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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장기파업 현장을 가다 1,2.3.4 - 한겨레

작성일 2002.07.22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943
[한겨레 신문은 네 번에 걸쳐 장기파업 현장 사연과 해법을 찾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 전문을 옮깁니다]

장기파업 현장을 가다 ① 택시파업 <한겨레 2002.7.19>

인천택시노조, 월급제 요구 56일째 천막투쟁

월드컵의 환호와 휴가철의 설레임 뒤안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두세달째 파업을 계속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사납급 철폐와 월급제를 요구하며 5월23일부터 생업을 멈춘 인천의 택시 노동자들, 단순한 임단협 투쟁이 직권중재 제도때문에 불법 파업이 된 병원파업 노동자들, 고용주와 대화조차 어려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 목소리와 이들의 장기파업을 풀기 위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4번에 걸쳐 싣는다.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거절하면서 17억원 짜리 노름판을 벌이려 한 사람들이 택시 사업주들입니다.”

사업주들이 회사별로 5천만원씩 걸고 노조의 요구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는 업주에게 그 돈을 몰아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인천 택시노동자들은 더욱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18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한성운수 노조원 정아무개(35)씨는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해도 수당까지 합쳐야 4식구 최소 생활비인 100만원도 안된다”며 사업주들의 부도덕한 행태에 분노했다.

“부인이 식당에서 일을 해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지만 현재의 임금체계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또다른 노조원 김현남(51)씨는 “파업 중에 이사장 등 서울 거주 몇몇 사업주들의 호화주택을 보고 온 뒤 조합원들의 허탈감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최근 새로 조성한 인천시청 앞 미관광장은 택시노조에서 설치한 천막과 텐트로 뒤덮였다. 전국민주택시노련 위원장 등 택시노조 지도부가 대거 이곳에 상주하며 총력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택노련 인천본부 소속 33개 사업장 4500명의 조합원들은 이날 현재 56일째 파업중이고, 노조지도부 40여명은 지난 15일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택시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사납금은 올랐지만, 택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7년 전과 똑같아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것이 장기간 파업에도 투쟁 열기가 식지 않는 이유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10여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들은 교섭에 불참한 것은 물론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5월24일 파업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고 파업 이후 노사가 10차례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게 노조쪽의 설명이다.

노조쪽은 납입액의 하한선을 정해 운송수입금을 되돌려주는 현재의 ‘업적급제’는 현행 법률에 위배된다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의 전단계인 ‘가감누진형 성과급식 월급제’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민주택시노조 사무국장 박래섭(33)씨는 “누진형 성과급식 월급제는 월평균 운송수입금을 산출해 평균보다 많으면 더 주고 적으면 덜 주는 방식으로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중인 이준기 인천택시 노조위원장(43)은 “이번 투쟁은 임금 얼마 더 받자는 것이 아니고 나쁜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천택시사업조합 노무부장 조성삼(41)씨는 “노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성과급식 월급제는 노사간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노조쪽은 2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차량시위 등 극한 투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자 지역 시민단체들도 “택시노동자 처우개선과 시민서비스를 조건으로 요금을 5월에 무려 20.99%를 인상했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날 인천지법에 ‘택시요금 인상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김영환 기자ywkim@hani.co.kr


장기파업 현장을 가다 - ②병원노조 <한겨레 2002.7.20>

체포영장…고소고발…'중병든 병원'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로비. 별관과 신관 사이 통로를 경계로 한쪽에선 보라색 셔츠의 노조원들이 대자보에 둘러싸여 농성을 하고 있고, 한쪽에선 환자들이 수납을 하고 약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가 줄긴 했지만 진료는 계속되고 있고 항의하는 환자나 가족은 없었다. 뒤뜰에는 `간호사는 봉이 아니다’ `환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등의 글귀를 써넣은 수천개의 노란 리본들이 나무에 매달려 나부끼고 있었다. 정부나 사측이 외치는 살벌한 `불법파업’의 실제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러나, 벌써 58일째 파업중인 조합원 600여명이 불법파업이란 이유로 치르고 있는 댓가는 엄청나다. 지난달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돼 월급을 못 받았고, 4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20명 고소고발, 12명 징계위 회부, 조합비와 임금 가압류 5억6천만원 등이다. 조합원들은 다가오는 27일 월급날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13년째 이 곳에서 일하는 간호사 신현정(가명·34)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분들도 있는데 큰 일이다”고 걱정했다. 조합원들은 파업기금이 바닥나 이날도 200인분의 저녁 식사를 직접 만드는 중이었다. 또 파업 참가자의 80%가 여성이라서 아이들을 맡기고 밤샘 농성을 하느라 힘들어 하는 이도 많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사 관계는 심하게 악화돼 있었다. 얼마 전에는 경찰이 수배자를 잡는다며 로비에 진입해 조합원들과 몸싸움이 있었고, 대학이 직원들을 동원해 총장실 앞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끌어내려다 조합원 3명이 다쳤다. 간호사 김 아무개(33)씨는 “병원이 해도 너무한다. 직원들이 우리를 내쫓으러 왔을 때는 두려움보다는 서러움을 느꼈다. 같은 직원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했다. 2000년 6개월 가까이 계속된 의사파업 때는 꼼짝도 못하던 병원과 정부가 일반 직원들에게만 가혹하다는 불만도 높다.

