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003.2.14 성명서4>

정부는 WTO 농업협상 즉각 중단해야

1. 지난 2월12일 WTO 농업위원회가 내놓은 세부원칙 1차 초안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강대국들이 식량을 무기로 삼겠다는 선전포고이자, 한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입국은 사실상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결과를 빚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WTO 농업협상 중단 등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2. 이 초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쌀농사를 비롯한 한국농업은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입니다.
이 초안에 따르면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곡물과 양념류 등 90% 이상 고율 관세 품목 141개에 대해 60%∼45%로 내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식탁은 대부분 수입농산물로 들어찰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쌀농사는 사실상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돼 더 이상 쌀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어져 민족식량산업이 몰락하고 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오고 말 것입니다.

3.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기만 합니다. WTO 농업위원회 세부원칙 1차 초안을 발표하자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이라 할 일본과 유럽연합은 즉각 협상 초안 파기 선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지레 개도국 지위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알아서 기는 굴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2월13일 1차 초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모든 국민의 식량주권을 침탈 당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굴욕적인 밀실협상 전모를 공개하고 모든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키도록 해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즉각 진상을 조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4. 민주노총은 정부당국에 WTO 농업협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전농 등 농민과 연대하여 민족농업 사수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석유전쟁에 지나지 않는 대이라크 전쟁을 벌이는 한편으로 먹는 것까지 무기로 삼으려는 미국의 패권주의는 사회 각 분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남기고있습니다. 민족의 식량과 농업까지 망치려는 미국의 식량전쟁에 맞서 민족농업 사수를 위해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