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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한소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성일 2005.07.15 작성자 교육선전 조회수 2401
성명서

한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0일 한 소녀의 죽음이 깊은 아픔을 주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전기요금을 못 내 촛불을 켜놓고 생활하던 중 화재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수 개월 째 전기요금을 미납, 15일 전쯤부터 한전으로부터 단전조치를 당하자 밤에는 촛불을 켜고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에너지의 사용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이런 기본권의 유린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향한다는 한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들어와 이런 빈곤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1백47만 명인데 같은 처지이면서도 서류 상 존재하는 부양가족 등 형식적 요건미비로 지원을 못 받는 인원은 모두 4백5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절대 빈곤층 인구가 6백만 명에 이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구 8명 중 1명 꼴로 절대빈곤상태에 빠져있어 전기료, 수도료 등 인간으로 누려야할 가장 기본적인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절대 빈곤층은 4대 연금에 가입돼 있는 비율도 극히 낮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전체 93만여명) 가운데 79.2%, 차상위계층(전체 39만여명) 중 71.2%가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연금에서 배제돼 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가입자는 0.3%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보험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전체 32만여명) 가운데 86.9%가, 차상위계층(20만여명) 중 75.3%가 미가입 상태이고, 산재보험에도 절반 이상이 가입돼 있지 않는 등 생활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빈곤층의 4분의1 정도인 122만 8천명이 빈곤아동들로 이들 중 33.1%는 수업료나 결식아동 급식비, 보육료 등 정부의 공적 급여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의 고통이 아동들에게 가해지고 있으나 정부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만장자'가 7만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10.5%가 증가했다. 이는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증가율로 세계부자들의 8.2% 증가에 비춰 놀라운 수치다.
재계를 포함 한국의 부자들 10%는 하위빈곤층 10%의 계층에 비해 18배에 달하는 소득을 챙기고 있다. 월293만원을 받는 평균(중산)층과도 2.6배 차이에 달한다.
한국의 부자들은 지난해 국가별 10대기업의 매출액대비 평균배당금이 일본(0.7%)을 앞서 미국(1.7%)과 같을 정도다.
이러고도 10억원 이상의 세금을 2년 이상 내지 않은 고액체납자가 2천여 명에 이른다. 물론 이들은 단수단전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부자들의 증가는 소비행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인당 300만∼400만원의 고가 해외크루즈(유람선여행) 상품의 증가율은 작년에 60%에 이르렀다.
골프채를 갖고 해외로 나간 사람은 작년에 16만6천명으로 전년의 11만7천명보다 41.9%가 늘었다. 올 들어 5월까지 골프 휴대 여행객은 7만3천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암치료 해외지출은 연간 1천3백억원으로 추정됐으며 전체 해외 의료비 지출은 연간 4천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연간 2만달러이상 해외 신용카드 사용자의 이용액은 작년에 7억1천만달러로 전년의 4억7천만달러보다 51.1%가 늘었다.
수입 승용차가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에 3.0%로 작년 평균 2.6%보다 높아졌다.
백화점들의 해외 명품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1∼5월에 3.3%로 작년 평균 1.0%보다 크게 올라갔고 가계소비 중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4분기에 3.6%로 작년 평균 3.1%보다 높아졌다.

뿐만 아니다.
보통 부유층 자녀의 결혼식에 사진과 비디오 촬영, 드레스 예물 등 웨딩 컬렉션에만 1억1천만원, 결혼식 식대(서울 H호텔) 1억원, 한복 이바지 폐백음식 신혼여행에 1천5백만원 등 결혼식 비용(집값 제외)이 총 2억3천만원에 달했다.
소위 부자들은 결혼식 비용이 1억~2억원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제 '위화감 조성'이라는 지적에 신경을 쓰는 부자는 없다.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서울 한강 이남의 부유층 지역은 아파트의 평균가격이 2000년 1월의 3억 77백만원에서 6월 현재 10억 7천만원(104만불)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 시민의 50퍼센트 정도가 무주택자인 반면에 강남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평균 10명 중 6명은 주택을 세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매일 자살 30명 자살기도 960명이다. 자살증가율 세계 1위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은 위기를 못느끼고 있다. 오로지 정파다툼에, 한몫 챙기기에 여념들이 없다. 이 와중에 또 한 소녀가 가난으로 인해 불에 타 죽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비정규직의 증대와 이로 인한 내수경기의 침체, 친재벌 반노동정책의 기조 속에서 가치관은 붕괴되고 참사는 일상적으로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것이다.
가난보다도, 굶주림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책임질 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침묵하거나 피해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비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최저임금인상, 사회안전망의 요구는 먼 미래의 요구가 아니라 지금 당장 분노를 가지고 요구해야할 국민의 권리이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비극을 끝장내기 위해 떨쳐 일어설 것이다. 반드시 전체 국민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바꿀 것이다.

지금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말고 투쟁해나가자.

2005.7.1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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