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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파업 농민시위 강경대응은 '끓는 기름에 불지르기'

작성일 2001.12.05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383
< 민주노총 2001.12.05 성명서 1 >

노동파업 농민시위 강경대응은 '끓는 기름에 불지르기'

- 사회보험·카지노노조 체포장 납득 안 가 … 기간산업 사유화 강행은 '파국' 자초
- 불타는 노농분노 강경대응으로 해결 안 돼 … 노동·농업정책 바로잡는 게 해결책

1.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 당국이 잇따라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 민주노총은 강한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 그렇지 않아도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추가구속과 문성현 금속산업연맹 법정 구속 등 현 정부의 심각한 노동탄압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커지는데, 경찰은 최근 교섭 중이던 노조 간부들을 체포영장을 들고 검거에 나서 노사대화 자체를 막질 않나,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철도, 가스 등 기간 산업 사유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겠다고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체교섭 대표들인 사회보험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10명을 파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선 것은 대화하지 말고 파업에 들어가라는 것일 뿐 아니라, 건강보험 관련 정부 정책 실패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려는 기획작품의 하나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주 카지노노조 간부 연행은 더욱 기가 막히다. 경찰은 11월 28일 저녁에 1차 출두요구 문서를 보내고 29일 아침 10시 2차, 29일 오후 3시 3차 출두요구까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세 차례 출두요구를 보내 요식행위를 갖춘 뒤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를 근거로 30일 새벽에 수십 명의 사복경찰을 농성장에 들여보내 항의하는 여성 노조원들을 부상시키면서까지 노조위원장 등 두 사람을 연행했다. 이러니 노동자들 입에서 '경찰이 회사와 짜고 논다'는 소리가 나오고, 경찰이 무리하게 잡아간 노조 간부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 아닌가.
사회보험노조 카지노노조 모두 경찰의 출두 요구에 대해 '단체교섭을 진행중이니 교섭 마무리 후 자진출두해서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며 문서로 공식 통보 했는 데도 경찰이 왜 막무가내로 이러는 지 알 것 같기는 하지만 납득할 수는 없다.

3. 철도, 가스, 전력 등 국민 다수가 이용하고 산업의 젖줄이자 동맥인 기간산업을 돈벌이만을 쫓는 사기업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외국의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 사유화되면 요금은 엄청나게 오르고 국민에게는 꼭 필요하나 돈이 안 되는 노선은 없애버린다. 안전은 관심을 두지 않아 대형 사고가 터지는 외국 경험을 다시 겪을 이유는 없다. 공기업의 비효율과 적자를 근거로 대고 있으나 이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사유화가 답은 아니다.
더 엄청난 재앙은 사유화하면 곧 외국자본에 넘어간다는 무서운 사실이다. 시베리아와 중국으로 가는 철로를 염두에 두고 일본이 한국 철도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모든 게 종합돼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심지어 여당 안에서조차 반대하는 것이다. 노조가 이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두 귀를 꼭꼭 막은 채 이 모든 정당한 소리를 못들은 척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하겠다는 사회관계장관회의 결과는 참으로 무모하기까지 하다.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문제를 두고 정부안에서 심사숙고했다는 결과가 고작 이 수준인지, 과연 이 정부가 국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능력을 결국 잃고 말았다는 말 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헛다리짚고 국가권력을 엉뚱한 곳에 마구 휘두르다가 대형사고 내는 일을 종종 봐왔다. 주로 지금과 같은 권력교체기에 말이다. 철도, 가스, 발전 등 기간산업이 파업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사유화 법안이 통과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이들의 파업을 경찰병력으로 진압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민주노총은 여기에 조직의 명운을 걸 수밖에 없으며,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4. 우리는 지난 12월2일 민중대회에서 솔직히 부끄러웠다. 주름 가득한 시커먼 얼굴에 대나무를 들고 종로 바닥에서 절망을 토하는 농민들 앞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누가 저 늙은 농심에 가득 찬 분노를 탓할 수 있으랴.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계에도 절박한 요구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농민들의 찢어지는 아픔이야말로 우리사회가 모든 지혜를 짜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민중대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과정에서 양쪽에 부상자가 많이 생겼다. 우리는 젊은 경찰이 실명의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의 동생이고 자식 아닌가. 또한 이날 농민을 비롯해 민중대회 참가자 다수가 심한 부상을 입었다. 경찰폭력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흘린 피가 2M를 넘게 개울처럼 흐른 농민도 있고, 방패에 이마가 찍혀 중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이 모두가 불행한 일이며,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날 충돌을 근거로 민중연대 지도부를 사법처리하고 당일 충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색출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강경대응론은 매우 위험하다. 문제는 무엇이 늙은 농부들로 하여금 종로에서 '청와대로 가자'고 절규하게 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당일 상황은 지도부가 청와대로 가자고 해서 벌어진 일도 아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밀고 나가는 노동자 농민의 모습 그 것이었다. 농사를 다 지어놨는데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더구나 해마다 이런 꼴을 겪어야 한다면 과연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겠는가. 당일 대회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면 결코 이대로 살 수 없어 변화를 좇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원인을 살피지 않고 강경대응으로 나아간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5. 지난 11월11일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13일 전농 농민대회, 18일 한국노총, 25일 철도 등 공공투본, 12월 2일 민중대회까지 연 인원 십수만 명이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그 열기는 대단했고 결코 간단치 않은 폭발력을 속에 품은 채 가고 있는 대중의 역동성이 고동쳤다. 하지만 아무런 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니 쌀값, 기간산업 민영화, 주5일 근무제 등 노동자 농민들에게 절박한 문제들은 더 악화되고 있다. 이 문제들은 크게 보면 외환위기 이후 4년 동안 이 땅의 빈곤계층에게 강요된 고통전담의 악순환을 푸는 것들이다. 반대로 '게이트 씨리즈'에서 '공적자금 7조원 도둑질'까지 부유층과 지배권력이 독차지한 부와 부정부패 문제가 다수 서민의 눈에 핏발을 서게 하고 있다.
지금 분노의 기름은 끓고 있다. 정부의 강경대응은 여기에 불을 지르는 일과 같다. 불지르는 건 방화범의 자유지만 그 결과 또한 분명히 책임지게 돼있다. 불지르기 대신에 기름의 온도를 낮추는 일에 나서기 바란다. 쌀값 보장, 기간산업 사유화 포기, 약자 희생 없는 주5일 근무 도입, 단병호 위원장 등 구속 노동자 석방… 당사자인 노동자와 농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동정책과 농민정책으로 정부 정책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민중의 분노는 사랑으로 바뀌고, 늙은 농부와 거친 손의 노동자가 자식 같은 젊은 전경을 정부 대리인으로 삼아 백병전을 벌리는 일도 더 이상 없어질 것이다.
2001년 12월 정부의 선택은 내년 뿐 아니라 그 이후 정국을 결정지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선택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으나, 노동 농업정책 수정 없는 강경대응을 선택한다면 우리 또한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농민, 서민들과 함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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