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001.8.24 성명서>
부천경찰이 뒷걸음질하다 잡은 효성투입 용역깡패
울산경찰 용역깡패 안 잡나 못 잡나
- 용역깡패 동원한 효성·레미콘 등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당장 구속해야
- 민주노총 용역깡패 활동비디오 확보 … 효성·레미콘·이랜드·시그네틱스·삼창프라자·대우차 등
1. 검경이 안 잡는지 못 잡는지 노조의 고소고발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울산 효성에 투입된 용역깡패가 갑자기 부천에서 36명이나 잡혀 구속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부천 남부 경찰서는 울산 효성과 경기도 쌍용자동차에 구사대로 위장해 폭력을 휘두른 조직폭력배 36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했습니다. 문제는 부천경찰이 이들을 노동현장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수사해 잡은 게 아니고, 유흥업소 일대 폭력배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잡았는데 이들이 바로 그 유명한 효성 용역깡패 가운데 일부로 확인된 것입니다.
2. 알려지기로는 부천경찰은 별 생각 없이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가 TV 9시 주요뉴스를 비롯한 방송신문에 일제히 보도되었고, 곧바로 경찰청 최고 책임자가 내려와 계급특진에 포상비를 주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별 생각 없이 효성 용역깡패 전력을 알렸다가 기자들이 몰려오고 언론에 나자 '뭔지 모르지만 잘못한 것 같아' 당황했던 부천경찰은 다음 날 예고도 없이 사상 처음으로 경찰 최고 책임자가 나타나 승진도 시켜주고 돈도 줘 '뭔지 모르지만 잘한 일인가 보다' 안도했다고 합니다. 뒷걸음질하다 얼떨결에 밟은 게 돌덩인 줄 알았는데 빛나는 보석이 된 셈입니다. 우리는 부천경찰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라도 범법자를 잡았으니 칭찬을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표창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문제는 그 동안 효성 용역깡패 수사를 맡고 있던 울산검경은 뭘 하고 있었냐는 겁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폭력배들은 효성에 투입된 수많은 용역깡패 가운데 백두가드라는 용역회사에 소속된 자들로, 백두가드 소속 용역깡패들이 효성에 투입돼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6월22일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해 검경에 수사를 공개촉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 민주노총은 용역회사 직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효성투입 용역깡패 계보도까지 상세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효성노조에서도 이들을 포함해 용역깡패가 소속된 용역회사 명단과 깡패 명단을 자세하게 담은 일체의 자료를 담아 울산 남부서와 검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그런데도 웬 일인지 울산 검경한테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고, 엉뚱한 곳에서 잡힌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효성에 투입된 용역깡패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효성·레미콘·동아공업·캐리어 등 굵직굵직한 노동쟁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용역깡패 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4.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경찰 최고 책임자의 태도입니다. 지금껏 용역깡패 수사에 대해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직무유기를 범하는 울산남부 경찰서에 대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갑자기 부천에 직접 내려와 포상을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 손으로는 용역깡패를 비호하고 다른 손으로는 포상을 주는 격입니다.
검경은 올해 들어 모두 190명의 노동자를 구속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지 3월8개월만에 무려 629명의 노동자를 구속했습니다.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507명이 구속된 데 비하면 엄청난 노동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용주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솜방망이로 대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올 들어 4명의 사용주를 부당노동행위로 구속했다고 하나 유진레미콘 유재필 회장, 세광공업 이대환 사장 등 악덕 사업주는 노동부의 구속 품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모두 풀어줬습니다.
더구나 지난 8월초 김승훈 신부를 통해 정부는 단병호 위원장이 남은 형기에 대해 수형생활을 하는 조건으로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를 성의 있게 풀기로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잡은 노동자를 풀어주기는커녕 계속 잡아 가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8월2일 단병호 위원장 출두 뒤에 4일 여천NCC 천중근 위원장 등 셋 구속, 11일 현대차노조아산지부 김유신 부지부장 등 셋 구속, 21일 박병규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을 구속에 이어, 24일 경기도 이천 고려자동차학원노조 소속 노동자 6명을 전격 연행했습니다. 성직자까지 속였다는 비난을 받을 일입니다.
