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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노동인권 세계4강을 위하여

작성일 2002.06.2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083
< 민주노총 2002.06.24 성명서 1 >

「노동인권 세계4강」을 위하여

- 6. 27 전 세계 동시다발 '한국 구속노동자를 위한 국제연대행동' 앞두고 단병호 위원장 등 구속수배자 풀어 세계 앞에 부끄러운 노동탄압 해결해야

1.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월드컵 첫 승에 이어 16강 → 8강 → 4강 진출이라는 누구도 상상 못한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한국이 단지 축구만 이긴 게 아니라며 '코리아'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했고, 대통령은 국운이 융성하고 있다고 했으며, 축구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골고루 발전해 진정한 세계 4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올라선 일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하면서도, 축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진정한 세계 4강으로 올라서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소박한 상식에 적극 동의합니다. 특히 이제 일주일 후면 월드컵은 끝나고 또 다시 우리 사회 내부의 온갖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부가 월드컵 이후 우리사회의 올바른 통합과 발전을 위해서 단순히 '월드컵 유공자 포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속수배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탄압의 희생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진정한 국민통합 조치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 노동분야만 본다면 한국은 세계 4강은커녕 꼴찌에서 4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는 6월27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릴 예정인 '한국 노동자를 위한 국제연대행동'은 세계가 한국의 노동인권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있는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가한 세계 175개국 노총 대표자 500여명이 한국정부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 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보다 앞서서 148개 국 225 개 노총 1억 5천 700만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노동조직 국제자유노련(ICFTU)도 한일월드컵 개막과 동시에 한국 구속노동자 석방을 위한 국제캠페인에 돌입했습니다.
오늘 현재 감옥에는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해 45명의 노동자들이 수감돼 있으며, 62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길거리와 농성장에서 슬픈 월드컵을 보내고 있습니다. 2천여 명은 고소고발에 따른 소환장이 발부돼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가압류 조치만 해도 1천250억 원이 넘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을 무색하게 하는 세계 앞에 부끄러운 노동탄압이 병존하는 현실이야말로 한국의 참모습이라 하겠습니다.

3. 붉은 거리 붉은 보도 붉은 월드컵의 뒤안길에서 노사단체협상조차 타결되지 않아 한 달 넘게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 또한 '노동인권 세계4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택시, 보건, 금속노조의 60여 개 사업장에서 계속되는 2만여 명의 파업은 월드컵 국면을 악용해 최소한의 성의 있는 대화조차 거부하는 사용주들의 비뚤어진 노조관과 이를 철저히 방치하는 잘못된 노동행정 탓입니다.
대부분 아이를 둔 엄마들인 한국시그네틱스 여성 노동자 50여명이 열흘이 넘도록 단식을 하고도 우리 사회의 냉대를 원망하며 문제해결의 희망조차 찾지 못했고, 천지산업 노조간부들이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보건의료노조 간부들도 명동성당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단식행렬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6년을 싸우고 있는 포항제철 해고 노동자들의 유상부 회장 집 앞 노숙 농성도 20일이 넘었습니다. 차별과 냉대에 맞선 이주 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은 세계 앞에 부끄럽지 않은 4강이 되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정부는 월드컵이 끝나면 국가대사를 치르는데 수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상을 내린다고 합니다. 물론 그 자체를 반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변화한 '세계 속의 한국'의 자리에 걸맞은 올바른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월드컵 포상만으로 미흡합니다.
무엇보다도 세계4강 한국 안에서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해 월드컵 뒤 또 다시 격렬한 사회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도록 진정한 화해조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강행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희생돼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대통령 아들들이 부패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으며, 이러고도 현 정부가 노동자들을 이토록 가혹하게 탄압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감옥과 거리와 농성장과 파업현장에서 퀭한 눈으로 월드컵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한 맺힌 심정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월드컵이 끝나는 7월 이후 노동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8·8 국회의원 재보선 까지의 한 달, 12월 대선 까지 6개월여의 시간이 노동자들의 처절한 대정부 투쟁으로 가득 차느냐 아니냐는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6월27일 국제연대행동을 시작으로 월드컵 이후 투쟁의 봉화를 올릴 것입니다. <끝>

<행사안내>

- 6.26 구속노동자 후원의 밤(19시 명동 예정)
- 6.27 오전 11:30 국제연대행동 관련 기자회견 + 민가협 '구속노동자 석방 촉구' 목요집회
- 6.27 오후 3시 종묘공원 '한국 노동자를 위한 국제연대행동 한국집회' → 행진 →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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