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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노대통령님 10일 발언에 가슴이 꽉 막힙니다

작성일 2003.11.10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115
< 민주노총 2003. 11. 10 성명서 2 >

노무현 대통령님,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비정규차별 해결할 겁니까?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에 이어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익광고 카피 같은 대통령 말씀에 가슴이 꽉 막힙니다.

1. 김주익, 이해남, 이용석…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차별에 절망해 줄지어 노동자들이 분신자살 투신자살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손해배상 가압류와 비정규차별에 대해 정부가 실질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파업과 집회를 여러 차례 벌이고 급기야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가 격렬한 가두시위로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노대통령은 10일 아침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는 조직인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시위를 격렬하게 하면 정부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합니다.

2.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을 줄줄이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손해배상 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까? 극한의 자살항거와 격렬한 파업과 저항을 낳은 원인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분신한다고 해결해줄 줄 아느냐, 과격시위한다고 들어줄 줄 아느냐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당장 1,400억대의 손해배상 가압류에 걸려 본인의 임금과 퇴직금, 사는 집과 자동차, 예금통장 심지어 입사 때 신원보증을 선 가족과 친구, 고등학교 은사의 개인 재산까지 가압류 당해 죽음 같은 고통으로 내몰린 46개 사업장 노동자들의 발등의 떨어진 불은 어떻게 끄란 말입니까? 정부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부 산하기관 근로복지공단이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씨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한 지금, 정규직과 절반에 지나지 않는 임금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 4대 사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대책은 왜 내놓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는 정부당국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문제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아 절망에 빠져 죽음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400억대의 공공부문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하하고 정부가 사용주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앨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죽음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죽어 가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병균을 치료할 면역균을 개발할 계획이라는 공허한 이야기만 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은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익광고 카피 같은 이야기만 내놓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격앙된 노동자들은 가슴이 꽉 막히는 심정입니다.

3. 민주노총은 화염병 시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11월9일 전국노동자대회 후 격렬한 시위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분신자살하는 데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 태도에 절망해 격앙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경찰들이 특수기동대를 앞세워 노동자 집회 시위를 가혹하게 폭력진압하면서 빚은 충돌이 빚어낸 것입니다. 경찰은 11월 6일 1차 총파업 집회 당시 탑골공원 앞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포함된 노동자 시위대열을 특수기동대를 앞세워 무차별 폭력진압하고 방패로 내리찍고 곤봉으로 때려 척추 두 개가 부러진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여성 노동자가 코뼈가 내려앉고 입 주위가 찢어져 두 차례 수술을 받는 등 50여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심지어 퇴로도 없는 종로 일대 인도로 노동자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압사 위험에 처한 여성 노동자들을 간신히 구해낸 일도 여러차례 일어났습니다. 당시 집회는 합법집회였을 뿐 아니라 일몰시간도 많이 남겨놓았으며 경찰이 문제삼은 행진 대열 선두의 '각목 든 노동자' 또한 실제 그 행위 정도가 무차별 폭력진압을 정당화하기엔 보잘 것 없었습니다.
9일 시청 앞 집회 후 광화문으로 평화행진에 나선 노동자들을 고립시켜 에워싸고 방패로 머리를 겨냥해 수도 없이 내리꽂고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후 집단구타하고, 심지어 '두 명에 한 마리씩' 끌고 가라는 지휘관의 지시 앞에서는 말문이 막힙니다. 이날 부상당한 노동자만 100명이 넘고 중상자만 50명이 넘으며, 길가는 시민은 물론 목사까지 집중구타당하는 폭력진압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차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강경대응을 지시한 상황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 경찰의 폭력진압은 그 정도를 넘어서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는 불길한 예측이 들게 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폭력진압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대 강영규 단장이 50여명의 노동자를 부상 입힌 6일 폭력진압에 대해 '잘 마무리하였다'고 하고, 100여명의 노동자를 부상시킨 9일 진압을 '큰 충돌과 불상사 없이 무사히 끝이 났다'는 치하문을 발표한 것은 현재 진압경찰 분위기가 얼마나 노동자 집회 시위에 대해 적대감에 젖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4. 민주노총은 죽음으로 내몰린 손해배상 가압류 사업장 노동자들과 차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길 다시 한번 노무현 정권에게 촉구합니다. 이것이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이 이토록 강력한 저항에 나서는 처음이고 끝입니다.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거나 불법폭력시위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도 좋고, 심지어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지 의심스러운 노대통령이 민주노총이 노동자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해도 다 좋고, 긴급 사회장관회의를 열어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대응을 발표하는 것도 다 좋으니 제발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을 해결할 가시적인 정부 대책만 세워주십시오.
우리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절망해 죽음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이를 충분히 감안해 투쟁계획을 수정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에게 줄 희망은 아무 것도 내놓지 않으면서 권위주의 정권 시절부터 들어온 '불법필벌' 낡은 녹음기 트는 이야기는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정부당국에 12일 이전에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 관련 특단 대책을 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민주노총 지도부 사법처리 운운하는 강경대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탄압과 강경대응책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을 해결할 실질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12일 전면 총파업에 이어, 매주 수요일 총력집중투쟁은 물론 15일 이라크파병 반대 범국민대회, 19일 전국농민대회, 12월 초 민중대회 등 각계각층의 투쟁과 연계해 노무현 정권의 반개혁정책을 심판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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