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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자료]청와대 천주교 누가 거짓말? - 한겨레 기사

작성일 2001.10.11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510
* 한겨레 지면 보도 말고 인터넷 한겨레에는 재 뒷얘기를 적은 '뉴스메일'이 있습니다. 조회건수 1만건이 넘은 10월9일치 '누가 거짓말 했나? 청와대, 혹은 천주교?'를 먼저 읽어보세요.사진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직접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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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했나? 청와대, 혹은 천주교?

안녕하세요. 민권사회1부의 김규원 기자입니다. 이번에는 ‘주5일 근무제’에서 주제를 바꿔 정부와 민주노총간의 갈등 문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지난 9월29일 서울지법의 한주한 판사는 서울지검 공안2부 윤웅걸 검사가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애초 10월3일 서울구치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풀려날 예정이었던 단 위원장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1심 재판을 기다리며 수감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단 위원장이 10월3일 출소하리라는 예상은 지난 8월2일 서울경찰청에 스스로 출두하면서부터 민주노총에서 나왔던 것입니다. 이에 앞서 단 위원장은 민주노총 6.12파업을 이끈 직후인 6월15일 형집행정지를 취소당하고 쫓기는 몸이 돼 명동성당에서 1달이 넘도록 농성을 벌인 바 있습니다.

[사진설명]-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김승훈 신부와 함께 서울경찰청으로 출두하는 단병호 위원장

당시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이에 대한 정부의 민주노총 지도부 검거령 등 노/정간의 극렬한 대립의 얼음을 녹인 것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고문인 김승훈 신부의 활동이었습니다. 평소 김대중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노동문제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김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에 이 내용을 보고하고 정식으로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신부는 지난 7월23일과 28일 두 차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 문제 풀기를 적극 요청했고, 김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신부를 28일 대통령을 만난 직후 당시 청와대의 한광옥 비서실장(현 민주당 대표), 신광옥 민정수석(현 법무부 차관)[사진-아래]을 함께 만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갔다는 얘기를 두고 청와대와 천주교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로 했다는 얘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승훈 신부가 이 자리를 마치고 민주노총에 전달한 얘기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크게 네 가지인데, △단 위원장은 남은 형기를 마친 뒤 그밖의 혐의에 대해 불구속 처리 △이홍우 사무총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4명 불구속 처리 △대한항공,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파업이 끝난 사업장의 구속된 노동자 문제 적극 해결 △그밖의 구속/수배된 민주노총 노동자 문제 적극 해결 등입니다.

민주노총은 당시 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김승훈 신부에게 재확인을 요청하고, 심지어 청와대의 각서까지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승훈 신부는 “내 말을 못 믿는가. 만약 청와대가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라도 나서서 싸우겠다”고 장담했다고 합니다.

특히 김 신부는 신 전 수석이 단 위원장 불구속 처리 부분에 대한 약속을 하면서 줬다는 ‘형집행정지이후 범죄행위’라는 1장짜리 문서까지 민주노총에 건넸습니다. 이 문서를 건네면서 김 신부는 “신 수석이 ‘대통령 체면도 있으니 잔여 형기는 마쳐달라, 그 외의 혐의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민주노총에 전했다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신 수석이 전했다는 이 문서까지 공개했습니다.

김 신부는 또 “신승남 검찰총장[사진 -오른쪽]과의 통화에서도 청와대의 선처 방침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민주노총에 전했습니다. 이 정도가 되니 민주노총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결국 8월2일 단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5명이 수배생활 한달반만에 서울경찰청에 스스로 출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네 가지 약속같은 구체적인 약속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신 전 수석이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승훈 신부를 한광옥 전 비서실장과 함께 만난 것은 사실이나, 4가지 약속 등은 전혀 없었다. 그건 아마 민주노총쪽 요구사항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당시 김 신부가 단 위원장 문제를 얘기하길래 ‘그건 검찰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신승남 검찰총장을 만나 탄원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도 단 위원장 문제를 김 신부에게 약속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체적인 약속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김 신부에게 단 위원장에 대한 선처를 약속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신 총장의 답변입니다.

