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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권기홍 장관도 전시행정 하시는군요 - 노조위원장들에 편지 6천500통 보냈단 소식에

작성일 2003.11.2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289
< 민주노총 2003. 11. 24 성명서 2 >

권기홍 장관도 전시행정 하시는군요

- 노정대치 현안 해결 않고 책상 앞에서 편지나 보내는 모습 서글퍼요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노조 지도자 6천500여명에게 서한을 보내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불법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했다는 보도는 이 가을에 무척 서글픈 소식입니다.

정부 부처 안에서 경제부처에 밀리고 대통령까지 돌아앉은 마당에 권장관 운신 폭이 사실상 없게 된 사정이야 우리도 대충 압니다. 그래서 무기력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권장관이 취임 초 밝혔던 개혁적 노동정책에 대한 자신의 신념 자체를 바꿨다고는 생각지 않았고, 그래도 여건이 어려워서 그렇지 기존 노동관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잇단 분신자살로 내몰려 있고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한 겨울을 맞고 있는 이 마당에 권장관께서 노조 지도자들에게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이 옳다고 주장하고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고 어르는 서한을 보냈다고 하니 참으로 착잡합니다.

물론 노동부는 한진, 세원테크, 근로복지공단 사태 해결에도 관여하지 말라는 윗 선의 지시가 있었으니 노동부가 할 수 있는 게 편지밖에 더 있을까 생각되지만, 왜 모든 게 민주노총 탓입니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국 권장관도 세파에 찌들어 노정대치 현안을 풀기 위해 현장을 찾고 해법을 고심하는 대신 책상에 앉아 하나마나한 서한이나 보내는 전시행정이나 하시는 처지가 된 것 같아 더 안타깝습니다.

혹시라도 권장관께서도 '정부는 노동정책을 잘 하는데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실과 다르게 정부를 헐뜯는 내용을 일선 노조 간부들에게 잘 못 전달해서 문제'라 생각해서 이런 서한을 보내게 됐다면 더 침울한 일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펼쳐온 노동정책에 그 무슨 심오한 뜻이 있고 복잡한 게 있어서 일선 노조 간부들이 잘 못 알 일이 있겠습니까. 사실상 집권 초기 내세웠던 개혁적 노동정책 모조리 포기하고 친재벌 노동정책으로 돌아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올해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가 분신자살하자 정부가 손배가압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진전도 없었고 그 뒤 다시 정부 입에서 이 얘기가 나온 것은 10월에 줄지어 노동자들이 분신자살하면서입니다. 그 조차도 셋 중 둘은 노사정위원회에 떠넘겨버렸습니다. 이제 또 사람이 안 죽으니 조용히 묻어버릴까 두렵습니다. 특히 우리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왜 정부가 400억에 달하는 공공부문 손배가압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진 원인은 정부 자신에게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믿음을 회복하려면 말이 아니라 글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으로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책 담당자들의 모습입니다.
병원 영안실이나 감옥, 농성장에서 편지를 받을 노조 대표자들 심정을 생각해보십시오. 편지로 신뢰가 회복되겠습니까? 이 가을 무척 서글픈 편지 한 장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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