5월 말 시작된 파업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병원은 경희의료원 외에도 가톨릭중앙의료원, 목포가톨릭병원, 제주한라병원 등 전국에서 6곳이다. 모두 임단협과 관련돼 평범하게 시작됐지만 직권중재 제도 때문에 무조건 불법파업으로 탄압을 받으면서 제대로 교섭이 되지 않고 사태가 심각해졌다. 경희의료원과 마찬가지로 다른 곳도 체포영장, 고소고발, 해고와 징계, 수십억의 손배소, 무노동 무임금 등의 부담을 안게 됐고 노조원들이 삭발한 채 단식중인 곳도 있다. 조은숙 경희의료원 노조지부장은 “파업만 들어가면 불법이 돼버리니 사업주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병원은 조정안이 나올텐데 교섭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다가 직권중재안이 나온 뒤에는 아예 교섭을 안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7월 들어서야 노동부 중재로 몇번 교섭을 했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장기파업 현장을 가다 ③ 비정규직 <한겨레 2002.7.22>

십년넘게 일해도 고용커녕 해고설음

“13년 동안 대한항공 면세점에서 일했는데도 대한항공 직원으로 인정도 안해주더니 이제는 또 다른 회사로 넘기겠다는 날벼락같은 통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고해 버렸습니다.” 한진관광 노조원 박아무개(39)씨는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서울과 제주의 대한항공 면세점에서 일해온 한진관광 노조원 65명은 지난 5월10일부터 기나긴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26일 한진관광으로부터 `항공종합서비스’라는 한진그룹 계열사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항공서비스쪽에서 언제든지 계약직을 뽑을 수 있게 하는 단협 조항을 요구하자 고용이 더욱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자 회사는 이들을 5월30일 해고했다. 노조원들은 지난해 6월 직원들을 다른 회사로 보내지 않기로 회사가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합의서를 공개했다.

한진관광.하나로테크조조원, 해고맞서 파업
실제 고용주.법적 소속달라 대화조차 어려워
"불법파견 가려달라" 계약직 노동자 잇단 진정

본디 한진관광이 운영하던 면세점을 91년 대한항공이 자산과 운영권만 인수했지만 인력은 한진관광이 관리해온 기묘한 상태가 지금의 문제를 불러왔다. 노조원들은 “우리를 지휘한 점장도 대한항공 소속이고, 면세점 물건도 모두 대한항공 소유여서 실제로 대한항공이 직접 고용주인데도 불법파견을 한 것”이라며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내고 “대한항공이 직접 고용을 하던지 고용을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청에서는 2001년까지는 불법파견이었지만 현재로선 점장이 한진관광으로 전출을 나와 있어 합법이라는 기묘한 판결을 내린 상태다. 노조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대한항공이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우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아 대화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파업을 시작한 하나로테크놀로지 소속 계약직들의 사연도 이들과 닮은 꼴이다. (<한겨레> 6월25일 18면) 3년 이상 하나로통신망을 관리하는 일을 해온, 인력관리회사인 하나로테크 소속이었던 계약직 200여명은 5월 노조를 만들고 하나로통신이 직접 고용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모두 해고된 상태다. 노조원 ㅅ아무개(33)씨는 “4년째 본사 소속 정규직과 똑같이 일했지만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었다. 우리는 직급도, 승진도 없고 미래도 없다. 곧 정규직으로 해준다는 팀장들의 말만 믿었는데 돌아온 것은 해고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로통신 인사팀에서 불법파견임을 알고도 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들을 궁리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입수해 지난 6월 강남지방노동사무소에 위장도급에 대한 진정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일해온 직장에서 고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진정을 하는 일들이 잇따르지만, 본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도급계약만 해지해버리고 노동자들은 해고돼 거리를 떠돌게 된다”며 “불법파견을 엄격히 판정하고 불법파견했다면 본사가 고용 시점부터 직접 고용주로 책임을 지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장기파업 현장을 가다 ④진단과 해법 <한겨레 2002.7.23>

“초기수습·적극중재 노력을”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장기화된 원인에 대해 초기에 제대로 문제를 수습하지 못해 노사의 감정대립이 심해진 점을 꼽으며 하루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또 노사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초기에 노조는 요구하고 사용자는 이를 무시하는 구도가 작은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 파업이 오래되니 양쪽 모두 감정이 격해져 협상타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선 노동부가 적극 나서야 하고, 노사관계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이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안 실장은 특히 노사가 오랫동안 대립했지만 최근 극적으로 파업을 중단한 두산중공업 사태에서 지역의 시민·노동단체들이 참여한 중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계는 택시회사의 불법 도급기사 사용, 탈세의혹 등 사용주의 불법 행위에 대해 노동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환자들이나 택시 이용자 등 ‘소비자’가 노사 양쪽에 정당한 요구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인천 택시파업의 경우 사용주들이 기존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당하게 사납금제를 고집하고 있다”며 “택시요금은 올라도 업주들이 사납금만 올리고 서비스나 기사 처우개선은 조금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으니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들 장기파업장의 쟁점은 병원은 사학연금, 무노동 무임금과 징계 철회이고, 택시는 사납금 철폐와 월급제 시행,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본사의 고용보장이다. 김원배 노동부 기획관리실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제도의 틀을 바꾸는 문제라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주엽 실장은 “남은 쟁점은 사실상 파업과정에서 생긴 무노동 무임금, 징계 철회가 최대 쟁점인데 노조를 무력화시킬 의도가 없다면 사측이 마음 먹기에 따라 쉽게 타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직권중재 등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특히 직권중재 제도가 오히려 해마다 불법파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내고 있어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전문가들은 또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엄정하게 대처하는 게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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