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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대한상의 회장 '주5일 항의' 공개서한을 비판함

작성일 2002.08.02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548
< 민주노총 2002.08.02 성명서 2 >

핵심문제는 2447시간에 달하는 세계최장 연간 노동시간입니다

- 대한상의 회장의 노동부 장관에 보내는 '주5일' 공개서한을 비판함

1.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이 방용석 노동부 장관에게 주5일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공개서한을 보내 '노는 제도를 국제기준으로 맞추려면 일하는 제도도 똑같이 맞춰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선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뒤 노조와 극한 대립을 펼치며 노사불안을 부추겨 물의를 빚고 있는 박회장이 우리사회의 절대강자인 재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공개서한이라는 보기 드문 방법으로 정부를 압박하려는 데 대해 과연 온당한 처신인지 의문이 든다는 점을 밝히면서 우리 견해를 밝힙니다.

2. 먼저 주5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은 현재 연간 2447시간에 달하는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어떻게 하면 2000시간 아래로 줄일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재계 주장대로 휴일휴가를 크게 줄이고 임금보전도 하지 않고 주휴 생리휴가까지 없애고 초과수당도 깎고 탄력근로제를 1년 단위로 확대하면 과연 2447시간에서 몇 시간을 줄일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447시간으로 24개 회원국 중 가장 길며, 연간 1346시간만 근무하는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하루에 무려 4시간30분이나 일을 더 하는 것이라 합니다. OECD 가맹 24개국 가운데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2026시간), 체코(2000시간) 등 3개국뿐이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보다 무려 1000시간이 길고 스페인, 멕시코, 그리스보다도 500시간 더 일합니다.
세계 최장의 연간 노동시간 때문에 직장인은 가정을 하숙집 삼아 시계바늘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몸은 골병들고, 용케 정년퇴임 한다 해도 노후는 병든 환자생활입니다. 휴일휴가 등과 관련한 재계의 국제기준 자체도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재계 주장대로 한다면 2400시간대 노동시간은 별로 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5일제를 도입해도 연월차휴가를 15∼22일로 줄이고 생리휴가를 없애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실노동시간은 거의 줄지 않습니다. 현재 주44시간인 근속년수 1∼10년의 남성 노동자는 연간 시간단축 효과가 104∼152시간에 불과하고, 생리휴가가 없어지는 여성은 연간 8∼56시간의 단축효과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현재 단체협약 등으로 토요격주휴무제 즉 주42시간을 실시하는 근속년수 1∼10년 남성 노동자는 연간 0시간∼48시간 밖에 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유급 생리휴가가 없어지는 여성 노동자는 오히려 1년에 48∼96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나마 이 같은 결과는 전 산업 동시 전면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고, 8∼9년에 걸친 단계별 도입 때에는 주5일 근무제가 돼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거의 없어집니다.
물론 임금삭감 효과도 만만치 않아서 생계비가 부족한 노동자들을 더 긴 시간 노동으로 내몰 것입니다. 10년 근속 노동자 기준으로 정규직 남성 3.4%, 여성 6.5%의 임금이 삭감되며, 탄력 근로제가 도입되는 사업장은 남성 8.5%, 여성 11.6%까지 임금이 삭감됩니다. 부칙에 임금보전에 대한 일반원칙만 명시할 경우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 일급제, 개수 임금제 노동자의 경우에는 주휴무급화로 인해서만 20.3%의 임금이 삭감되어 정규직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에서 재계의 '휴일휴가 줄인 후 주5일 도입론'이나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않는 주5일 도입론'은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주5일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3. 주5일근무제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우리사회의 약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수는 천삼백만이 넘고 거느린 가족을 감안하면 삼천만에 달합니다. 그러나 다수는 중소영세업체나 비정규직으로 일합니다. 1천명 이상 업체 노동자는 6.7%인 86만 여명에 지나지 않지만 50인 미만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67%인 8백70만 명에 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만 53%, 600만에 이릅니다.
'그래도 형편이 좀 나은' 대기업 다수는 지난 96년부터 주42시간 - 격주 휴무제를 도입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휴일휴가 축소는 물론 아무런 노동조건의 후퇴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노사합의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노조도 없고 노동자들 처지는 말할 것도 없이 회사 형편도 대기업과는 차이가 있는 중소영세기업, 그리고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바꾸지 않으면 주5일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법제화를 요구하고 총파업을 벌이며 노력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재계의 견해를 큰 폭으로 반영한 주5일 도입 방향은 명백하게 사회의 약자인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단계별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공익안' '합의대안' 등 이런저런 방안을 뜯어봐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가 넘는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는 7∼8년 후에나 주5일 혜택을 봅니다. 더 큰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45%에 달하는 10인 미만 업체 노동자 580만 노동자는 주5일 실시 일정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너희는 주5일 엄마아빠, 우리는 주6일 엄마아빠'식의 위화감도 문제이거니와, 본사 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이유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희생시키는 관행이 자칫 주5일 근무 도입 비용을 더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빚고 말 것입니다.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과 원하청 관계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되는 게 많습니다. 원하청 관계와 정부 정책을 바로잡지 않고서 언제까지 중소영세 기업의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조건 제자리 걸음'을 강요한다면 결국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4. 이밖에도 재계는 여러 가지 근거가 약하거나 심지어 터무니없는 통계를 거론하며 노동계를 비난하고 있으나 결론은 주5일 근무제 싫다, 하더라도 연간 노동시간은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조사라는 게 매년 있는 것도 아니고 노조 있는 사업장이 몇 군데 된다고 '약정휴가'라는 이름으로 휴가를 부풀린단 말입니까. 대표성을 무시한 통계일 뿐 아니라 법에 정해진 휴가를 제외하고 노사협약으로 여름휴가를 한 달에서 두 달씩 가는 OECD 가맹국들 사례를 다 제외하고 휴일휴가 국제비교라는 것도 공평함이 떨어집니다. 초과근로수당 25%가 국제기준이라는 주장도 '25% 이상'이며 ILO 조사에 따르더라도 78개국 가운데 44개국이 50% 이상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노동계가 일자리 창출로 주5일을 제기했다가 임금인상 전략으로 이용한다는 전경련의 비난도 근거 없는 흠집내기일 뿐입니다.

5. 우리는 비록 유례 없는 대한상의 회장의 공개서한이라는 대정부 압박 방식이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재계의 저항은 당연하다고 판단합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사용주들이 시간단축 법안 통과에 반대해서 집회와 시위를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윤을 좇는 기업주는 당연히 '많이 부리고 적게 주려'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주는 결국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5일 근무에 반대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주와 노동자가 합의할 때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은 재계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결국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도 대부분 정부 주도로 노동시간을 단축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 끝까지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우리는 대한상의 회장이 공개서한을 보내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단독입법을 준비하면서 노동계의 견해는 듣지도 않고 기업 쪽에만 귀를 쫑긋 세우는 태도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재벌과 기업 눈치만 보느라 허송세월한 것도 모자라서 또 다시 기업 쪽 의견을 큰 폭으로 반영하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실 노동시간 2000시간 아래로 단축 중소영세 비정규직 희생 방지 일자리 창출 삶의 질 개선이라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의 근본 취지를 깨뜨리는 법 개정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동계의 견해를 적극 반영해 명실상부한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내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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