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2.03.16 성명서 1 >
명동성당의 '발전노조 퇴거 실력행사' 방침을 우려하며
- 화해 추구 종교정신 살려 사회적 약자 내쫓아 경찰에 넘기는 일 없어야
- 정부는 명동성당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고 즉각 대화의 자리로 돌아와야
1. 명동성당 쪽이 20일째 성당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발전노조 지도부를 내보내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보도에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부가 동승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제3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게 해주겠다고 하나, 명동성당말고는 경찰병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 성당 쪽 의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수배 노동자들을 경찰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는 곧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명동성당이 사회적 약자를 무력으로 내쫓아 경찰에 넘긴 사상 최초의 사례가 되고 말 것입니다.
며칠 전 조계사에 경찰병력이 들어와 법당까지 군화발로 짓밟은 일을 겪은 우리는 이제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기회를 빼앗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우리는 이번 발전노조 농성으로 성당 쪽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불편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내부의 어려움도 어려움이거니와 산자부 노동부 행자부 장관 등이 잇따라 찾아와 노조 퇴거를 거듭 강경하게 요구하며 압력을 가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군대나 다름없는 경찰 기동대들이 성당 입구를 봉쇄한 것도 모자라 사복 경찰 수십 명이 성지인 성당 안에서 노조원들을 납치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20일 동안 인내해준 성당 쪽에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으며, 성당의 배려가 있었기에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낸 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5천여 발전 노조원은 물론 60만 민주노총 조합원 나아가 대다수 국민들이 명동성당 같은 민주화 성지가 있음을 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 발전노조원들은 지금 군사독재 때도 없었던 엄청난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전 노조원의 13%가 고소를 당했고 24명이 체포영장을 받았으며 수백 명이 해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들은 수배전단에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하고 단순한 회사 미출근을 이유로 경찰서에 강제연행돼 복귀서 서명을 강요당하는 등 마치 살인범이나 은행 강도 취급당하는 고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일 넘도록 기꺼이 고난을 감수하는 이유는 정작 임금인상과 같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전력생산의 60%를 담당하는 발전소를 미국이나 재벌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사회의 공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발전노조원들의 싸움이 있었기에 우리 국민들은 '발전소를 미국이나 재벌에게 팔고 그들에게 전기를 사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게 됐습니다. 발전노조 파업을 이익집단 행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4.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이번 파업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경진압으로 나아갈 경우 정국은 엄청난 대결과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96,7년 날치기 노동법 통과 뒤 터진 두 달에 걸친 총파업 사태를 방불케 할 것입니다. 더구나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자체 선거와 대선 등 중요한 국가대사를 앞두고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정부가 이 길을 택한다면 불가피하게 전면투쟁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올바른 해결 방법은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발전노조원들이 고난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면서까지 우리 사회에 제기하고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면 안 된다'는 뚜렷한 견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23일까지 최종 교섭기간을 두고 모든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협상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정부당국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 가장 큰 문제지만, 성당이 실력행사로 발전노조를 내몬다면 대화를 통한 해결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며 그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대결이 될 것입니다.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천주교 정신에 비춰서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5. 정부당국은 부처 장관들이 돌아가면서 명동성당 주임 신부를 만나 '노조원들을 내쫓아달라'고압력을 넣지 말고 노조와 성실한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노조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려는 계획을 막무가내식으로 몰고 온 정부당국에 있습니다. 발전소가 한전에서 분리된 뒤 발전노조의 대화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고 노조 사무실도 주지 않고 조합비도 공제하지 않고 노조 전임자도 인정하지 않은 발전소 사장단의 무능함이 사태의 직접 발단이었던 점도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파업이 터지고 나서도 두 번 씩이나 정부가 먼저 대화중단을 선언하고 사태를 극한으로 몰고 왔습니다. 대화로 하루빨리 사태를 해결해 전력대란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염원을 뒤로하고서 말입니다. 파업을 해도 한 달은 끄떡없다던 허장성세를 부리다 파업 20일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에게 절전운동을 요구하는 얼토당토않은 산자부 앞에서 과연 국민들이 이 정부를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명동성당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넣을 시간이 있으면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댓가를 치르고 말 것입니다. <끝>
명동성당의 '발전노조 퇴거 실력행사' 방침을 우려하며
- 화해 추구 종교정신 살려 사회적 약자 내쫓아 경찰에 넘기는 일 없어야
- 정부는 명동성당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고 즉각 대화의 자리로 돌아와야
1. 명동성당 쪽이 20일째 성당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발전노조 지도부를 내보내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보도에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부가 동승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제3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게 해주겠다고 하나, 명동성당말고는 경찰병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 성당 쪽 의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수배 노동자들을 경찰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는 곧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명동성당이 사회적 약자를 무력으로 내쫓아 경찰에 넘긴 사상 최초의 사례가 되고 말 것입니다.
