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2.06.19 성명서 2 >
월드컵 그늘 노동자 시름 깊어간다
- 아기엄마 50여명 단식농성 열흘째
1.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쏠리면서 다른 일에는 무관심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은 열흘 뒤에 끝납니다. 이제 월드컵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월드컵 무관심'에서 벗어나 월드컵 그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습니다.
2. 한국축구 월드컵 8강 진출의 설렘으로 눈을 뜬 2002년 6월 19일 아침, 붉은 월드컵 뒤안길에서 피눈물로 단식농성 열흘 째 날 눈을 뜬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명동성당에서 집단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한국시그네틱스 여성 노조원 50여명은 12일부터 여의도 노사정위 사무실로 옮겨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처절한 단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3. 대부분 아이를 하나 둘 씩 거느린 기혼여성들인지라 몸도 몸이지만 마음 고생이 큽니다. 이들의 요구는 소박하지 못해 단순합니다. '출퇴근에 3시간씩 걸리는 안산공장이 아니라 애초 약속대로 집에서 가까운 파주공장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영주인 영풍그룹은 사태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파주공장을 노조로 물들일 수 없다는 태도로 버티고 있습니다.
4. 지난 번 한강철교 고공농성 때와 마찬가지로 '아기엄마들의 집단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의 영향으로 노사정위 진입 후 회사와 또 다시 어렵게 대화자리를 만들었지만 회사 태도는 갈수록 빳빳하기만 합니다. 단식 열흘을 맞으면서 몇몇 여성들은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경찰은 노사정위 사무실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격려차 온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끌어내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엄마를 만나러 온 아이들조차 유리창 너머로 만나야 하는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 신세가 돼있습니다.
5. 월드컵 8강 진출은 좋은 일이고 함께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월드컵만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으며, 열흘 후 월드컵이 끝나면 우린 다시 우리 안의 문제들과 시름하며 살아야 합니다. 월드컵에 모든 관심이 쏠린 새 한 맺힌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강물이 되고 있습니다. 기혼 여성 50여명이 열흘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영풍그룹에게 경고합니다. 더 큰 사회적 지탄을 받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정부 당국도 노동자한테만 큰 소리 치지 말고 사용주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대해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끝>
월드컵 그늘 노동자 시름 깊어간다
- 아기엄마 50여명 단식농성 열흘째
1.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쏠리면서 다른 일에는 무관심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은 열흘 뒤에 끝납니다. 이제 월드컵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월드컵 무관심'에서 벗어나 월드컵 그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습니다.
2. 한국축구 월드컵 8강 진출의 설렘으로 눈을 뜬 2002년 6월 19일 아침, 붉은 월드컵 뒤안길에서 피눈물로 단식농성 열흘 째 날 눈을 뜬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명동성당에서 집단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한국시그네틱스 여성 노조원 50여명은 12일부터 여의도 노사정위 사무실로 옮겨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처절한 단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3. 대부분 아이를 하나 둘 씩 거느린 기혼여성들인지라 몸도 몸이지만 마음 고생이 큽니다. 이들의 요구는 소박하지 못해 단순합니다. '출퇴근에 3시간씩 걸리는 안산공장이 아니라 애초 약속대로 집에서 가까운 파주공장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영주인 영풍그룹은 사태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파주공장을 노조로 물들일 수 없다는 태도로 버티고 있습니다.
4. 지난 번 한강철교 고공농성 때와 마찬가지로 '아기엄마들의 집단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의 영향으로 노사정위 진입 후 회사와 또 다시 어렵게 대화자리를 만들었지만 회사 태도는 갈수록 빳빳하기만 합니다. 단식 열흘을 맞으면서 몇몇 여성들은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경찰은 노사정위 사무실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격려차 온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끌어내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엄마를 만나러 온 아이들조차 유리창 너머로 만나야 하는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 신세가 돼있습니다.
5. 월드컵 8강 진출은 좋은 일이고 함께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월드컵만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으며, 열흘 후 월드컵이 끝나면 우린 다시 우리 안의 문제들과 시름하며 살아야 합니다. 월드컵에 모든 관심이 쏠린 새 한 맺힌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강물이 되고 있습니다. 기혼 여성 50여명이 열흘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영풍그룹에게 경고합니다. 더 큰 사회적 지탄을 받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정부 당국도 노동자한테만 큰 소리 치지 말고 사용주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대해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