록 별도 지침을 받았다'며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 마당에 일상 업무 처리하기에도 힘이 달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사전담반에 편성된 한 일선 경찰관은 '민주노총 간부 검거령으로 다른 수사는 마비 상태이며 계속된 외근과 밤샘으로 직원들의 건강도 말이 아니다'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 민생치안에도 충실을 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ynayuc@yna.co.kr (끝)
경찰 왜 이러나
권력교체기를 맞아 최근 경찰 움직임이 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민생치안은 간 데 없고 정권치안에만 골똘한 가운데 법과 인권도 마구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군복무를 대신하는 의무경찰들에게 돈과 빽 있는 집안 자식은 뇌물과 청탁을 받고 시위진압 부대에서 빼주고, 없는 집 자식들만 시위진압부대로 밀어 넣은 대형비리 사건까지 터져 경찰 위상에 심각한 흠집이 나고 있다.
단 쫓다 성당지붕 처다 본다?
수사과 까지 단병호 검거반 총동원 민생치안 구멍 뚫려
정부여당의 민주노총 전면 탄압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도전세력을 대선 1년 전쯤 무력화시키고 보는 역대정권의 정권말기 기획작품을 쏙 빼 닮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찰 정보과 보안과는 물론 시위와 직접 상관이 없는 수사과 인력까지 빼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 검거작전에 투입했다. 알려지기로는 361명이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다는 단병호 검거반은 현상금 500만원과 계급특진이라는 '횡재'를 노리며 보름간 전국을 누볐지만 '단 쫓다 성당지붕 처다 보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들이 본연의 업무를 팽개치고 단병호 위원장을 쫓아다니는 동안 일선 경찰서마다 민원인들이 사건 처리조차 할 수 없어 크게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꼭 해야 할 범죄수사는 손도 못 대 민생치안이 완전히 실종상태라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차별 검문 행인 뚫어지게 노려보는 경찰 … 신부도 못 들어가게
경찰 '성당 요청으로 검문' … 성당은 오히려 검문에 강력 항의
지금 관광특구로 지정된 명동성당 일대는 일명 '까마귀 부대'라 불리는 검은 진압복 차림의 기동대 수 천이 득실거리고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눈에는 계엄령이라도 떨어진 걸로 비친다.
단병호 검거반은 수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추적작전을 펼쳤지만 실패로 끝난 보름 세월을 허송했다. 하지만 6월29일 단위원장이 명동성당으로 들어가자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단 쫓다 명동성당 처다 보기'에 나섰다.
명동성당 앞에서 이들이 벌이는 행동은 더 가관이다. 명동성당 관할인 중부경찰서장이 단위원장 명동성당 진입을 막지 못해 경고를 받은 까닭인지, 이들은 성당 주위를 24시간 에워싸고 명동일대를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수배자를 찾는다며 성당에 들어가는 사람을 뚫어지게 1분 넘게 째려보니 보통 기분 나쁜 게 아니다. 일단 성당에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내고 경찰 수첩에 기록해야 한다. 신부도 신분증 안 낸다고 못 들어갔으니 신도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문정현 신부가 명동성당에 들어가려다 경찰이 못 들어가게 해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나와 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문에 대한 법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건 물론이다. 그 이유를 물으면 경찰은 '명동성당 쪽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명동성당 쪽은 오히려 경찰의 과잉 검문에 계속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불심검문이 모두 불법임은 말할 것도 없다.
명동 관광특구에 '까마귀' 득실득실 … 외국인들 '계엄령 떨어졌나?'
어차피 경찰의 성당진입 불가능한데 이러는 의도가 뭔가?
성당 주변은 관광특구로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든다. 외국인들 보기에 까마귀 부대를 연상케 하는 기동대와 전경들의 모습은 한국 인상을 결정짓는다. 상인들은 모두 울쌍이다. 경찰은 이를 교묘하게 경찰과 가까운 몇몇 상인을 앞세워 단병호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는 교묘한 장난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사를 망치고 있는 것은 경찰이다. 식당이고 가게고 할 것 없이 24시간 군인과 똑 같은 차림으로 살기어린 눈을 번뜩이는 진압부대가 버티고 있는데 들어가고픈 손님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골목골목마다 전투경찰 버스를 세워놓고 하루종일 윙윙 굉음을 울리며 시동을 걸어놓고 있으니, 분위기로만 보면 완전히 계엄령이다.
경찰이 성당 주변을 24시간 에워싼다고 단 기간에 무슨 뾰쪽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막말로 명동성당에 진입해서 수배자들을 잡아갈 건가? 김대중 대통령이 카톨릭 신자란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 정권이 이런 일을 벌였다가 어떤 홍역을 치렀는지 잘 알지 않는가? 경찰이 주둔해 겪는 시민 불편을 감안하면 소득 없는 일에 너무나 많은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탄압이 본질인 수배자 명동성당 농성 문제는 어차피 정부가 정치차원에서 풀 문제이다. 실제로는 아무 일을 할 수 없는 데도 민생치안을 팽개친 채 수천 명의 경찰을 성당 일대에 풀어놓고 시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주는 이유가 뭔가? 권력누수기 '통치권은 살아있다'고 주장하고픈 정권의 시위인가? 문제를 일으켜 수배자들이 성당에서 나오게 하려는 의도인가?
