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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단위원장 석방 약속한 적 없다니--천주교와 김승훈 신부가 거짓말한단 말입니까

작성일 2001.10.05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112
< 민주노총 2001.10.5 성명서 >

단병호 위원장 석방 약속한 적 없다니…
천주교와 김승훈 신부가 거짓말한단 말입니까

- 정치도 노정관계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1. "단병호 위원장 석방을 약속한 적 없다, 다만 반성하면 선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천주교와 노동계가 단위원장 재구속에 강력히 반발하자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승훈 신부는 3.1구국선언 관계자들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과 대화할 것을 요청했고, 다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7월28일 단독으로 독대했습니다. 같은 날 김신부는 한광옥 비서실장과 신광옥 민정수석과 합의하고 신승남 검찰총장과 전화로 얘기된 정부의 뜻을 전하며 민주노총에게 "믿어야 대화가 된다. 믿지 않고 어떻게 대화를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민주노총에게 '형집행정지 후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청와대가 건네 준 문건을 주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때는 내가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을 깨고 청와대 결정을 거쳐 검찰이 단위원장을 재구속하자 지난 7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대표한 신승국 신부는 대검찰청으로 신승남 검찰총장을 찾아가 "이건 천주교에 대한 배신이다. 사제단 총회를 열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통고했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천주교와 김승훈 신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2. 대화와 교섭은 공식 비공식 등 여러 방법이 있고, 약속과 합의도 서면 구두합의 이면 등 가지 각색입니다. 우리 사회 민주화의 얼굴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승훈 신부가 보증한 청와대의 약속은 그 어떤 확실한 합의서보다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80년대 전두환 군사통치 아래서 박종철 고문사건을 폭로하며 민주화의 수레바퀴를 온 몸으로 굴려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김승훈 신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봐도 그랬습니다. 더구나 당시 대우차 정리해고와 노조원 폭력진압, 6.12 연대파업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부 검거령 등 노정 정면대결로 그 만큼 대화가 쉽지 않은 가운데 천주교가 대화를 중재하는 식 말고는 노정대화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든 노동부든 정부안에서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모든 관료들이 직무를 유기하며 손놓고 구경만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상집, 중집, 지도위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했고 그에 따라 8월2일 명동성당 농성을 풀고 자진출두하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 민주노총은 위원장이 잔여형기를 사는 한이 있더라도 100명이 넘는 구속 노동자와 40여명의 수배자 문제를 최대한 푸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도 아울러 중요하게 내렸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권 담당자들의 행태입니다. 이것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그 당시는 정권도 국면전환이 필요해서 약속해주고, 지금 와서 대선까지 가는 정치일정을 놓고 철저하게 타산해보니 석방하면 괜히 골치 아프겠다는 간사한 인간의 마음 이것 아닙니까? 천주교 신자라는 대통령이지만 권력 맛을 본 이상 신의 세계 보다 인간 세계의 유혹이 더 강한 겁니까? 노동문제는 항상 이런 식으로 무성의하게 하찮은 문제로 취급하고 언제든 약속을 깨도 되는 걸로 정치해온 거 아닙니까?

3. 경찰 위에 국정원 있고 국정원 위에 청와대 있고 청와대 위에 검찰이 있다지만, 정작 검찰 위에 조직폭력배와 주가 조작범이 있단 사실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법의 형평성을 깰 수 없다는 고뇌를 거쳐 단위원장을 재구속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가 허무하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옷로비 사건의 김태정 전 검찰총장, 파업유도 사건의 진형구 전 공안부장을 거쳐 이용호 게이트로 시끌벅적한 현 검찰총장과 유수한 지검장들…. 국가기강을 무너뜨린 건 바로 검찰조직 아닙니까? 돈 몇 억 주면 체포장도 단 하루만에 휴지통에 버려주는 검찰 모습, 낮에는 근엄한 법복을 입고 있지만 밤에는 암흑의 세계를 활보하며 조직폭력배와 검은 뒷거래를 해온 검찰 모습에 추석 민심은 할 말을 잊고 있습니다.
지난 4월11일 경찰이 대우자동차 노조원을 대낮에 살인하듯 폭력진압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과 관련해서 법의 이름으로 구속되거나 처벌받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이게 법의 형평성입니까?
김우중은 해외로 도망 다녀도 모른 체 하고, 전직 국세청장을 지낸 장관의 가족타운이 돼 버린 건설교통행정, 부정부패로 얼룩진 권력형 비리는 이용호 게이트가 끝입니까? 외환위기로 노동자 서민들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에 젖어 있을 때 당신들은 이렇게 정치를 해왔군요. 노동자들 실업과 빈곤으로 내몰고 서민들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정치가 엉망이고 경제가 절단 나고 사회가 엉망진창인 거 아닙니까? 50년만의 정권교체가 허망한 무상으로 남은 거 아닙니까?
정작 단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당신들입니다. 누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습니까? 노동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집회 시위 격하게 하는 존재로 이 세상에 나왔습니까? 바로 당신들이 노동자와 민주노총과 단병호 위원장을 길거리로 내몬 것입니다.

4. 혹시나 했는 데 역시나 라고, 가시밭길을 걸어 온 민주노총은 변함없이 투쟁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더 뇌리에 사무치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실망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겁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노정관계도 사람 관계인데, 노동자를 기만한 것도 모자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정권의 행태는 아무리 고개를 갸우뚱거려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 그리 김영삼 정권 말기와 쏙 빼 닮았습니까. 신뢰가 무너진 노정관계,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약속을 지키려 성의를 다하는 것하고, 철저한 타산으로 다른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을 부셔버리는 것하고는 질이 다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성을 찾아 민주노총과 천주교에 약속한 일은 당장 지켜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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