5. 이번 일은 노동현장과 철거현장에 기생하는 용역깡패는 검경이 맘만 먹으면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천경찰을 포상한 경찰청장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직무를 유기한 울산경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지금 당장 용역깡패 소탕령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6월에 용역회사 직원의 제보에 근거해서 효성에 투입한 용역회사 명단을 상세히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효성·건설운송·이랜드·시그네틱스·삼창프라자·대우차 등에서 용역깡패가 활동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구속 수배 노동자 문제를 성의 있게 해결할 것을 촉구함과 아울러 노동현장을 휘 젖는 불법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용역깡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효성 레미콘 등 용역깡패를 동원한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끝>
* 용역깡패 실상은 <시사저널> 2001.6.28 / <한겨레21> 2001.6.28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부천경찰이 뒷걸음질하다 잡은 효성투입 용역깡패
울산경찰 용역깡패 안 잡나 못 잡나
- 용역깡패 동원한 효성·레미콘 등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당장 구속해야
- 민주노총 용역깡패 활동비디오 확보 … 효성·레미콘·이랜드·시그네틱스·삼창프라자·대우차 등
1. 검경이 안 잡는지 못 잡는지 노조의 고소고발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울산 효성에 투입된 용역깡패가 갑자기 부천에서 36명이나 잡혀 구속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부천 남부 경찰서는 울산 효성과 경기도 쌍용자동차에 구사대로 위장해 폭력을 휘두른 조직폭력배 36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했습니다. 문제는 부천경찰이 이들을 노동현장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수사해 잡은 게 아니고, 유흥업소 일대 폭력배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잡았는데 이들이 바로 그 유명한 효성 용역깡패 가운데 일부로 확인된 것입니다.
2. 알려지기로는 부천경찰은 별 생각 없이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가 TV 9시 주요뉴스를 비롯한 방송신문에 일제히 보도되었고, 곧바로 경찰청 최고 책임자가 내려와 계급특진에 포상비를 주는 바람에 어리둥절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별 생각 없이 효성 용역깡패 전력을 알렸다가 기자들이 몰려오고 언론에 나자 '뭔지 모르지만 잘못한 것 같아' 당황했던 부천경찰은 다음 날 예고도 없이 사상 처음으로 경찰 최고 책임자가 나타나 승진도 시켜주고 돈도 줘 '뭔지 모르지만 잘한 일인가 보다' 안도했다고 합니다. 뒷걸음질하다 얼떨결에 밟은 게 돌덩인 줄 알았는데 빛나는 보석이 된 셈입니다. 우리는 부천경찰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라도 범법자를 잡았으니 칭찬을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표창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문제는 그 동안 효성 용역깡패 수사를 맡고 있던 울산검경은 뭘 하고 있었냐는 겁니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폭력배들은 효성에 투입된 수많은 용역깡패 가운데 백두가드라는 용역회사에 소속된 자들로, 백두가드 소속 용역깡패들이 효성에 투입돼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6월22일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해 검경에 수사를 공개촉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 민주노총은 용역회사 직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효성투입 용역깡패 계보도까지 상세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효성노조에서도 이들을 포함해 용역깡패가 소속된 용역회사 명단과 깡패 명단을 자세하게 담은 일체의 자료를 담아 울산 남부서와 검찰에 고소고발했습니다. 그런데도 웬 일인지 울산 검경한테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고, 엉뚱한 곳에서 잡힌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효성에 투입된 용역깡패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효성·레미콘·동아공업·캐리어 등 굵직굵직한 노동쟁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용역깡패 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4.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경찰 최고 책임자의 태도입니다. 지금껏 용역깡패 수사에 대해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직무유기를 범하는 울산남부 경찰서에 대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갑자기 부천에 직접 내려와 포상을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 손으로는 용역깡패를 비호하고 다른 손으로는 포상을 주는 격입니다.
검경은 올해 들어 모두 190명의 노동자를 구속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지 3월8개월만에 무려 629명의 노동자를 구속했습니다.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507명이 구속된 데 비하면 엄청난 노동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용주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솜방망이로 대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올 들어 4명의 사용주를 부당노동행위로 구속했다고 하나 유진레미콘 유재필 회장, 세광공업 이대환 사장 등 악덕 사업주는 노동부의 구속 품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모두 풀어줬습니다.
더구나 지난 8월초 김승훈 신부를 통해 정부는 단병호 위원장이 남은 형기에 대해 수형생활을 하는 조건으로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를 성의 있게 풀기로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잡은 노동자를 풀어주기는커녕 계속 잡아 가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8월2일 단병호 위원장 출두 뒤에 4일 여천NCC 천중근 위원장 등 셋 구속, 11일 현대차노조아산지부 김유신 부지부장 등 셋 구속, 21일 박병규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을 구속에 이어, 24일 경기도 이천 고려자동차학원노조 소속 노동자 6명을 전격 연행했습니다. 성직자까지 속였다는 비난을 받을 일입니다.
5. 이번 일은 노동현장과 철거현장에 기생하는 용역깡패는 검경이 맘만 먹으면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천경찰을 포상한 경찰청장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직무를 유기한 울산경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지금 당장 용역깡패 소탕령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6월에 용역회사 직원의 제보에 근거해서 효성에 투입한 용역회사 명단을 상세히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효성·건설운송·이랜드·시그네틱스·삼창프라자·대우차 등에서 용역깡패가 활동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구속 수배 노동자 문제를 성의 있게 해결할 것을 촉구함과 아울러 노동현장을 휘 젖는 불법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용역깡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효성 레미콘 등 용역깡패를 동원한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끝>
* 용역깡패 실상은 <시사저널> 2001.6.28 / <한겨레21> 2001.6.28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