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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19세기 노동운동이라고요?14세기 봉건재벌경영이죠!

작성일 2003.08.29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486
< 민주노총 2003. 8. 29 성명서 1 >

19세기 노동운동이라고요?
14세기 봉건재벌경영이죠!

1. 어제 8월 28일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재계 단체인 경총 부회장이 "민주노총이 19세기식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파업을 거드는 것도 크게 못마땅하다는 의사도 밝혔다 합니다. 또 국회에서 주5일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기아자동차처럼 단체협약으로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법에 '주5일'이 아닌 '주40시간'으로 명시돼 있으니 노동자들은 토요일도 일요일처럼 노는 날로 생각해선 안 되고 휴일수당을 받으려 하지 말아야 하며, 생산성 10% 향상 운동을 벌여 기업의 경쟁력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2. 뭘 가지고 19세기식 노동운동이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9세기식…' 운운하기 전에 재벌의 족벌 황제경영체제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삼성은 이씨왕조, 현대는 정씨왕조, 엘지는 구씨왕조, 두산은 박씨왕조 …. 14세기 들어선 이씨조선왕조를 쏙 빼 닮았습니다. 창업자인 아버지의 경영 능력은 어찌됐든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영능력이 유전되는 게 아니라면 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식들에게 핏줄 대물림으로 세습시켜 기업을 망치는 겁니까? 한보, 진로, SK… 수많은 대기업이 재벌2세 경영 단계에서 쓰러져 한국경제를 외환위기로 몰아갔고 지금도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황제경영, 문어발 경영, 빚더미 경영… 14세기식 봉건왕조경영이야 말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제력 집중에 빈부격차를 확대하며 정경유착으로 부정부패를 퍼뜨려온 주범입니다. 한국경제를 지배하는 봉건왕조경영… 14세기 재벌왕조시대에 19세기식 노동운동이니 500년이나 시대를 앞서간 것 아닙니까?

3.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라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건설운송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도우미처럼 개인 사업자 모양을 띠었을 뿐 알맹이는 영락없는 노동자인 존재입니다. 재계는 최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업체 노동자를 외면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집단이기주의만 돌본다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어려운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집체인 화물연대 파업을 지원하는 데 대해 재계가 잘 한다고 칭찬해야 할 일이지, 왜 또 19세기 노동운동을 한다고 비난을 하는 겁니까.

4.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이란 것은 1+1=2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법이 바뀌었으니 주5일 관련 현대·기아차, 금속노조 100곳, 금융, 증권, 손해보험 등 이미 단체협약으로 주5일근무제를 도입한 곳은 재협상을 거쳐 법 조문대로 하라는 논리는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 조문을 그대로 베껴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의 관계도 그렇거니와 현대차 주5일 합의를 다시 되돌리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중요한 재계의 한 축인 현대자동차 경영진이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와 고용안정협약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에 합의했을 때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것은 삼성재벌 출신의 전경련 부회장과 두산재벌의 실질 경영총수인 대한상의 회장이었습니다. 무노조 전략의 삼성과 노조무력화전략의 두산재벌에 현대의 노조바람이 불어 올까봐 그런 것 아니었습니까. 하기야 직장을 구하는 사람 세 명 가운데 두 명 꼴로 '노조가 있는 직장에 취직하고 싶다'고 한다니 무노조 노조무력화 전략 해당 기업의 걱정도 이해 못할 건 아닙니다.
주5일, 경영참여, 노조관을 놓고 분열된 재계의 모습은 현대자동차 경영진 안에서 '일찍 원만하게 타결될 파업을 재계의 압박 때문에 오래 끌어 현대만 손해봤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금은 전경련이 보상해줘야 한다'는 진담 섞인 농담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합의된 현대차 주5일 노사합의를 다시 재협상에 붙이라고 하니, 노조는 물론이고 현대 경영진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것이어서 얘깃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지만, 재계의 분열 때문에 언제까지 노사관계가 파행을 거듭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5. 반공일(4시간)인 토요일 휴무 계산을 1년에 52일의 휴일이 새로 늘어난 것으로 과장해 한국 노동자가 세계에서 제일 많이 논다고 논리를 펼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갑자기 토요일은 일요일처럼 노는 날로 생각해선 안 된다니, 아무리 노동자들에게 적게 주고 많이 부려 이윤을 남기는 게 자본의 본성이라지만 잣대가 지나치게 편리한 고무줄입니다.
노동자들이 마음 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서 일할 재미와 보람을 느낄 때 생산성은 향상될 것입니다. 그런데 재계는 고용안정협약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는 기업을 망치는 일이라며 한사코 반대하니, 그럼 언제든 필요할 때는 내쫓겠다는 얘기인데 이래서야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주5일 근무제를 빙자해 임금·휴일수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재계 맘에 쏙 들게 통과시켜놓고 생산성 10% 향상 운동을 하자 하면, 노동자들이 신명나게 동참할 수 있겠습니까.

6. 상대가 있기에 더 어렵고 복잡한 게 노사관계입니다. 민주노총 노동운동이 19세기식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지만, 14세기 재벌왕조경영이 21세기에 걸맞게 '진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세계 7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탓에 지구를 통틀어 희귀한 일벌레라 부를 만한 한국의 노동자들의 실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경총이 주5일 근무제 관련 10대 지침이란 것을 관철해 주5일 근무의 취지를 뒤흔들려 한다면 민주노총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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