의경 의문의 죽음 이어 의경배치 대규모 비리까지
누가 누구에게 얼마 줘서 누구를 어디로 뺏는지 낱낱이 밝혀야
군복무 대신 치르는 의경들이 부대 안에서 원치 않는 파업과 시위 진압에 투입되고 엄청난 구타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돼 왔다. 최근 한 경찰서에서 사망한 의경 가족들이 구타로 타살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해당 경찰서장이 문책까지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뇌물과 청탁을 받고 수백 명의 의경을 시위진압을 하지 않는 부대로 배치해준 대형비리 사건이 터졌다. 여기에는 고위 경찰간부들 다수가 연루돼 있고, 심지어 경찰 비리를 사정하는 감찰계 간부, 중앙경찰학교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도 수두룩하게 연관돼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부모형제를 향해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고 언제 어디서 살상무기인 고무총을 쏴야 되는 지 모르는 잘못된 제도도 모자라서, 성적이 모자라도 돈 있고 빽 있는 집안 자식은 시위진압이 없는 편한 곳으로 빼주고, 성적이 좋아도 없는 집안 자식은 시위진압 부대로 배치돼 자기 부모 형제들과 거리에서 백병전을 치르게 한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이 비리와 연루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며, 불합리한 전투경찰 의무경찰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일선 경찰은 물론 서울청, 경찰본청, 중앙경찰학교 등 경찰 내부 전체가 연루된 엄청난 비리사건인 만큼 경찰행정을 총책임지는 이무영 경찰청장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민생치안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선 경찰을 파업진압 전위대로 내몬 경찰 총수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경찰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왜 노동자와 경찰이 전쟁하듯 맞붙어야 하는가? 경찰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 잘못으로 생긴 현재의 노정 대치국면을 타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서 노사간 교섭이 끝나지 않은 파업현장 경찰 투입과 같은 노사관계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어차피 노사교섭이 타결된 뒤 법 집행이 이뤄지는 마당에 굳이 교섭이 끝나지 않은 곳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사관계를 아예 실종시켜 버리는 오늘의 경찰 모습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경찰의 노사관계 개입만 없어도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뒤바뀌어 온 사회가 시끌벅적한 일은 절반 밑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우차 경찰 투입으로 부평이 정권퇴진 투쟁 도시가 되고, 효성 경찰투입으로 울산이 노동자-경찰 정면대결 도시가 되고, 또 다시 경주에서 용역깡패를 싸고도는 경찰의 태도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게 그 산 증거이다.
정부는 노동정책을 경찰에 맡기는 천박한 수준의 정치를 벗어나 노동정책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경찰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경찰 또한 경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는 내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선 경찰을 노동자 파업과 시위진압의 전위대로 내몬 현 경찰 총수는 그것이 본의이든 아니면 윗선에 밀린 것이든 이에 대해 책임을 저야 한다. <끝>
< 일선 경찰서 수사과 '개점휴업' >
(서울=연합뉴스) 여운창기자= '며칠째 사건 담당 경찰관이 계속 자리를 비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몰라 미칠 지경입니다' 5일 오후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는 시간 서울 강북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과 사무실.
민원인 서모(45)씨는 당직 경찰관을 앞에 두고 동생이 관련된 사건 수사에 대해 묻지만 '담당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수사는 진행중'이라는 답변만을 듣고는 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경제범죄 및 기획수사를 담당하는 이 경찰서 수사2계 직원은 모두 11명이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당직자 1명만이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있다.
과장 이하 계장, 반장, 수사요원 10명이 체포령이 내려진 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있는 명동성당 현장 등에 나가 있기 때문.
공공연맹 노조간부 검거를 전담하고 있는 강북의 또 다른 경찰서 수사2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당직자 홀로 사무실을 지킨 지는 벌써 일주일째로 다른 수사업무는 손도 못대고 있다.
이때문에 기획수사 등 다른 사건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서울 시내 대부분의 경찰서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실정이다.
단위원장 특별검거령이 내려진 이후 노동계 집회, 시위와 별 상관없는 경찰서는 물론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는 단위원장 검거전담반으로 10명씩을 배치해 단위원장 검거에만 주력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 중간 간부는 6일 '지난 주말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단병호위원장이 농성중인 명동성당 주변에 수사과, 정보과, 보안과 각각 2명씩 6명을 상주 배치하도록 별도 지침을 받았다'며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 마당에 일상 업무 처리하기에도 힘이 달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사전담반에 편성된 한 일선 경찰관은 '민주노총 간부 검거령으로 다른 수사는 마비 상태이며 계속된 외근과 밤샘으로 직원들의 건강도 말이 아니다'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 민생치안에도 충실을 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ynayuc@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