며칠 전 조계사에 경찰병력이 들어와 법당까지 군화발로 짓밟은 일을 겪은 우리는 이제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기회를 빼앗지 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우리는 이번 발전노조 농성으로 성당 쪽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불편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내부의 어려움도 어려움이거니와 산자부 노동부 행자부 장관 등이 잇따라 찾아와 노조 퇴거를 거듭 강경하게 요구하며 압력을 가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군대나 다름없는 경찰 기동대들이 성당 입구를 봉쇄한 것도 모자라 사복 경찰 수십 명이 성지인 성당 안에서 노조원들을 납치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20일 동안 인내해준 성당 쪽에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으며, 성당의 배려가 있었기에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낸 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5천여 발전 노조원은 물론 60만 민주노총 조합원 나아가 대다수 국민들이 명동성당 같은 민주화 성지가 있음을 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 발전노조원들은 지금 군사독재 때도 없었던 엄청난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전 노조원의 13%가 고소를 당했고 24명이 체포영장을 받았으며 수백 명이 해임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들은 수배전단에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하고 단순한 회사 미출근을 이유로 경찰서에 강제연행돼 복귀서 서명을 강요당하는 등 마치 살인범이나 은행 강도 취급당하는 고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일 넘도록 기꺼이 고난을 감수하는 이유는 정작 임금인상과 같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전력생산의 60%를 담당하는 발전소를 미국이나 재벌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사회의 공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발전노조원들의 싸움이 있었기에 우리 국민들은 '발전소를 미국이나 재벌에게 팔고 그들에게 전기를 사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게 됐습니다. 발전노조 파업을 이익집단 행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4.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이번 파업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경진압으로 나아갈 경우 정국은 엄청난 대결과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96,7년 날치기 노동법 통과 뒤 터진 두 달에 걸친 총파업 사태를 방불케 할 것입니다. 더구나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자체 선거와 대선 등 중요한 국가대사를 앞두고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정부가 이 길을 택한다면 불가피하게 전면투쟁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올바른 해결 방법은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발전노조원들이 고난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면서까지 우리 사회에 제기하고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면 안 된다'는 뚜렷한 견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23일까지 최종 교섭기간을 두고 모든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협상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정부당국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 가장 큰 문제지만, 성당이 실력행사로 발전노조를 내몬다면 대화를 통한 해결 기회를 스스로 빼앗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며 그 결과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대결이 될 것입니다.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천주교 정신에 비춰서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5. 정부당국은 부처 장관들이 돌아가면서 명동성당 주임 신부를 만나 '노조원들을 내쫓아달라'고압력을 넣지 말고 노조와 성실한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노조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발전소를 미국과 재벌에 팔려는 계획을 막무가내식으로 몰고 온 정부당국에 있습니다. 발전소가 한전에서 분리된 뒤 발전노조의 대화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고 노조 사무실도 주지 않고 조합비도 공제하지 않고 노조 전임자도 인정하지 않은 발전소 사장단의 무능함이 사태의 직접 발단이었던 점도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파업이 터지고 나서도 두 번 씩이나 정부가 먼저 대화중단을 선언하고 사태를 극한으로 몰고 왔습니다. 대화로 하루빨리 사태를 해결해 전력대란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염원을 뒤로하고서 말입니다. 파업을 해도 한 달은 끄떡없다던 허장성세를 부리다 파업 20일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에게 절전운동을 요구하는 얼토당토않은 산자부 앞에서 과연 국민들이 이 정부를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명동성당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넣을 시간이 있으면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댓가를 치르고 말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