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2.10.10 성명서 3 >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1. 한국노총은 오늘 10월10일 독자정당 창당을 결의하고 11월 초 정식으로 당을 만들 계획이라 한다. 한국노총의 최근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고무할만한 변화이다. 돌아보면 한국노총은 그동안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역행하는 길을 걸어 왔다. 과거 이승만 독재나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의 '정치박수부대' 노릇을 하던 아픈 과거는 접어두고라도 가까이는 지난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른바 '비판적 지지'로 지금의 김대중 정권 탄생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이런 과거에 비춰 지금 한국노총 대선 기획팀에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 일이다. 특히 그 이유를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힘만으로는 주5일제, 비정규직, 공무원노조 등 제도개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 "더 이상 등거리 정치행태를 반복하기 어려운 한계점 도달" 등 비교적 솔직하게 현 상황을 진단한 점에도 우리는 공감한다. 더 나아가 한국노총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50%가 넘는 조합원이 일관되게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지지하고 있음을 근거로 하고 있음에 대해 우리는 일시적인 움직임 이상이라고 본다.
2. 노동자정치세력화는 가시밭길이지만 역사적 필연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7년 대통령선거에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결과는 30여만표 득표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반면 한국노총은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 후보인 김대중 후보와 '정책연합'을 했고 그 결과는 김대중 정부의 탄생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지난 선택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를 통해 미래를 말해도 좋을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97년 대선의 성과와 한계를 모두 껴안고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선 진보정당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길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길이었지만 반면에 의미 있는 노동자의 길이었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반대로 김대중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보여준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노동자에게 어떤 결과를 미치는 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 과정 전체를 볼 때 우리는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늦긴 했지만 상층부 일부의 국회 진출이 아닌 노동자계급 전체의 정치세력화의 길로 나가는 것만이 21세기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을 모두 고려할 때 유일한 길이다. 매우 힘든 길이긴 하지만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를 주도할 세력은 노동자이며, 보수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역사는 입증했다. 집권에 연연하고, 권력에 집착하는 보수정치권의 눈에는 노동자의 피와 눈물 대신 '표'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험난한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에 한국노총이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 한국노총의 정당설립 움직임이 정치협상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한국노총 스스로 "창당이 일부의 띔틀로 활용될 것이라는 불신"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일부 상층 노동귀족의 정치적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특히 그동안 보수정치권에 진출한 일부 노동운동 출신 정치명망가들의 실망스런 행태가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끼친 악영향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일부 정치적 흑심을 가진 인사의 정치권력을 향한 디딤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임이 분명하다. 이런 인식을 한국노총과 공유할 수 있음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스스로 정당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몇 가지 문제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당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최소의 비용으로 노총의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 "향후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도 창당 필요"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성장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소요" 라는 등의 인식은 자칫 한국노총이 도모하고 있는 정당설립이 가시밭길을 헤치고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당이 아니라 단지 대선 전 또는 그 이후 합당을 위한 협상정당으로, 몸값과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당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정당설립을 "중소규모의 전국적 신규노조를 조직하는 수준으로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하는 데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는 "하향식 창당이 아니라 조합원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라는 한국노총 자신의 문제의식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노총의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하고, "지구당 23개만 창당하면 되는데 노총 지역본부를 활용하면 용이"하다는 문제의식은 이런 우리의 우려가 전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5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정당을 설립하는 것이 결국은 몸집을 부풀려 향후 정치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4. 우리는 제대로 된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노동자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한국노총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고려라면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협상'이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함께 도모해야 할 시점이기에 제대로 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노총이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노동당과의 결합은 "실현 가능한 가장 용이한 방안"이다. 보수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상층의 야합과 권력분점을 통한 개인의 지위향상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규는 보수정당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중심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협상용 정당 창당이 아니라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의 큰길에서 전체노동자가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자. <끝>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1. 한국노총은 오늘 10월10일 독자정당 창당을 결의하고 11월 초 정식으로 당을 만들 계획이라 한다. 한국노총의 최근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고무할만한 변화이다. 돌아보면 한국노총은 그동안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역행하는 길을 걸어 왔다. 과거 이승만 독재나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의 '정치박수부대' 노릇을 하던 아픈 과거는 접어두고라도 가까이는 지난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른바 '비판적 지지'로 지금의 김대중 정권 탄생에 기여한 게 사실이다.
이런 과거에 비춰 지금 한국노총 대선 기획팀에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 일이다. 특히 그 이유를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힘만으로는 주5일제, 비정규직, 공무원노조 등 제도개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 "더 이상 등거리 정치행태를 반복하기 어려운 한계점 도달" 등 비교적 솔직하게 현 상황을 진단한 점에도 우리는 공감한다. 더 나아가 한국노총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50%가 넘는 조합원이 일관되게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지지하고 있음을 근거로 하고 있음에 대해 우리는 일시적인 움직임 이상이라고 본다.
2. 노동자정치세력화는 가시밭길이지만 역사적 필연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7년 대통령선거에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결과는 30여만표 득표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반면 한국노총은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 후보인 김대중 후보와 '정책연합'을 했고 그 결과는 김대중 정부의 탄생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지난 선택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를 통해 미래를 말해도 좋을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97년 대선의 성과와 한계를 모두 껴안고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선 진보정당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길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길이었지만 반면에 의미 있는 노동자의 길이었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반대로 김대중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보여준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노동자에게 어떤 결과를 미치는 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 과정 전체를 볼 때 우리는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늦긴 했지만 상층부 일부의 국회 진출이 아닌 노동자계급 전체의 정치세력화의 길로 나가는 것만이 21세기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을 모두 고려할 때 유일한 길이다. 매우 힘든 길이긴 하지만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를 주도할 세력은 노동자이며, 보수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함을 역사는 입증했다. 집권에 연연하고, 권력에 집착하는 보수정치권의 눈에는 노동자의 피와 눈물 대신 '표'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험난한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에 한국노총이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 한국노총의 정당설립 움직임이 정치협상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한국노총 스스로 "창당이 일부의 띔틀로 활용될 것이라는 불신"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일부 상층 노동귀족의 정치적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특히 그동안 보수정치권에 진출한 일부 노동운동 출신 정치명망가들의 실망스런 행태가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끼친 악영향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일부 정치적 흑심을 가진 인사의 정치권력을 향한 디딤돌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임이 분명하다. 이런 인식을 한국노총과 공유할 수 있음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스스로 정당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몇 가지 문제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당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최소의 비용으로 노총의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 "향후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도 창당 필요"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성장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소요" 라는 등의 인식은 자칫 한국노총이 도모하고 있는 정당설립이 가시밭길을 헤치고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당이 아니라 단지 대선 전 또는 그 이후 합당을 위한 협상정당으로, 몸값과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당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정당설립을 "중소규모의 전국적 신규노조를 조직하는 수준으로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하는 데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는 "하향식 창당이 아니라 조합원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라는 한국노총 자신의 문제의식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노총의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하고, "지구당 23개만 창당하면 되는데 노총 지역본부를 활용하면 용이"하다는 문제의식은 이런 우리의 우려가 전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5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정당을 설립하는 것이 결국은 몸집을 부풀려 향후 정치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4. 우리는 제대로 된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노동자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한국노총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고려라면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협상'이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함께 도모해야 할 시점이기에 제대로 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노총이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노동당과의 결합은 "실현 가능한 가장 용이한 방안"이다. 보수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상층의 야합과 권력분점을 통한 개인의 지위향상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규는 보수정당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중심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협상용 정당 창당이 아니라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의 큰길에서 전체노동자가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