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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정부, 휴일을 손꼽는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없애지 마라!

작성일 2005.05.04 작성자 교육선전 조회수 3965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많은 어린이들이 희망과 꿈을 안고 새들과 냇물처럼 해맑고 밝게 커가기를 한국의 모든 부모들은 바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집단 따돌림(일명 왕따)으로 인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의 이름과 함께 "따돌림과 폭행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일기장을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와 함께 최근에 보도된 학교폭력집단의 규모 또한 놀랍기 그지없다.

3일 통계청의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원인(2003년 기준) 중 자살이 '자동차 사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 암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를 접하는 빈도로 봐서 이보다 앞선다는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자살의 빈도만큼보다 더할 청소년들의 고민과 절망은 더욱 우려되는 것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폭력성이 키워진 결과 때문이다. 따라서 그 폭력적 행동이 몇 차례의 교육과 경고조치로는 교정되기 어렵다. 이것은 결국 부모의 관심과 뒷바라지를 계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경쟁사회에 내몰리며 맞벌이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은 과도한 교육비를 벌지 않고서는 자식에 대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4월 경총과 정부에서는 국가적 산업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린이날 등 공휴일을 축소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기업중심의 논리이자 정책적 입장일 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나왔지만 89.4%가 현재 공휴일 수가 적당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다시 제정해야 할 공휴일 의견으로는 '한글날'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기왕의 공휴일은 이미 국민생활 정서 전반에 뿌리깊은 만큼 1∼2일 축소하여 생산성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인 근시안 논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뜩이나 주50시간에 육박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봉급노동자들의 휴일을 축소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한국보다 법정공휴일 수가 다소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적 협약 휴가'와 '법정휴가' 등 휴일합계가 실질적으로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는 비교할 대상이 못된다. 특히 공휴일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한 덕분에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OECD국 기준으로 봐도 몇 백 시간이나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결국 외국과 비교해 생산성을 위한 공휴일 축소라는 논리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결과만 불러올 것이다.

경제가 불황이고 이에 사회적 빈부의 차가 커지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양산으로 말미암아 빈곤 등 전반적인 내수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자면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는 '놀아야 산다'며 연휴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많이 놀면 생산도 줄어들 텐데?"라는 의문이 나올 법하지만 여행, 숙박, 외식 산업 등이 호황을 맞고 소비가 늘기 때문에 줄어드는 생산을 보충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이는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휴일경제'라는 용어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배치되는 '공휴일 축소'를 들먹거릴 게 아니라 사회양극화에 대한 국민적 사기진작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공휴일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교육적인 정서를 함양하는 데 힘을 쏟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최근 어린이가 방치되는 현실을 볼 때 어린이날을 없앰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날을 효과적이고 정책적으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의견은 '어버이날'과 '가족의날'을 만들자고 하는 현실이다. 그만큼 21세기의 화두는 이제 가족과 정서로 대치되고 있다. 정부는 미래를 이어나갈 어린이에 대한 애호정신을 앙양함으로써 이들을 바르고 아름답게 또한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인 어린이날을 똑바로 새겨야 한다.

1923년 5월1일로 제정됐다가 27년부터는 5월5일로, 75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 '집은 있어도 가정은 없다'는 맞벌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진정 하루라도 부모와 함께 오순도순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정부는 결코 박탈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와 가장들의 일상이 고단한 현실에서 삶의 활력과 생활의 재충전 기회를 가족으로부터 빼앗아도 안 된다.

정부는 "공부해라, 공부..."만 외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제83회 어린이날을 맞아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는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어린이 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어린이헌장'을 새삼 숙고해야 한다. 그래서 현대의 어린이들은 오늘만이라도 '우리들의 세상인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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