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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어죽인 사건 진상 밝혀야

작성일 2002.06.19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296
< 민주노총 2002.6.19 성명서 4 >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어 죽인 사건 진상 제대로 밝혀야

- 지금 전 세계인의 평화 축제라는 월드컵이 한창 진행중이고 한국팀은 사상 처음으로 8강까지 진출해 되어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이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세계인에게 큰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하니 모두들 기뻐하고 좋아할 일이지만 우리는 이번 월드컵이 진정 평화의 축제가 되려면 외면당하고 있는 이 땅의 민중들의 한과 고통에 더 크게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죽어간 어린 여중생들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주권을 가지 나라로 당당한 처신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또한 월드컵에 묻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최소한의 단결권조차 부정 당하는 노동탄압의 현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정부는 월드컵 코리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주권을 가진 나라로써 미국 앞에 당당할 것을,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

피어보지도 못하고 한스럽게 죽어간 고 신효순·심미선(14·조양중 2년) 어린 넋들의 명복을 빌며,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아픔을 안게 된 가족들에게도 머리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에서 신효순·심미선 두 여중생이 주한미군 2사단 44공병대 부교 운반용 궤도차량(36·운전자 워커 마크 병장)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2사단 공병대는 피복도 입히지 않은 2만 2천 볼트의 고압선을 수 차례의 시정 요구를 무시하고 방치함으로써 건설 노동자인 고 전동록씨를 감전사고로 숨지게 한, 악명 높은 캠프 하우즈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다.

이번 여중생들의 죽음은 우연히 일어난 단순한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의정부, 파주 등 미군기지가 위치해 있는 지역에서는 군사작전중인 미군차량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많은 민간인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는 등 생명을 위협 받아왔다. 이번 사고의 경우, 너비 3m67cm의 전차가 3m40cm 너비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를 운행하다가 갓길로 차량을 몰아 그 위를 걷던 어린 여중생들을 깔아뭉개 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처참하게 죽인 명백한 살인 사건이다.
운전자인 미군 워커 마크 병장은 여학생들을 보지 못했고 자신은 운전 수칙대로 "교행하지 않았다"고 발뺌하지만 사고가 난 장소는 완만한 경사길인 데다 맑은 날씨에 밝은 옷을 입고 갓길을 걸어가던 여학생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거짓 주장이다. 더욱이 미군 운전자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임은 운전석 옆의 다른 미군이 여학생들을 발견하고 운전자에게 정지하도록 알렸다고 한 진술에 의해서도 여지없이 밝혀졌다. 이에 유족들은 운전자가 음주 또는 마약 등으로 인한 환각상태가 아니었는지 하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실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갓길 옆 풀섶이 가해 차량에 의해 짓뭉개져 있다. 이것은 가해 차량이 갓길을 넘어 도로를 이탈했다가, 다시 도로 쪽으로 들어오면서 앞에 가던 여학생들을 친 것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운전자의 주장과는 달리 반대편 차도로 다른 미군 차량이 오는 것을 피하느라 갓길을 넘어갔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유족들이 제기한 의문처럼 운전자가 술이 취했거나, 또는 마약을 먹어 정상 운행을 하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여학생들을 희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로를 벗어나 갓길을 걷던 여중생을 깔아뭉갠 것이다. 그런데 미군들은 그런 좁은 길에서의 교행은 운전이 금지되어 있는 수칙대로 교행하지 않았고 한다. 그렇다면 왜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않고 갓길을 넘어 풀섶까지 들어설 정도로 차량을 우회시켰단 말인가?
두 여학생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먼저 그들의 죽음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에 관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여중생 살해 사건의 처리 과정이다.
미군 당국은 그동안 주한 미군이 이 땅에서 저질러온 숱한 범죄 처리와는 달리 신속하게 미8군 사령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하고 한미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14일 오후 1시 15분 경 맥도널드 미 2사단 참모장, 오노 민사참모, 쿡 법무참모 등이 병원 영안실을 직접 방문하여 문상하고, 위로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14일 밤, 미군 측의 브리핑 과정에서 미군들은 "운전자는 미군 규정에 따라 운행했으며, 따라서 사고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함으로써 위와 같은 행태가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기만적이고, 생색내기일 뿐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한미 공동조사를 14일 오후 3시로 예정했다가 이유 없이 연기하더니 갑자기 밤 8시로 통보, 한국군 25사단 헌병들을 동원해 사회단체 대표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유족들만 빼돌려 일방적으로 '브리핑' 형식으로 때워버렸다. 그리고는 18일 오후, 미군은 유족에게는 연락조차 않고 가해 운전자도 없이 궤도차량 1대만 가지고 현장조사를 실시해 유족과 마을주민들은 나중에야 참관하는 등 형식적으로 현장검증을 해버렸다.
도대체 가해자가 진행하는 현장검증이 어떻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사건이 곳곳에 알려지게 되고 유족들의 진상요구 거세어지자 15일 오후 유족·사회단체 대표들과 미2사단장과 면담을 약속해 놓고도 정작 당일 오전, 유족들이 너무나 비참하고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장례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태도를 바꾸어 사회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은 물론 기자들의 취재조차 거절해버렸다.
더군다나 한국경찰은 사람이 처참히 죽어나간 사고에 대해 신병만 확인하고는 곧바로 미군 헌병에게 가해자인 미군을 인도해주고 말았을 뿐 아니라, 사건 현장에 먼저 도착했던 홍기식씨의 성토처럼 사고후 시신의 위치조차 표시하지 않았다.
명백한 진상규명은 물론이려니와 몇 해 전 일본에서 주일미군이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주일미군사령관이 무릎 꿇어 사과하고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대 일본국민에게 사과성명을 낸 것처럼 미국당국의 책임 있는 사과와 그에 맞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한미간의 소파협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여중생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을 비롯한 지난 반세기 넘게 미군들이 저질러대는 잔혹한 범죄행위와 사건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리는 50년 넘게 미국에게 모든 주권을 빼앗기고 종속된 채 굴종의 삶을 살아 왔다. 이러한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은 바로 한미소파협정이다. 소파협정은 주한미군들에게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게 해주고 있으며, 오만방자한 미군들에게 한국민을 해치는 인명사고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고 있다. 국가 주권과 국민의 생명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소파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고로 미군이 한국민들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면서 반세기 넘도록 저질러온 반인륜적이고 야수와 같은 만행도 모자라 그 나이 어리고 죄 없는 신효순, 심미선의 죽음으로 저질러진 현실 앞에 우리는 치가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고 치가 떨리는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는 이 같은 야만적인 범죄행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주한미군과 미국당국은 유족과 우리 국민 앞에 엎드려 백배사죄하고 유족들에게 응분의 조치와 함께 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조사단을 통해 철저한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명백한 살인행위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과 재판관할권을 한국 사법당국에 넘길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리고 앞서 제기한 것처럼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지속시키고 있는 한미소파협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이상의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도록 모든 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주한미군과 미국당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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