“김승훈 신부는 원래 잘 안다. 그 사람들(단 위원장 등 5명의 민주노총 지도부)이 (경찰에) 나오기 전날 밤에 전화가 왔는데, 김 신부가 ‘다 불구속하고 150명인가를 다 내달라(석방해달라)’고 하더라. 신부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다 들었다. 그리고 나서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는데, 검찰로서는 또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고 얘기했다.”

이런 청와대와 검찰의 해명에 대해 김 신부의 활동을 결정했던 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한 천주교계는 상당히 분노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신성국 신부는 단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인 9월29일 신 총장을 만나 “이건 천주교에 대한 배신이다. 사제단 총회를 열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월8일에는 긴급회의를 열어 이날부터 민주노총 지도부와 함께 동조 농성을 벌이고, 한광옥 전 비서실장 만남, 기도회 등을 벌이는 등 “약속을 짓밟은” 김대중 정권에 대한 천주교계의 강경한 뜻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건의 핵심에 있는 김승훈 신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약속이 하나둘 깨져가던 8월21일 <한겨레>에 ‘자베르의 후손들에게’라는 글을 실은 일이 전부입니다. 현재 한 수녀원에서 지내는 김 신부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자신의 약속이 깨진 상황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정의구현사제단 등은 김 신부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통해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 등 진실을 밝혀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신부는 별로 그럴 뜻이 없어 보입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 이 때만 해도 김 신부가 진실을 밝힐 뜻이 없어보인다고 속상해 하던 김규원 기자는 마침내 며칠 뒤 김승훈 신부 단독 인터뷰에 성공해 진실의 줄기를 잡아당겼습니다. 11일자 한겨레 사회면에 실린 다음 글을 읽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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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청와대수석 단위원장 선처 약속했다"

9월29일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재구속된 뒤 민주노총과 천주교계가“청와대가 약속을 어겼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투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단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하기 전 청와대와 민주노총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았던 김승훈(62) 신부를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만났다. 김 신부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더 얘기할 게 뭐 있느냐”고 말했지만, 못내 답답한 심사를 감추지 못했다.

- 단 위원장 불구속 처리를 청와대와 약속했나?

= 7월23일 대통령께 “민주노총 문제를 풀자”는 편지를 전한 뒤, 7월28일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과 신광옥 민정수석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 단 위원장에 대한 형집행정지 취소를 없던 일로 할 수 없냐고 했다. 그러자 신 전 수석이 단 위원장의 범죄혐의가 적힌 1장짜리 문서를 내보이며 “대통령 체면도 있고 하니 남은 형기(2개월4일)만 살면 다른 문제는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걸 푸는 데는 검찰이 중요하니 검찰총장을 만나보라”고 덧붙였다.

- 신승남 검찰총장과는 무슨 얘기했나?

= 청와대나 검찰이나 다 국민 위한 일이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신 총장은 처음부터 청와대는 정치하는 곳이지만, 검찰은 법대로만 처리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너무 말이 안 통해 법무부 장관을 만나 부탁했더니 법무부 장관이 “원래 검사들이 그렇다”며 “가능하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더라.

- 검찰이 단 위원장에게 반성문을 요구했는데?

= 청와대 이태복 복지노동수석이 추석 전에 전화해와 단 위원장을 한번 만나달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지검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단 위원장이 먼저 “어젯밤에 검사를 만났는데, 반성문은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잘못된 줄을 알았다. 서로 믿고 일을 해야지 반성문 같은 것이 왜 필요한가.

- 이번 일에 어떻게 나서게 됐나?

= 민주노총 사람들이 우리 집(명동성당)에 와서 농성하니 나서지 않을 수 있나. 7월18일 청와대의 한 모임에 갔다가 대통령께 “민주노총 문제를 풀라”고 말씀드렸다. 그 다음날 한 전 실장을 만났고, 그 뒤에 편지를 따로 보내 대통령과 한 전 실장, 신 전 수석을 한번 더 만났다. 김규원 기자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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